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전문화로 협동조합의 역할 재정립”


안에선 환경 규제‧밖으론 무한 생존경쟁
곡물값 폭등‧환율 불안 원자재 천정부지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까지 겹치면 암울
협동조합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

공익적 가치 확산 축산인 자부심 고취케
‘스마트 축산’ 정착해 생산성 향상 도모
일선조합과 긴밀 연계 ‘판매농협’ 완성
인재 육성 적재적소 배치 업무 효율화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에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까지 지금 축산업은 안으로는 강력한 환경 규제, 밖으로는 축산 강국들과의 수입 자유화 협정에 따른 본격적인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이것만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에, 또 예기치 못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값뿐만 아니라 유류대금으로 인한 운송비용 급상승, 환율 불안까지 앞날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위기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안병우 농협 축산경제대표는 지난달 30일 전문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지금 축산업의 어려움은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 대응하기에 그 한계를 넘어섰다고 우려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현재의 곡물가격은 지금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가 반영된 것도 아니다. 최근 사료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천정부지로 뛰는 원자재 가격이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조만간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가 다시 밀려오면 그 파고는 가히 ‘쓰나미’ 수준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축산경제대표 취임 2달이 조금 넘었지만 그 걱정으로 하고자 했던 계획들을 일정대로 할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모든 축종에서 너무 많은 현안들이 꼬여 있고, 외부적 경영 환경의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수록 책임이 더 막중하다고 토로한다.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펼쳐놓고 하나하나 되짚으면서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풀어낼 것인지 주변과 직원들과 함께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협동조합이 양축농가들이 필요로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해 전문화 교육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성찰, 자기 계발에 치중하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협동조합맨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직원들에게는 반드시 그 노력에 대한 결실을 얻도록 인사고과 체계도 정립시키겠다고 밝혔다.

 

- 임기 2년 동안 중점을 둔 사업이 있다면?

“축산의 공익적 가치를 확산시키고, 축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공약(公約)이었다. 축산업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떠돌면서 축산업이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오염산업이고, 축산농가들은 모두 동물학대자인양 취급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축산업은 1970년대 1980년대를 거치면서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국제 스포츠에 나갈 때마다 유럽인들과 체력적으로 힘겨운 경쟁을 벌였지만 이제는 체력면에서나 정신력면에서 대등하거나 더 월등하다. 이것이 바로 축산업의 가치 중 일부분이다. 

축산업의 가치가 확산되면 그동안 생업에 종사하면서 위축됐던 축산농가의 자부심을 가지고 더 뛰어난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 생산성 향상 방안은 어떤 것이 있나?

“외국산 축산물과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지금까지 품질 고급화라고 여겨왔다. 고품격의 축산물을 생산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생산비용을 절감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우위를 점유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가축 사육의 대부분을 곡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비용 절감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생산비의 인상분을 축산물 가격에 반영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축산업을 디지털화하는 ‘스마트 축산’을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축산경제는 지난해 빅데이터와 ICT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영농지원시스템 ‘NH하나로목장’을 개발했다. 복잡한 정보통신 기술과 빅데이터를 농가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올해 4대 축협을 시범사업으로 선발해 ICT 발정탐지기를 1억5000만원 어치 지원해 적극적으로 공급하고 올해 전국 한우조합원 2800농가에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생축이 거래되는 가축시장에도 전자경매제도인 ‘스마트 가축시장’을 도입,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원격 응찰이 가능하게 됐는데, 올해 12개 축협 가축시장에 시스템을 보급한다.

스마트 가축시장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구제역 등 악성가축전염병이 발생해 가축시장이 폐쇄됨으로써 축산농가들이 피해를 입는 일도, 생축 공급에 차질을 빚는 일도 없게 될 것이다.”

 

- 일선축협들과의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계방안이 있나?

“도시형 조합과 농촌형 조합들의 격차가 너무 크다. 그리고 중앙회가 일선조합들의 축산물을 팔아준다며 추진한 ‘판매농협’의 진행상황도 당초 목적대로 원활하지 못했다. 상생자금 등을 통한 지원도 한계가 있다. 사업을 통한 연계를 고민 중에 있다. 

일단 부천복합단지 등을 활용하고,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온라인 비대면 유통채널인 ‘농협LYVLY’의 활성화를 꾀할 것이다. 최신 소비트렌드 맞춤형 구매환경을 조성하고, 축산물 도소매 유통역량을 강화해 일선축협에서 생산하는 고품격 축산물 판매를 적극 지원한다. 

라이블리는 국내 대표 온라인 축산물 전문몰을 목표로 B2C와 B2B를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B2C에서는 라이브커머스 전문몰을 구축해 자사몰과 대형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동시 중계로 단시간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메타버스 커머스를 활용한 가상 현실 마케팅도 검토 중이다.

라이블리 내 지역 명품관에서는 지역 브랜드 20개가 입점되어 있으며, 다양한 지역의 축산물 브랜드를 소비자들이 입맛에 맞게 골라 주문할 수 있어서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두 만족하고 있다. 최근에는 횡성‧홍천축협이 입점을 요청해 와 이달 중 신규 입점 예정이다. 

B2B에서도 음성 가공센터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매취사업을 확대할 것이다. 온라인 취급 물량의 증대로 음성물류센터 창고 증설을 검토 중이다. 또 초신선상품인 축산물의 특성에 맞춰 새벽 배송, 당일 배송 권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안심축산에서도 배민스토어에 입점을 추진 중이다. 각 지역별 축산물 판매장을 연계한 공급망을 토대로 전국적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도매 부분에서는 계통매장 통합구매 확대로 최적의 축산물 유통체계를 구축한다. 축산 전문MD에 책임운영제를 도입해 밸류체인 전과정을 책임지고 현장 영업을 담당하도록 했다. 작년 5명이었던 MD를 사내 육성해 올해 10명, 향후 2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통합 구매 공급분에 대해서는 공판장 가공비 및 이용도축수수료를 원가 수준으로 인하하고 부천, 음성, 나주, 고령에 위치한 미트센터를 한우 부분육‧소포장 공급기지로 활용해 통합구매 참여를 단계적으로 확대시켜 올해 매출액을 1600억원까지 증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전문화를 강조했다. 설명을 해달라.

“협동조합이 전문화되고 심화된 역할을 수행하려면 직원 역시 보다 전문화돼야 한다.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축산경제 내에서도 인재들이 많고, 전문성을 유지하려고 자기 계발하는 직원들도 많다. 그런 인재들을 찾아내고 육성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책임자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활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단점을 지적하고 장점을 찾아내는 것,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 등이 중요하다. 

축산을 둘러싼 상황이 너무 어렵다. 그럴수록 소통하고 화합하고 그를 통해 단합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말하는 것보다 듣기를 좋아하는 자세를 임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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