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서울의 한 대형소매유통매장의 정육코너에는 ‘100% 식물성 고기’라는 광고 문구를 달고 언리미티드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 축산관련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축산물을 취급하는 정육코너에 축산물도 아닌 제품이 축산물 행세를 하면서 소비자를 혼동시키느냐는 반발이다. 정육코너에서 빼고 따로 판매하라는 공문도 보내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체육 육성대책과 관련해서도 ‘육(肉)’자를 써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일부에서는 “단순히 용어를 가지고 트집을 잡는다”느니 “밥그릇 싸움”이라느니 하면서 축산관련단체들의 이같은 반응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정말 축산인들의 주장이 허무맹랑하고 트집잡기로 폄훼될 만한 것일까?

 

식품업계의 마케팅


대체육의 의미를 한 번 보자. 대체육을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두 가지로 말할 수 있겠다. 먼저 ‘00를 대신하는 고기’인데 여기서 ‘00’가 무엇인지 대상이 없다. 둘째, ‘고기를 대신하는 00’인데 여기서도 뚜렷한 실체가 없다. 그렇다면 ‘00’는 뭘까?
국어사전에 ‘고기’는  ‘식용하는 온갖 동물의 살’로 정의되어 있다. 지식백과에서도 ‘소·돼지·양·염소·토끼 등의 수육(獸肉)과 닭·오리·꿩·칠면조 등 조육(鳥肉)의 총칭’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대체육이란 ‘고기를 가장한 어떤 식품’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자면 ‘가짜 고기’라는 뜻이다. 
대체육이란 대형식품가공업체들이 동물복지와 식품의 안전성, 환경보존이라는 높아진 소비자들의 윤리의식에 편승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낸 초가공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초가공식품이란 식품 색소, 조미료, 인공 방부제 같은 첨가물을 넣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식품을 말한다. 우리가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인기 있는 식품은 거의 다 초가공식품이다. 
대형식품가공업체들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하나 둘씩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오로지 ‘이윤 추구’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마케팅이 중요한데, 그 마케팅 과정에는 경쟁 식품인 기존 축산물의 부정적 이미지 확산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대체육을 고집하는 이유에는 3가지 축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잠재되어 있다. 첫째, 축산업은 환경 오염산업이다. 둘째, 비만과 각종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 셋째, 동물복지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축산업의 규모가 축소돼야 한다 등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지금 일반인들에게 축산인들이 마치 용어 하나에 목숨을 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 용어 하나에  이러한 왜곡된 인식이 고정화될 수 있다는, 그로 인해 그릇된 섭식을 마치 윤리적 소비로 오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본질이다. 
대형식품가공업체들의 ‘대체육이 실제 육류와 영양성분이 다르지 않다’는 홍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대체육 18개 제품과 소고기 제품 18개의 영양성분을 비교한 결과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0개의 대사물질 가운데 약 90%에 해당하는 171개 항목이 달랐는데, 아미노산‧아미노산 결합체 등 신체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사물질을 포함한 22개의 대사물질이 육류에만 존재했다고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적했다. 

 

미국에선 ‘금지’ 법안


그렇다면 대체육은 식품 안전성에 적합한가? 곡물류에서 추출한 다양한 식물성 단백질과 고기와 유사한 맛과 모양을 내기 위해서는 각종 첨가물이 혼합되는데, 곡물류의 대부분은 유전자 변형 곡물이, 첨가제에는 식의약품 화학첨가제가 필수적으로 더해진다. 
배양육의 경우엔 생산 과정에서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등 여러 첨가물이 함유되며, 소나 말 태아의 혈청을 사용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미 정착단계에 접어든 미국에서는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으로 구분해 각각 관련 기관에서 제도를 마련하고 생산 과정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텍사스 주의회는 인조 단백질 제품의 라벨에서 ‘고기’ 용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고기라는 공식정의가 충족되지 않는 한, 유사한 질감이나 맛, 조리법을 주장하기 위해 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또는 변형이라는 단어가 포장에 사용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소비자를 오도할 수 없게 만들었다. 
버거와 소시지 같은 다른 용어는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 법안으로 도축된 동물이 아닌 곤충, 식물, 세포배양으로 식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은 고기라는 라벨을 사용할 수 없다. 
축산인들이 대체육이 고기가 아니므로 ‘육’자를 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내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단순한 트집이 아니다. 대형식품가공업체들의 이윤추구에 휘말려 그릇된 식생활 패턴으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농락당해서는 안된다는 의식 바로세우기다. 
식품가공업체들이 정 그런 식품을 팔겠다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주장이다. 자본을 앞세워 가뜩이나 왜곡되고 부정당하고 있는 기존의 산업을 흔들어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거기엔 탁상행정에 몰두하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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