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규제‧수해 피해 난관 속 재도약 안간힘

관광특구‧천혜의 청정지역
축산하기엔 오히려 악조건
인구 줄어들고 고령화 심각
작년 조합원 400여명 정리

한우산업 번식기반 최적지
지리적 특성 살려 개량 초점
친환경‧자연순환 농업 실천
지속 가능 축산업 자리매김

2020년 수해 때 막대한 피해
조합장‧전직원 복구 구슬땀
작년 당기순익 4억여원 기록
정상화되기까지 지원이 절실

사랑의 계란나눔 에그투게더 행사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랑의 계란나눔 에그투게더 행사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순한한우 명품관 전경.
순한한우 명품관 전경.
구례축협 하나로마트 정육코너.
구례축협 하나로마트 정육코너.

 

전창동 조합장.

[축산경제신문 권민‧염승열 기자] 구례지역의 축산업은 축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진 데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지자체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고령화와 무허가 축사 적법화 등이 진행되면서 이미 많은 농가들이 생업에서 이탈한 상태다.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진 구례지역의 축산업은 2020년 여름 수해 때 ‘물폭탄’ 세례까지 받아 거의 아사직전 상태까지 내몰렸다.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축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 바로 구례축협의 전창동 조합장과 임직원들 그리고 조합원들이다. 

특히 전창동 조합장은 자신의 축사도 완전히 물에 잠겨 복구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안위를 먼저 챙기는 책임감을 보였고, 물에 잠긴 하나로마트를 정비하고 빠르게 재오픈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구례지역의 축산업은 다시금 작지만 강한 조합의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구례 지역은 전남도 북동부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산 중 하나인 지리산국립공원을 끼고 있고, 명승 고적이 많아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천혜의 청정지역이지만 오히려 축산하기에 좋은 곳은 아니다. 

특히 축산업의 규모로 볼 땐 한우 사육마릿수 8000여 마리로 국내에서 울릉군 다음으로 작은 조합이다.  

전창동 구례축협 조합장은  “구례군은 인구 2만5000여 명에 경제활동 인구는 1만 명도 채 되지 않고, 출생 30명에 사망 200명으로 인구수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특히 축산농가 고령화는 심각해 지난해만 해도 400여 명의 조합원이 정리돼 현재 615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3월 취임한 전 조합장은 줄곧 축산업이 농촌에서 유일하게 지역 경제 활성화를 시킬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희망이 있다고 강조해 왔다. 

전 조합장은 “지리적으로 전남도가 청정 지역이며, 특히 구례군이 외진 곳이기에 한우산업의 번식기반을 조성하기에 최적의 지역”이라면서 “우량소의 종자를 개량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임을 자신한다. 

전 조합장이 송아지 개량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영세농가가 많은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장점으로 살리고 싶기 때문이다. 대농가 위주의 비육사업보다는 영세농가에게 유리한 번식사업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특히 구례지역은 ‘청정’의 이미지와 가장 잘 맞는 곳이어서 친환경 축산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종농가와 축산농가가 함께 자연순환농업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귀농‧귀촌인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에도 번식 위주의 사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유다. 바로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송아지 한 마리의 가격을 일반 송아지 가격의 두 배를 받고 팔 수만 있다면 축산농가의 소득 안정은 물론이고 전체 한우산업의 질적인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신념이 전창동 조합장으로 하여금 개량에 더 힘쓰게 만든 계기였다. 

구례축협이 합병의 위기에서 살아남게 된 것도 바로 개량을 통한 축산업 기반 구축이 어느 정도 성공한 결과물이었고,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계기도 바로 구례축협만의 특징을 특화한 덕분이었다. 

지난해 구례축협은 생산지도비 500만원, 유통활성화지원 1억원, 농업인 실익지원 6000만원을 비롯 배합사료 이용장려금, 고급육 출하포상금, 가축시장 한우 출하운송비 지원 등 다양한 환원사업을 전개했다. 

당기순이익은 4억600만원으로 그 전년도인 2020년보다 4000만원 증가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정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2020년 구례축협이 수해 때 군 전체가 물폭탄을 맞아 거의 잠겼던 사실에 비춰보면 정상화를 위한 임직원들의 노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2020년 여름, 집중호우와 섬진강댐 홍수조절 실패로 빚어진 수해는 구례축협 최대의 위기였다. 구례 지역 최대의 소 사육단지였던 양정마을은 범람 직전까지 43개 농가에서 1508마리의 한우를 사육했다. 하지만 폭우로 461마리가 폐사했고, 99마리가 유실됐다고 한다. 일부 소는 인근 사찰로 피신하거나 심지어 남해 무인도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구출된 소의 폐사가 잇따랐고, 파상풍‧폐렴‧탈진과 기아‧스트레스에 따른 후유증 등 2차 피해도 심각했다. 정부가 구례읍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했지만 보상금이 턱없이 적어 살 길조차 막막한 실정이었다. 수해피해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자신의 우사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창동 조합장은 자신의 우사를 돌볼 수가 없었다. 조합 정상화와 피해 조합원들의 복구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전남도를 통해 소 입식 자금 15억원을 ‘후정산’ 조건으로 지원받았다. 

전 조합장은 당시를 이렇게 설명한다. 

“당시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받아 합천은 12%, 구례는 48% 보상으로 액수가 결정났지만, 자금이 풀리지 않아 농가들은 당장 사료값, 대출 비용도 갚지 못하고 있었다. 입식을 하려고 하는 데 수중이 무슨 돈이 있었겠느냐?

완파된 농가에게는 1200만원을 지원해 준다고 하지만 가진 돈이 있어야 먼저 보수를 할 것이 아닌가? 게다가 전남도 녹색자금 지원은 먼저 소를 입식한 후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살림조차 모두 다 잃고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어떤 일도 구상할 수 없었다.”

전 조합장을 중심으로 임직원 모두 무너진 조합원들의 생활을 되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조합의 마트마져 물에 잠겨 70여 일 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지만 그나마 배당이라도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런 노력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수해 피해 이후 하나로마트 주차장을 유료화하고 수익금 전액을 수해피해 복구와 지역 상생자금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마트가 정상화되면서 그 약속이 지켜졌음을 마트 앞에 플랜카드로 내걸었다.  

전창동 조합장은 이번 수해 피해와 그 복구 과정을 통해 ‘위기는 또 다른 도약의 기회’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위기가 닥치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하나로 뜻을 모으는 그 과정에서 조합의 미래를 보았다는 것이다. 

RCEP, CPTPP 등 농축산 강대국들의 축산물이 완전히 개방되고, 국내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축산업의 미래가 암울하지만 그래도 길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강한 생존의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희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조직이 보다 전문성이 있어야 하므로 구례축협은 직원들의 전문화 교육을 장려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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