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캐나다 매니토바 주에서 두 번째로 큰 인구 5만의 도시, 브랜든(Brandon)에서 있었던 일이다. 캐나다 하면 밴쿠버가 있는 브리티시 콜롬비아인 BC주와 토론토의 온타리오 주를 제외하곤 많은 부분들이 생소하다. 
경기도만한 땅덩어리에 인구 5만이 거주하는 브랜든이 매니토바 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니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울 듯 하지만 다운타운에는 그래도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


워낙 인구가 적다 보니 외지에서 온, 또는 타국에서 온 이민자들은 금방 눈에 띄게 된다. 어느날 갑자기 아시아 계통의 거지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에 현지인들은 깜짝 놀랐다. 
입은 옷은 허름하기 그지 없고, 거의 굶다시피 하며, 원룸에 7~8명, 심지어는 10명이 넘게 모여 살면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언어로 떠들며 거리를 활보하는 행색에 주민들은 불안하기 그지 없어 지역의 문제가 됐다. 
‘저들은 누구인가?’, ‘왜 저러고 다니는가?’ 결국 주 정부가 나섰다. 그들은 캐나다 최대의 육가공공장인 ‘메이플 립 푸즈(Maple Leaf Foods)’에서 일하며 캐나다로 이민을 희망하는 중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왜 거지꼴을 하고 다니면서 지역 사회에 불안을 야기하는 지에 대한 사연을 알아봤다. 주 정부는 그들이 메이플 립 푸즈에서 일하기 위해 중국 브로커에게 1인당 1만 캐나다 달러를 지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중국 노동자로서 1만 달러는 어마어마한 돈이었지만 캐나다에서 ‘캐나다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서 빚까지 냈고, 일하면서 갚아나가야 했기 때문에 충분히 먹고 자고 할 돈이 없었던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고령화된 자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외국인 노동자를 유입하는 정책을 사용한다. 경기가 좋을 땐 많은 노동자를 받아들이고, 불경기엔 닫아걸어 내국인을 고용하는 정책이다. 
외국 노동자를 유입하기 위해 각 기업 규모에 따라 LMO라는 취업허가서를 발행하는데, 기업들은 이 LMO 허가 인원 제한에 따라 노동자를 유입할 수 있으며, 그 고용 비용은 업체에서 지불하는 것이 적법한 절차다. 
절차대로 하면 중국인 노동자들은 오히려 메이플 립 푸즈로부터 항공료 등을 제공받아 입국했어야 하지만 브로커들은 이민이라는 미끼로, 양쪽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챙긴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캐나다 정부는 메이플 립 푸즈에 페널티를 매기는 동시에 브로커들을 처벌하고, 수 백명의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곧바로 영주권을 발급했다. 상황이 어쨌거나 자국의 업체 등의 불법으로 선의의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였다. 정부가 책임져 준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손실을 입힘으로써 훼손될 수도 있는 국가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뿐만이 아니다. 신용을 잃은 사회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얼마나 낭비적인지도 감안한 정부의 일처리다.
캐나다의 어떤 일자리도 자국인과 외국 노동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물론 전체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캐나다에서는 아무리 힘든 일이라 해도 외국인 노동자라고 해서 더 심한 차별을 두지 않는다. 그게 그 나라의 법이다. 
캐나다에는 ‘살인을 한 사람은 정상참작이 가능하지만 세금을 포탈하는 사람은 정상참석 없이 끝까지 추적해 잡아낸다’는 말이 있다. 일반인들은 정해진 법을 지키고, 법을 어기는 짓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국가가 주는 의미는


농부들은 수백 만평의 유채를 심거나 다른 작물을 심는데, 보통 농협협동조합과 같은 곳과 주 정부에서 권장하는 작물을 심는다. 6~7개월 농사를 짓고, 플로리다나 따뜻한 이웃 미국 등지로 긴 겨울을 보내기 위해 떠난다. 
캐나다인들은 우리와 생활도 사고방식도 크게 다르다. 시골에서는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고, 부모들도 아이들의 교육에 목을 매지 않는다. 일찍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풍족하지는 않지만 양육수당이 나오고, 아이들은 자유롭다. 
현지에서 살다보면 삶 자체를 즐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게 된다. 치열한 경쟁관계 속에서 아등바등거리던 지난날의 삶이, 여기서는 그저 멈춰진 듯 하다. 
호수가 많은 나라여서인지 추위가 가시면 호수가에는 하나 둘 캠핑이 늘고 따뜻한 봄볕을 맞으며 사람들은 가족끼리 또는 동료끼리 고기를 굽거나 음료를 마시면서 석양을 만끽하고 또 다음 날을 위해 안식을 취한다. 
여름엔 호숫가에 구명줄이 처지고 그 안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보트를 끌고 나와 호숫가 한 가운데에서 푸른 하늘에 온갖 모형으로 떠다니는 구름을 본다. 
여름이 지날 즈음, 역V자형으로 여행 연습을 하는 철새들이 수없이 떠다니고 하늘엔 온통 새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많은 눈과 강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이 되면 아이들은 언덕배기에서 눈썰매를 타며 웃고 떠든다.  
그들의 여유는 돈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국가라는 집단주의라거나 모집단의 결집과 배타성도 없다. 애국이니 나라 사랑이니 강요도 하지 않는다. 평상시 국가라는 의미에도 큰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애국심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들의 삶 바탕에는 국가에 대한 신뢰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래서 불안함이 없고, 편안함으로 시간이 멈춰진 듯 보이는 모양이다. 우리와는 참 대비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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