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월 4일, 윤석열 당선인은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선택 2022! 대선 후보 농정 비전 발표회’에 참석해, “농업이 명실상부한 미래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청년 농업인 3만 명 육성, 여성 농업인을 위한 정책 지원 제도를 정비하고, 현장 중심의 농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적은 표차인 24만표 차로 당선됐다. 

 

마지막 희망도 허사


이제 공약대로 여성 농업인 맞춤형 농기계 개발, 자녀돌봄 서비스, 영농 도우미 제도가 확대될까?
대통령 선거 바로 다음날,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여야 협치를 통한 축산농정 정상화를 기대한다며 ‘전국 축산농가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란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현재 농식품부 장관의 불통 농정으로는 도저히 축산업을 영위할 수 없기에, 문재인 정권의 정책을 전격적으로 비판해온 윤석열 당선자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겠다는 것이었다. 
축단협은 “여야의 경쟁 속에서도 국회 농해수위만큼은 여야 협치 속에 농축산업의 당면문제를 해결해왔지만, 농식품부 장관은 국회와 농민의 의견을 묵살하고 관료주의에 사로 잡혀 농정을 좌지우지해왔다”면서 어떻게든 바로 잡아달라고 강력하게 호소했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되자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를 중심으로 농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에서도 ‘농업 홀대’가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인수위원회에 농업계 인사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 2분과(산업‧일자리)는 기업과 산업계 중심 인사로 채워져 농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고, 이 때문에 당선인의 국정 운영방향에 농업이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잇따른다. 
정권이 바뀌면 그동안의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여기는 농민들이 어리석은 것인지, 순수한 것인지…그러기에 무슨 선거 때만 되면 한쪽으로 쏠리는 편이어서 후보자들은 건망증이 심한 치매환자 취급이다. 
2017년 대선 때도 문재인 정권의 농촌분야 공약은 크게 농촌 개발과 농촌 복지가 요지였다. 지방 소멸과 맞물려 급속히 해체되고 있는 마을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농촌 개발과 심각한 고령화에 맞춘 의료 서비스 등 농촌 복지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 5년 동안 농업‧축산업계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못살겠으니 바꿔보자’였다. ‘국가의 부’라는 명제 아래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내세우면서 농축산 강국들과 잇따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 농축산인들의 희생을 강요했다. 
안으로는 환경 규제를 내세워 국내 축산업을 오염산업으로 폄훼해 얽어매고 밖으로는 수입 자유화로 외국산 축산물 수입의 빗장을 풀었다. 말은 무한경쟁시대라고 하지만 이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것도 가히 국내 축산업의 퇴출 수순이다. 먹을거리에 국적이 왜 필요하냐는 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뜻밖의 인물 물망에


농축산업이 이렇게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은, 비단 문재인 정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머리카락 자르고, 오줌까지 수출해 저개발국가에서 마침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면서 수출 지상주의가 자리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그 근본에는 물가 안정이라는 농업의 희생이 뒤따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것을 농업 위주의 국가에서 공업국가로 발전해 가는 국가발전방향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해당 농민들의 아픔이 너무 크다. 
문재인 정권 이전의 이명박 정부는 좀 나았을까? 이명박 정권은 물가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외국산 돼지고기를 무관세로 무차별 수입했다. 항공료까지 지불해 가면서 들여온 돼지고기는 당장의 가격을 조절하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시장을 교란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산 돼지고기의 국내 시장 잠식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했다. 
당시 ‘MB물가’로 규정된 인위적 가격 조정 때문에 한돈농가들은  한 마리 팔 때마다 10만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럼 박근혜 정권에서는 어땠을까? 2013년 2월 27일, 인수위 토론회에서, 축산인들은 농림수산식품부가 농림축산부로 명칭이 바뀌는 것에 대해 “식(食)자를 빼서는 안된다”고 반대했고, 그 뜻에 박근혜 당선자가 동의했다는 것에 찬사를 보냈다. 
당시 참석자들은 토론회에서 박근혜 당선자의 이야기를 듣고 축산에 대한 이해도가 마치 축산을 오래 한 사람의 그것과 동일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의 농림축산식품부로의 명칭을 갖게된 것은 그로부터 몇 개월 뒤 축산관련단체, 전국의 축협조합장 그리고 축산학회 등 범 축산계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요구한 결과였다. 
지난 10일 윤석열 당선자는 초대 내각을 이끌 8개 부처 장관 인선안을 직접 발표했다. 하지만 농축산인들이 그렇게 원했던 농식품부 장관 자리는 소식이 없다가 뜻밖의 인물이 지명됐다. 중요하지 않다는 말일까? 아니면 더 진중함이 필요할 만큼의 인물이 필요했다는 의미일까?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