[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신임 장관이 지난 11일 취임식 후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취임사에서는 주요 농정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농업을 잘 모르는 청년이라도 관심과 열정이 있다면 도전할 수 있도록 돕고, 종자부터 생산 기술, 가공, 유통 체계까지 농식품 산업 전반의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또 시급한 현안은 농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해 농업계와 충분히 소통하면서 농업의 민감성을 반영할 수 있는 협상 전략을 마련하고, 참여가 불가피한 상황이 될 경우에는 충분한 수준의 농업 분야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농업인의 눈높이에서 현장과 소통하지 않는 정책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대목은 축산단체들의 관심을 끌었다. 농식품부는 제도 개선 과정에서 강제적인 모습으로 현재도 농가와 갈등하고 있다. 생산자 단체 한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답을 정해 놓고 제도 개선에 임하는 것 같다”며 “반복적인 회의와 의견서는 요식행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농식품부가 실제로는 강압·강제적이지 않았다고 하자. 그러나 이해당사자와 제3자가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다면 그것 자체로도 개선의 여지는 분명하다.
모돈이력제, 8대방역시설, 낙농제도 개편, 자조금 운영지침, 가축전염병예방법·축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등이 대표적인 강압·강제 개정 추진 사례로 꼽힌다. 단적으로 농식품부는 한돈농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돈이력제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한돈협회가 모돈이력제 대신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농식품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낙농농가들은 제도 개편에 반대하면서 여의도에서 3달 가까이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축산자조금 운영지침 개정 과정에서는 생산자 단체 의견이 무시되면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을 허탈하게 했다. 
가금업계는 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벌을 받았고, 결국 법정 판단을 받기로 결정했다. 공정위가 닭고기업체 16개사에 과징금 1758억원을 부과하는 동안, 농식품부는 무엇을 했나. 복수의 생산자 단체 관계자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농식품부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감만 커졌다”고 말했다.
국회 농해수위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해 당사자와 협의 없는 낙농 제도 개선은 안 된다”고 농식품부에 분명히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피부에 닿는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 낙농 제도 개선, 모돈이력제, 8대방역시설 등과 관련해 농식품부는 농가 의견은 전혀 듣지 않고 있다. 장관은 낙농육우협회·한돈협회 등 생산자 단체가 농식품부와 왜 대립할 수 밖에 없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길 바란다. 현장과 소통 없는 강제 시행 사례가 이제부터는 생겨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겠다”는 취임사 내용이 지켜지길 기대한다.
농식품부는 정책 기조를 ‘규제’ 중심보다는 ‘진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또 현재 개정·개선 중인 정책 내용을 재검토하고, 농업·농촌의 상황과 괴리가 있는 내용은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 현장에서 정황근 장관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소통’이다. 축산농가를 비롯해 업계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장관이 되길 기대한다. 농축산업계 전체는 언제부터인가 ‘소통’에 목말라 하고 있다. 장관은 현장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주요 농정 현안 해결에 힘써 주길 다시 한번 소망한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