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응애류’ 최소화 위해
여러 약제 3배 이상 살포
월동 전 발육에 나쁜 영향
이상 고온 이른 시기 개화
약화된 봉군 체력도 저하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베일에 쌓여있던 꿀벌집단실종 미스터리가 윤곽을 드러냈다.  
최근 전국 양봉농가에서 잇따라 꿀벌집단실종이 발생한 가운데 민관합동조사에서 해충·이상기후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 14일 농촌진흥청은 꿀벌집단실종 민관합동조사 결과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7일부터 2월 24일까지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자체, 한국양봉협회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반은 전국 9개 도, 34개 시·군 99호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꿀벌집단실종은 전국에 걸쳐 발생했는데 특히 전남, 경남, 제주지역 피해가 다른 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다. 현재 지자체를 중심으로 정확한 전국 피해 현황을 파악 중이다.
민관합동조사반 관계자는 “거의 대부분 피해 봉군에서 응애가 관찰됐다”며 “일부 농가에선 꿀벌응애류 피해를 최소화할 목적에 여러 약제를 최대 3배 이상 과도하게 사용해 월동 전 꿀벌 발육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예찰이 어려운 응애류 발생을 농가에서 인지하지 못한데다 지난해 8월까지 사양꿀과 로열젤리 생산으로 적기 방제도 미흡했다”며 “월동 일벌 양성 시기에 응애류가 급격히 증가해 월동 꿀벌 약군화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방제가 매우 어려운 기생성 응애류와 포식성 말벌류는 월동 봉군 양성 시기(8∼9월)에 최대로 번식하는 생태 특성이 있다. 지난해 9월에서 10월까지 이어진 저온현상에 꿀벌 발육이 원활치 못했고, 11∼12월 고온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한 것도 봉군 약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민관합동조사반 관계자는 “강한 봉군들은 단단하게 밀집해 외부환경에 강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약한 봉군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약화된 봉군으로 월동 중이던 일벌들이 화분 채집 등 외부활동으로 체력이 소진됐고, 외부기온이 낮아져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남의 한 양봉농가는 “민관합동조사반 조사결과는 양봉농가들의 미흡한 사육으로 꿀벌집단실종이 나타난 것으로 비춰진다”며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한 게 아닌 전국 단위 대규모로 발생한 것을 보면 근본 원인은 이상기후로 급변하는 사육환경이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전남의 한 양봉농가도 “대부분의 양봉가들은 수 십 년 이상 꿀벌을 키운 베테랑인데, 과도한 약제사용으로 전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꿀벌이 사라졌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이상기후가 연이은 대흉작으로 이어지면서 먹이가 부족해 꿀벌 면역력이 약해짐에 따른 현상”이라고 말했다. 
양봉협회 관계자는 “양봉농가 스스로 꿀벌집단실종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할 수 없다”며 “양봉산업 지속을 위한 정부의 신속한 선제적 지원으로 꿀벌집단실종에 흔들린 양봉농가 구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식품부 등 관련 기관은 양봉농가에게 종합적인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경영회생자금과 농축산경영자금 등 지원사업 안내와 꿀벌 구제약품을 지원한다. 꿀벌응애 친환경 방제기술, 월동 꿀벌 관리기술 자료 발간 등 현장 기술지원도 확대한다. 산업체와 공동연구로 안전성과 효능이 뛰어난 천연물 유래 응애 구제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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