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ASF는 2019년 9월 17일 국내 첫 발생(경기 파주)을 기록했다. 3월 4일자로 900일(2년 5개월 15일)이 됐다. ASF는 그동안 사육돼지에서 21건(4일 기준), 야생멧돼지에서 2269건이 발생했다. 감염 폐사체 수는 지난 2월 228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감염 범위는 경기, 강원, 충북, 경북으로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감염 폐사체가 충북 보은, 경북 상주 등에서 계속해서 나오면서, ASF 상재화를 기정사실로 인식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고 ASF 상재화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SF 연중 발생을 전제로, 기존 방역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보다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5일 제2축산회관에서 ‘ASF 현실, 한돈산업 무엇을 해야 하나’란 주제로 열린 제1회 한돈전략포럼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이날 행사는 한돈양돈연구회와 돼지와사람이 공동 주최했다.
정현규 도드람양돈연구소 고문은 “야생멧돼지 이동속도로 봤을 때 ASF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ASF 상재화는 이미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ASF 상재화 상황을 받아들이고 농장 발생을 예방,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한돈협회가 중심이 되어 상재화 대응 방안 초안을 만들어 정부와 업계에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영 도담동물병원장은 “ASF가 상재화 됐다는 것을 정부도 인정해야 한다. 상재화 상황에서는 중점방역관리지구, 이동제한, 살처분 등이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며 “ASF 발생 시에는 해당 농장만 살처분하는 정책 전환 등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강권 한국양돈연구회장(거니양돈 대표)은 “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 정책 속에 농가만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8대 방역 시설에서 전실의 경우 뚜렷한 규격이나 제도 개선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설치만을 강조하지만 지자체(건축과)는 건폐율로 인해 설치를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또 “ASF가 홍천에서 발생한 이후 정부가 지하수를 먹이지 말라고 해 상수도를 신청했다. 그런데 지자체는 돼지한테 상수도를 먹이려 한다고 핀잔을 줬다”고 한탄했다.
최영길 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장은 “중점방역관리지구 양돈장들은 비육돈 지급률 하락, 도체 품질 저하, 유통 상인 이탈 등의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사료나 동물약품을 타지역에서 들여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적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추가 비용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수의 다른 전문가들도 “정부는 ASF 상재화를 인정하고 이에 맞는 방역 정책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이러스의 특성, 농장 지리적 입지, 사육 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방역 시설 강화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8대 방역 시설 설치는 실효성보다는 정부의 ‘자기 위안’에 목적을 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부는 살처분 범위 축소 외에도 중점방역관리지구 해제, 8대 방역 시설 의무 설치 폐지 등을 요구하는 농가와 전문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년 5개월이 넘는 긴 기간에 걸친 ASF 방역으로 인해 농가 피로도는 극에 달해 있다. 지속적인 야생멧돼지 개체수 감소 노력과 함께 현실에 맞는 방역 정책 개선작업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정부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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