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통상협력과 김군호 사무관

농림부의 농업통상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군호 사무관(농림부 통상협력과)은 최근 국제농업소식지에 기고한 'FTA협상 국제동향' 주제 글을 통해 "세계 통상흐름의 변화 기미는 작년 9월 칸쿤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가 결렬로 마무리되면서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사무관이 기고한 'FTA협상 국제동향'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FTA의 의미

FTA란 시장통합을 목적으로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하기 위하여 양국간 또는 지역간에 체결하는 특혜무역협정을 말하며, 지금까지 EU 및 NAFTA와 같이 인접국가나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지역무역협정(FTA)라고도 불려지고 있다.
FTA는 크게 보아 두가지 형태로 분류될 수 있다. 모든 회원국이 자국의 고유한 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철폐하고 역내의 단일제도를 공동으로 유지해 가는 EU방식(현재 발효되고 있는 형태중 가장 강력한 경제 공동체)이 있고, 각 회원국이 자국의 고유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계속 유지하면서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해 나가는 NAFTA 방식(FTA의 일반적인 예라고 볼 수 있음)이 있다.
FTA의 효과는 크게 정태적 효과와 동태적 효과로 구분되는 데, 교역구조와 여건, 그리고 협상 내용에 따라 상이한 효과가 발생한다. 정태적 효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무역창출효과와 무역전환효과를 포함하는 데, 이로 인해 역내 무역이 활성화되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여 후생수준이 증가하게 된다.
GATT 제 24조 해석양해에서는 FTA체결 회원국들로 하여금 무역 전환 효과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 이는 FTA체결에 따른 역외국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하면서 무역 자유화를 추구하고자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동태적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데, FTA를 통해 역내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산업간 또는 산업내 경쟁을 유발하며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나 역내 경제활동의 효율성 증대로 나타나는 효과를 의미한다.

■FTA와 WTO 비교

WTO 협상과 FTA 협상은 둘 다 추가적인 시장 개방을 위한 협상이다. WTO 협상은 146개국이나 되는 회원국이 참여하고 농업뿐만 아니라 공산품, 서비스, 환경 등 포괄적인 범위를 다룬다. 여러 회원국들이 입장이 서로 다른 까닭에 협상기간이 길고 타결에 따른 영향은 폭넓고 서서히 진행되며 모든 농산물에 골고루 영향을 미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FTA 협상은 두 나라(혹은 지역내)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협상여부와 상대국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FTA는 기본적으로 관세 및 비관세장벽의 철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시장개방으로 인한 피해는 양국의 산업간 또는 산업내 비교우위에 따라 일분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FTA는 WTO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지역협정이다. WTO는 모든 회원국에서 최혜국대우를 보장해주는 다자주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반면, FTA는 WTO의 최혜국 대우 및 다자주의 원칙을 벗어난 양자주의 및 지역주의를 인정한다. FTA회원국간에는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반면, 비회원국에는 WTO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높은 관세를 적용한다. 그리고 FTA회원국간에는 상품의 수출입을 자유스럽게 교역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반면, 비회원국의 상품에 대해서는 WTO에서 허용하는 수출입의 제한조치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같이 WTO와 FTA는 서로 다른 특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각 회원국의 관세부과 수출입제한조치 등의 제반 무역장벽의 철폐를 추구한다. 이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 및 투자가 원할히 이루어져 각 회원국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가고, 고용증대 및 국민들이 경제적 후생이 증대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FTA를 규정하고 있는 GATT 제 24조 제 8항(b)에는 FTA의 허용조건과 기준이 명시되어 있다.
제8항은 실질적으로 모든 교역에 대해서 관세 및 제한조치의 철폐를 규정하고 있으나, 개방 비율에 대한 구체적인 수량화된 기준은 없으며, 질적 기준으로는 특정부문 전체가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고 해석되고 있다.
그리고 GATT 제 24조 제5항(c)에 의하면 관세동맹 및 자유무역지대 협정에는 합리적인 기간 내에 관세동맹 또는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기 위한 계획 및 일정표를 포함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데, 1994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제24조의 해석에 관한 양해에는 여기서 언급된 ‘합리적인 기간’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10년을 초과한다고 하여 이를 원칙적으로 10년으로 해석하고 있다.

■FTA관련 국제 동향

FTA는 WTO와 함께 세계교역질서를 형성하고 있는 두 축으로 정착되고 있다. 현재 184개의 FTA가 발효중이며 이를 통해 전세계 교역량의 43%가 FTA 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2005년까지는 약 250개로 확대되어 전세계 교역양의 51%가 FTA를 통해 이루어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서구보다 비교적 방어자세가 강했던 아시아도 FTA 대열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동아시아 지역의 지역주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모두 16건의 FTA가 체결되었고, 40여건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FTA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향후 더욱 활발해 질 것이며 미국, EU 등에 대한 방어적차원에서도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FTA 논의는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 주요 국가의 FTA 추진 상황을 살펴보면, 일본은 아시아지역에서의 경제패권 회복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FTA를 추진하고 있다. 2002년 1월 싱가포르와 EPA를 체결하였고, 멕시코와는 최근 산관학 공동연구회를 마무리하였고, 2005년 타결을 목표로 금년말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ASEAN과는 포괄적 경제동반자관계협정에 서명을 한 상태이고 특히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는 양국간 FTA 체결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작업반이 구성되는 등 구체적인 활동이 시작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적인 지역주의 추세와 아시아 역내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아세안과 FTA 체결을 위한 기본협정에 서명(2002.11)하고 적극 추진 중이다. 작년 체결한 ‘중-ASEAN FTA 체결 기본협정의 Early harvest’에 따라 2004년부터 철폐하기로 한 품목 중 일부에 대해 조기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는 등 가능한 빨리 ASEAN과의 FTA를 실행에 옮기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는 그 동안 다자주의를 지지하였으나 2000년 이후 지역주의에 적극 가세하기 시작하였다. '00.11월 뉴질랜드와 경제동반자협정을 체결한 이후 2년 동안 EFTA, 일본, 호주 등 주요교역국과의 FTA를 연이어 체결하였고, 최대 교역상대국인 미국과도 금년 5월에 체결하였다. 특히 재수출지역이 전 세계에 걸쳐 있고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중계무역기지인 지정학적 위치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캐나다, 멕시코, 인도 등과의 협상도 추진하는 등 아시아의 FTA HUB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FTA 추진

