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봉군‧기자재 태반이 전소
머물 곳조차 없어 모텔 전전

완전히 전소된 경북 울진의 양봉장 모습.
완전히 전소된 경북 울진의 양봉장 모습.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동해안 산불에 강원·경북 양봉농가들이 초토화됐다.   
열흘간 역대 최장기·최대 피해를 입힌 산불로 기록되고 있는 가운데 강원·경북 양봉농가의 피해도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은 동해, 삼척, 정선, 태백에서 16개 양봉농가, 1700여 군이 전소됐다. 동해와 태백 소재 양봉농가에 피해가 집중됐다.  
벌통뿐만 아니라 채밀기, 냉동기 등 양봉기자재와 창고 등도 함께 전소되면서 피해 복구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태백의 한 양봉농가는 “곧 채밀할 시기가 다가오는데 벌통이 타버려 눈앞이 깜깜하다”며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 앞으로 어찌할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경북도 피해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경북 울진은 30여 개 양봉농가, 3000군이 화마에 휩쓸렸다. 특히 사는 집까지 전소돼 오도 가도 못하는 곤란한 처지에 놓인 농가도 10여 군데에 달한다. 
울진의 한 양봉농가는 “급히 맨몸으로 집에서 뛰어나와 가족들과 모텔을 전전하는 상황”이라며 “삶의 터전을 완전히 잃어 재만 남았다”며 한탄했다.
이어 “연이은 대흉작과 꿀벌집단실종에도 견뎠지만 더 이상은 버틸 힘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동해안 산불의 여파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산불에 생존한 꿀벌들은 이미 다량의 연기와 유독가스에 노출돼 겉은 멀쩡해도 채밀활동에 필요한 생체기능은 손상됐기 때문이다.
한 꿀벌수의사는 “사람도 화재 시 연기를 흡입하면 사망할 수 있는 것처럼 엄지손톱만한 꿀벌에게는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금은 멀쩡해도 중요한 4~5월 채밀시기 정상적인 꿀벌로써 활동하기엔 무리가 있는 데다 화재 진압에 사용된 헬기의 프로펠러도 꿀벌에 강한 스트레스를 유발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양봉협회 강원지회와 경북지회는 동해안 산불 재해농가 지원을 위해 각각 소초광 420만 원, 스틱꿀 350만 원, 재해농가 위로금 1300만 원 등 특별예산을 편성해 지원한다. 
이와 함께 양봉협회 역시 재해농가 구제를 위해 협회 모금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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