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까지 1인 시위 참여

손승현 씨가 부모님을 대신해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손승현 씨가 부모님을 대신해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지난 1일 오전 10시경 청와대 분수광장 앞. 공무원 시험 준비생 손승현(30) 씨는 세찬 바람을 맞으며 피켓을 들었다. 피켓에는 ‘계란이력제를 철폐하라’고 적혔다.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는 지난 2월 3일부터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70일 가까이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중에는 손승현 씨도 있었다. 손 씨는 안양시 박달동에서 ‘삼성상회’를 운영하는 손성택(56)·양미숙(56) 씨 대신 이 자리에 섰다. 부모님이 가게를 비우실 수 없는 까닭에서다.
삼성상회는 일일 계란 200~300판, 월 매출 3000 ~4000만 원의 규모로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다. 아버지는 식당과 마트 등 40여 개의 거래처 배달을, 어머니는 소매를 도맡아 하신다. 손 씨의 시위 참가는 이번이 세 번째다. 
“계란이력제는 꼭 컴퓨터로만 해야 합니까? 나이 들어 컴퓨터를 못 하면 죽으란 말입니까? 노령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계란이력제 전산신고제도는 철폐해야 합니다”
손 씨가 계란이력제 전산신고제도의 폐지를 바라는 이유는 나이와 학력에 따른 차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란유통업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몇몇을 제외한 90% 이상의 사업장이 10평 미만인 소규모 영세 소상공인으로, 혼자서 하거나 기껏해야 부부가 운영하는 구조라는 것.
때문에 노령화된 영세업자들은 온라인 전자신고는 커녕 PC 사용에도 극심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력번호를 발급해 일일이 전산처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인건비를 건지기도 힘든 지경에 전담직원을 뽑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구요”
손 씨는 그의 아버지 역시 컴퓨터 다루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가게 문을 닫은 후 아들인 승현 씨가 대신 전산으로 입력하고 있는 실정이라, 향후 본인이 없으면 누가 이 일을 처리해줄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가 계란이력제 폐지를 바라는 또다른 이유는 이미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제도만으로도 충분히 계란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난각표시제, 입고검사서, 식용란거래폐기내역서, 이력제 등은 담당 부처에만 차이가 있을뿐 대동소이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 즉 기존에 신고되거나 기록돼있는 정보를 형식만 바꿔 다시 기입해 신고하는 이중삼중의 규제라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기존 시행하고 있는 제도만으로도 충분히 계란이력제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라면서 “대체 같은 내용을 얼마나 더 반복 확인해야 만족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는 ‘옥상옥’과 같이 기존 제도에 제도를 추가해 유통종사자들의 목을 죄고 있습니다”라며 “더이상 힘없는 영세 유통인을 우롱하지 말고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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