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푸르른 봄을 시기하던 꽃샘추위가 가고 따스한 봄날이 돌아왔다. 
따스한 봄볕을 고대하던 이들은 이를 만끽하기 바쁘다. 슬프게도 모두에게 찬란한 봄이 오지 않았다. 낙농가들은 차디찬 겨울의 끝자락에 아직도 머물러있다. 낙농가들이 정부와 맞서 거리로 나선 지 오늘 23일째(3월 10일 기준)다. 아직도 춥디추운 겨울처럼 낙농가들의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지난 2월 16일 총궐기부터 한 달이 다되도록 낙농가의 외침만 메아리칠 뿐 그들의 목소리에는 응답이 없다. 낙농가들이 길거리로 나선 까닭은 지난해 8월부터 정부 주도로 추진된 낙농 산업 제도개편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제도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낙농환경을 조성하고 수입 유제품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용도별 차등제 도입과 낙농진흥회 의사 결정 구조 개편을 내놓았다. 낙농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원유 수급 불균형을 겪을 때마다 지속해서 제기되어왔던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이번 정부가 실제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부의 제도개선안에 대해 생산자는 전면반대를 선언한 가운데 유업계와 소비자. 학계는 제도 개선의 기본방향에 찬성하면서 생산자들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수세에 몰린 낙농가들의 목소리는 처절하게 외면당한 채 연말, 정부는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공표했다. 
낙농가의 저지로 전국 순회 설명회가 무산되자 설명회 역시도 일방적으로 온라인으로 치른 정부는 일련의 상황들을 공개하면서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낙농가들은 동등한 위치에서 논의를 시작해도 어려운 상황인데, 수세에 몰린 채 일방적인 제도개편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폐지론을 들고 나왔다. 수개월동안 들끓던 여론은 연초부터 활활 타올랐고 지난달 16일 전국 총궐기를 시작으로 그들의 장외투쟁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낙농가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제도 개선에 맞서 생존권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제도 개선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2월 낙농진흥회 정관 효력 정지를 선언한 정부는 이후 낙농진흥회를 소집하고 제도 개선을 밀어붙일 계획이었으나 정치권의 만류로 진흥회 이사회 소집이 잠정 보류됐다. 
개정된 이사회가 소집되면, 생산자가 불참한다고 하더라도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개의되며, 정부의 요구로 제도개선안이 상정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사회를 미뤄둔 것뿐이지 해결된 것은 전혀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 한 달여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양측의 소모전도 여전하다. 먼저 생산자측은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면서 선전포고한 가운데 농식품부는 농촌경제 연구원이 발표한 젖소 관측에서 원유생산 및 수급 예측정보를 제외시켜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제도개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과 제도개편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관측발표가 무의미하다고 밝혔으며 생산자측은 후안무치하다면서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대화의 창구가 없다는 것이 참으로 답답하다. 서로의 입장을 확인할 뿐 대화의 여지가 없으니 사태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나 생산자, 양측의 싸움의 명분은 같다.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을 위해서다. 같은 명분을 가진 이들이 하루빨리 대화의 창구를 열어 그들에게 봄이 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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