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스마트팜, 바로 세워야”

축산현장 ICT 융복합 도입
‘정밀축산’ 실현 유일한 길
농장 위험 사전 대비 가능
도입 여부 선택 아닌 필수

분석‧장비 활용 역량 부족
높은 가격‧A/S 불편 과제
전문 컨트롤타워 구축하고
중장기 마스터플랜 마련을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축산 스마트팜 전담기구 구성과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시급하다.” 

이성호 호현에프앤씨 대표의 진단이다. 그러면서 ‘컨트롤 타워 부재’로 국내 축산 스마트팜이 흔들리고 있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 방향 수립을 강조했다. 

이성호 대표는 지난 2009년 호현에프앤씨 설립 이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컨설팅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농장관리 솔루션, 축산 데이터통계 플랫폼 서비스 등을 제공하면서 축산 스마트팜 분야 최정상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 축산업에서 스마트팜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스마트팜은 정밀축산으로 가는 유일한 대안이다. 사료비와 인건비 인상으로 생산원가가 상승하고 있고, 축산 선진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또 사육기술 정보 습득이 쉬워지면서 후진국들의 생산성적도 날로 향상됐다. 

선진국의 생산성적을 따라잡고, 후진국과의 격차를 확보하기 위한 정밀축산에 스마트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ICT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팜 전환은 글로벌 축산환경을 고려할 때, 도입 여부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시기 선택의 문제다. 

 

- 스마트팜의 장점은 무엇인가.

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향상, 미래 예측기술을 활용한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로봇착유기, 자동급이기, 발정탐지기 등은 노동력을 줄여주는 대표적인 장비다. 자동화된 장비가 농가 일손을 덜어줘 다른 중요한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 이 시간을 데이터 분석에 활용해 정밀한 사양관리를 하면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된다. 또 확보한 잉여 노동력으로 사육규모를 확대할 수도 있고, 분석된 데이터는 농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미래의 일들을 예측함에 따라 사전에 위험을 대비할 수 있다.

 

- 현재 국내 축산업에서 스마트팜이 미흡한 점이 있다면.

대표적으로 높은 가격, A/S 불편, 분석프로그램 및 도입 장비 활용 역량 부족이다. 스마트팜 장비는 다양한 센서, 통신장치, 자동제어장치, 분석용 SW 등이 추가돼 일반 장비에 비해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축산 농가 입장에서 도입이 부담된다. 단기간에 많은 신생기업이 출현했다고는 하나 영세하다 보니 스마트팜 장비 고장이 잦으며 고장이 발생했을 때 A/S가 잘 안 된다. 최근에는 국내기업도 많이 성장해 제조사 선택을 잘하면 극복할 수도 있다. 

다만 고가의 장비를 도입하고도 기본적인 기능만 활용하는 농가가 많다는 거다. 스마트팜 장비 도입 목적은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정밀제어를 하는 것인데, 자동화 기능은 많이 활용하는 반면 정보 분석을 활용하는 농가는 많지 않다. 정밀제어 프로그램에서 이를 지원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국내 분석프로그램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기술격차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 스마트팜 활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연구개발(R&D) 투자확대, 농가활용 교육 확대, 전문인력 양성이다. 농가가 스마트팜을 활용하려면 우선 좋은 장비와 분석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하는데, 장비개발과 프로그램 개발에 투자여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부분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스마트팜 연구개발비는 연간 약 400억 원(축산 생산액의 0.2%) 수준으로 매우 낮다. 더욱이 배정된 연구개발비도 하드웨어 장비개발에 집중됐고, 소프트웨어 비중은 낮다. 시장규모와 선진국 기술수준·연구개발비를 고려하면 현재 수준에서 10배는 증액돼야 경쟁력 있는 스마트팜 제품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판단된다. 

또 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농정원, 농협, 생산자단체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소수의 인원만 수강할 수 있어 보편화에는 한계가 있다. 축산 스마트팜 도입농가 4700호 중 교육을 받은 농가수는 10% 이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효율적인 축산 스마트팜 활용 교육을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확대가 요구된다. 

 

- 앞으로 축산 스마트팜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축산 스마트팜에는 로드맵이 안 보인다. 각 분야별로 발전 방향은 도출돼 있으나 이를 총괄하는 목표, 전략, 세부과제 및 중장기 로드맵이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분산된 의견을 조정할 수 없고 손발이 안 맞는 경우가 빈번하다. 개인이나 기업은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렵다. 

시장의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어 변화에 따른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강조해서 정리하자면 ‘축산 스마트팜 컨트롤타워’를 조직화하고, 구체적인 발전 전략을 포함한 ‘중장기 로드맵(master plan)’을 조속히 수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축산 스마트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축산분야에 수의사, 사양전문가, 축산시설환경전문가, 축산기자재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축산 스마트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자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정부에서 축산 스마트팜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고는 하나 전문직업인이 아닌 정부보조사업을 지원하는 부업 컨설턴트를 양성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의 양적 팽창도 중요하지만 질적 성장 병행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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