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외국산 멸균우유가 B2B 시장에 이어 안방 시장까지 공략하고 나섰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주로 유통되던 수입 멸균우유가 편의점 유통을 통해 오프라인 시장에 등장한 것이다. 
최근 국내 편의점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GS리테일과 CU는 각각 폴란드산 1리터짜리 멸균우유의 판매·공급을 시작했다.
GS리테일은 폴란드산 라솔라 우유 1리터, CU는 밀크시크릿우유 1리터를 각각 1850원에 판매한다. 같은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1ℓ 기준 우유 가격인 2850원에 비해 1000원이 싼 가격에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CU는 멸균우유 판매와 관련해 일반 살균 우유 대비 긴 유통기한과 저렴한 가격으로 찾는 손길이 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입 멸균우유 공급과 관련해서 한 편의점주는 “상품구성의 다양성과 소비자의 선호도 등을 고려해 발주를 넣게 됐다”라면서 “특히 유통기한이 길어서 재고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B2B 시장에서 주로 유통됐던 저가 수입 멸균우유가 일반 소비시장에까지 나서면서 앞으로 물량이 더욱더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입 멸균우유 시장은 매년 확대된 가운데 지난 2019년 1만톤을 넘어섰고 2020년에는 1만 1000톤을 기록한 데 이어 2021년에는 2만 톤을 넘기면서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고 있다. 
주요 수입국은 폴란드, 이탈리아, 독일, 호주 등이다. 이들은 목초를 먹인 소가 생산한 우유를 안전하게 가공해 판매한다는 것을 장점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안전한 먹거리를 지향하는 소비자층과 커피나 셰이크 등에 혼합해 섭취하는 20~30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소비변화도 멸균우유 시장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반려인구 15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려견과 반려묘의 영양섭취를 위해 우유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반려동물 전용 우유가 시장에 나와 있지만, 일반 우유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일반 우유로 대체 구매하는 추세다. 이들은 백색시유보다는 저장성이 좋은 멸균우유와 락토프리 우유 등을 주로 구매하며, 이 가운데서도 가격이 저렴한 대용량 멸균우유를 선호한다.
이 같은 이유로 앞으로도 멸균우유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업계는 아직도 멸균우유 시장 확대에는 소극적이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멸균우유를 생산할 수 있지만 백색시유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한 유업체들이 멸균우유 시장 확대를 불편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일배식품인 원유의 특성상 매일 소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멸균우유보다는 백색시유 시장을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제품군이 형성되어있다. 국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입멸균 우유가 밀려들어 오면서 시장수요를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내 경쟁 제품이 없다보니 소비자들은 수입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수입 멸균우유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과연 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국산 원유로 생산한 제품이 설 자리가 있을까? 소비층과 소비구조가 변화하는데 현재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 제자리걸음을 반복한다면 시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수입멸균 우유에 우유 시장의 한 부분을 내어주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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