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가축전염병 방역 최일선에 있는 공중방역수의사의 80%가 “농식품부 가축방역 정책은 실패했다”고 밝혔다.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회장 조영광, 이하 대공수협)는 전국에서 복무 중인 공중방역수의사 전원(447명, 2월 기준)을 대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444명 답변) 농식품부 가축방역 정책에 대해 △매우 긍정적 5명(1.1%) △조금 긍정적 48명(10.8%) 등 긍정 답변은 11.9%로 나타났다. 반면 △매우 부정적 213명(48%) △조금 부정적 135명(30.4%) 등 부정적인 답변은 78.1%를 기록했다. 또 △비과학적 △비전문적 △비상식적인 사항을 중심으로 방역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방역 정책 수립·시행시 실무자와 전문가 등 현장 목소리 반영을 주문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8대 방역 시설 설치 의무화 △양돈장 앞 통제초소 설치 △생석회 도포 등을 꼽았다. “8대 시설은 과학적인 근거가 확실하지 않고, 일부 유럽 국가에서 시행 중이라는 이유로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드시 개선해야 할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농식품부는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공중방역수의사들은 임기제(3년) 공무원 신분으로 늘 가축방역 현장에 있다. 농식품부 소속으로 가축전염병 예찰 및 긴급 방역 조치, 원유·도축 검사, 가공장 위생관리, 병원성 미생물 검사, 수출입 동물, 축산물 질병·위생 검사 등을 담당한다. 현장에 있는 이들이 농식품부 가축방역 정책에 낙제 점수를 줬다. 
다수의 전문가는 “ASF·고병원성AI 등 가축전염병 방역 정책은 없다”고 단언한다. ASF는 야생멧돼지가 옮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포획 속도로는 개체수 감소는 불가능하다. 이에 농식품부는 ASF 방역 대책 일환으로 농장 차단 방역 강화를 강조한다. “8대 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양돈장은 각종 지원사업에서 배제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부족한 건폐율 문제 해결은 농가 몫이란다. 농가는 농식품부 지원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면 또다시 무허가축사(전실)를 만들어야 한다. 수많은 양돈장은 “구조상 합법적인 전실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결코 위법을 강제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1000km의 광역울타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ASF 야생멧돼지는 결국 충북과 경북까지 확산했다. 이 예산을 농장 울타리 설치에 지원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농식품부는 ASF 통제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농장 단위 차단 방역 구축에만 열을 올린다. 이는 분명 반쪽짜리 방역 정책이다.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고병원성AI는 날씨가 서늘해지면 발생하고 따뜻해지면 사그라드는 패턴을 보인다. 농식품부는 매년 규제를 강화하며 이것을 성과라고 내세운다. 과연 실효성 있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곱씹어야 한다. 반면 ASF나 고병원성AI의 농장 간 수평전파가 크게 줄었다. 현장의 변화를 방역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가축방역은 농가의 자발적인 협조 없인 불가능하다. 농식품부는 규제 중심의 방역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한 축산농가는 “신고한 농장이 손해 보고 죽일 놈 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한탄한다. 옥죄어숨을 쉬지 못하는 가축방역 정책에 긴급 인공호흡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가축방역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 과정을 거쳐 지금과는 다른 정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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