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 경제성장으로 성공한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농업국가에서 중공업국가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패망 독일이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킨 그 이상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그 경제 성장이 박정희 군사 정권이 그나마 평가받고 있는 유일한 성과다. 물론 평가에 따라 명암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의 60대 이상 노년층의 뇌리에는 ‘하면 된다’는 군인 정신이 늘 자리잡고 있다.     

하소연을 ‘떼쓰기’로


이러한 무대포 정신은 창업 시기의 기업이념으로는 가장 적당한 의식이요, 덕목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는 어떤 조직이든 기틀을 세우는 데 없어서는 안될 정신이다. 
하지만 조직이고 나라고 일단 안정 궤도에 들어서면 성장기조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관리가 중요하다. 무대포 정신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치단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희생이 하나의 미덕이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다시금 퇴보하지 않도록 그에 맞게 조직을 새롭게 짜야하고 그에 필요한 인재와 마인드가 필요하다. 목표를 달성한 후에도 이전과 똑같은 사고방식을 견지하라는 것은 조직원의 자발적 희생이 강요된 피해로 바뀌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가 주도란 전반적으로 산업을 일으킬 수 없도록 피폐된 자원과 먹고 살만한 방편이 없어 낭비된 인적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생산에 배분하느냐를 국가가 나서서 지도하고 권장하고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강의 기적’을 경험한 대한민국의 사회는 지금까지도 뼈속 깊이 ‘하면 된다’의 모순에 빠져 있다. ‘그러니 힘든 일이 너의 어깨를 짓눌러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라는 강한 긍정보다 ‘그러니 불평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강하다. 그래서 아직도 문득문득 그런 투의 책망들이나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지금 축산인들은 잇따라 발표되는 축산정책과 그동안 농식품부의 행태를 보면서 ‘농정독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무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쪽으로 옥죄인다는 것이다.
이웃집 아이들과 싸움이 났는데 부모가 나서서 제 자식이 잘못했다고 꾸지람을 주거나 억울하다고 하소연 했더니 오히려 뺨을 때리고, 게다가 자기 체면 때문인지 자식이 못났다고 아예 밖에도 나가지 말라고 문을 걸어 잠그는 격이다. 
평범한 일반 가정이라면 부모가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도 함께 자리하면서 무엇이 불만이고 어떻게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지 소통하기 위해 짬을 낸다. 왜 자식들이 엇나가는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된다. 
축산인들이 시위가 전 축종에서 일어나고 있는 요즘, 농식품부가 조금이라도 축산에 관심이 있다면 좀 더 성찰해 볼만도 하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축산인들의 하소연은 그냥 ‘떼쓰기’로 인식되는 모양이다. 
철 없는 아이의 떼쓰기에는 무대응이 약일까? 아니면 회초리가 약일까? 농식품부가 2월 말에 축산단체들에 보낸 ‘축산자조금 예산운용지침 개정 검토안’을 보면, 농식품부가  축산농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장관 고발 사태까지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축산자조금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물가변동 상황에 대응하는 등 정부정책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각 단체가 수백 억원대의 자조금을 방만하게 운용한다는 것이 구실이지만 이번 개정 검토안은 자율이라는 자조금의 성격을 ‘강제’라는 타율적으로 완전히 바꾸겠다는 뜻이다. 
농가의 운용이 믿을 수 없기에 정부가 나서서 관리하겠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에 더해서 정부가 해야 할 일들까지 이참에 덧붙여 하겠다는 것이다. 농가가 산업을 위해 의무적으로 갹출한 돈을, 그에 상응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빼앗아가겠다는 뜻이나 다름이 아니다. 
자조금의 재원은 정부의 출연금 또는 보조금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농가들이 거출하는 의무거출금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주인공들인 농가들의 의견은 소비홍보사업을 통한 소비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것을 수급 안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농가들의 희망보다 농식품부의 희망일 뿐이다. 
게다가 축산자조금법에는 관리위원회가 운용‧관리하고, 관리위원회가 운용계획안을 작성,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농식품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예산 편성과 집행 등에 관한 것을 농식품부 장관이 별도로 정할 수 있는 규정이라고 유권해석하는 것은 위법이다. 
농가들로 구성된 대의원회에서 선출한 관리위원들의 권한을 빼앗아 농식품부 장관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는 것이야말로 ‘독재’를 하겠다는 선언이다. 
자조금은 외국산 축산물과 힘겨운 경쟁 속에서 국내산 축산물이 그나마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주었다. 게다가 국내 축산물의 올바른 지식 전달 등으로 최근 팽배해지는 축산업의 부정적 시각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축산정책에 대한 축산인들의 반발을 진압해보려는 요량이라면 방향을 잘못 잡았다. 지금은 21세기다. 장관의 피소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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