우리나라가 FTA를 추진중이거나 시도중인 국가는 칠레를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아세안, 멕시코 등이다. 칠레와는 지난 99년 12월부터 6차례의 공식 협상을 거쳐 타결했고 양국정부간 정식 서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칠레와의 FTA에서 쌀, 사과, 배는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시켰고, 포도는 계절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리고 고추, 마늘, 양파 등 민감하고 관세가 높은 품목들에 대해서는 DDA 협상 이후에 다시 협상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특히 급작스런 수입증가로 인한 시장교란과 산업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농산물에만 적용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WTO세이프가드보다 발동이 용이하고 발동기간 및 회수제한이 없어 우리 농산물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유용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FTA로 인한 피해를 보완하기 위해 국고 8천억원, 지방비 2천억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했고, 이를 64%는 보조로 36%는 융자로 피해농가 및 생산자 단체에 지원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자유무역협정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마련됐다. 이 법안은 경쟁력 향상이 가능한 과수농가를 집중지원하고, 폐업을 희망하는 농가에 폐업보상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향후 추진될 예정인 FTA

▶한·일 FTA : 지난 10월말에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의 정상은 양국간 FTA 체결을 위해 교섭에 들어가 2005년까지 협상을 완료키로 합의했다. 교섭개시를 선언하기 이전에 양국 사이에는 한·일 FTA의 설치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정부, 재계, 그리고 학계 대표로 구성된 한·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회를 구성했다. 본 공동연구회는 2002년 7월부터 양국을 번갈아 오가면서 8차례나 개최됐고, 10월 2일 최종 보고서를 채택하여 이를 양국 정부에 제출함으로써 활동을 마무리했다.
일본은 한·일 FTA를 장기침체에 빠진 경제의 회복과 구조조정의 계기로 활용되고자하는 기대를 가지고, 조기에 정부간 협상이 개시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제조업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다소 신중한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한·일 FTA에 대한 예상효과(2001.10)를 보면, 한·일 FTA로 인해 국가 전체 무역수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농업부문에는 14%의 부가가치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신선농산물과 화훼류들 중에서 주로 수출되는 10대 농산물을 대상으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연간 5800만 달러의 수출증대 효과가 예상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FTA에 의해 단기적으로 일부 공산품분야에는 피해가, 농산물부문에는 이익이 예상되는 등 산업간 상반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또한 한·일 양국간의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해 가느냐가 향후 양국간 FTA 추진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한·싱가포르 FTA : 싱가포르와의 FTA는 2002년 10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추진하기로 결정되었다. 그 후 11월 시드니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이뤄진 양국은 통상장관회담은 한·싱 FTA 산·관·학공동연구회 설치를 합의하여, 작년 3월부터 3차례의 회의가 개최됐다. 최근에 산·관·학공동연구회 결과를 정리한 최종보고서가 채택돼 양국정부에 제출됐으며 이를 토대로 향후 FTA가 추진될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을 갖고 올 초에 협상을 시작하여 이르면 1년 내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싱가포르 FTA에 대한 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
싱가포르는 농업규모가 GDP의 0.1%미만으로 FTA 체결시 우리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양란이 일부 수입된 적이 있으나 최근 국내산으로 거의 대체된 상태이다.
▶기타 나라와의 FTA : 지난 99년 ASEAN+3 회의시 한·중·일 3국 정상간의 합의에 따라 ‘한중일 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3국의 국책연구기관간 공동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지난 10월에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열린 ASEAN+3 정상회의 기간 중 발표한 공동성명서에서 3국 정상은 3국간 FTA의 영향에 대한 민간연구기관들의 연구 진전에 대해 평가하고, 적절한 시기에 3국간 경제 파트너십 방향을 모색키로 했다. 한·중·일 체결에 대해서는 관련 3국 모두의 의지와 준비태세가 중요하다.

■글을 마무리하며

우리나라가 대외무역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는 사실은 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대외의존도가 70%정도라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수출주도형 구조인 우리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제교역질서의 두 축인 DDA와 FTA의 참여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칠레 FTA 추진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경쟁력이 취약한 일부 국내산업의 어려움을 충분히 감안하여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당장 FTA를 추진함에 있어서 농업부문에 대한 부담이 적은 국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일단 FTA 협상이 시작되면 상대국별로 피해가 예상되는 주요품목에 대해 최대한 예외적 조치를 확보해 나가야한다.
그리고 협상을 전후하여 충분한 사전검토를 하고, 협상과정을 최대한 공개하여 이해 관계자를 비롯한 전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특히 불가피하게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보완대책을 수립하여 FTA에 의한 이익과 손해가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향후 추진될 여러 나라와의 FTA협상 뿐만 아니라 WTO 협상 등 농산물 시장개방 폭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농업분야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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