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지난 16일 여의도에서는 전국의 낙농인들이 농식품부의 낙농 제도개선 강행에 반대하기 위해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 슬로건은 ‘농정독재 철폐, 낙농기반 사수’였다. 
하루에 두 번의 착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낙농인들이 거리로 나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낙농인들이 이날 들고 나온 구호가 바로 40대 후반 이후의 중장년층이면 누구나 젊은 시절 그토록 힘겹게 싸웠던 ‘독재’다. 그 ‘독재 철폐’라는 구호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자신들 행위가 최선


그 섬뜩하고 끔찍한 단어가 왜 등장한 걸까? 
사전적 의미를 따지면 독재란 하나 또는 소수에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정치적 상태다. 그렇다면 지금 낙농인들이 부르짖는 ‘농정독재’는 너무 심한 말인가? 누가 무슨 권력을 쥐고 행사하고 있는 것일까? 낙농인들의 과도한 한풀인가?
독재의 정의에 대한 설명을 좀 더 해 보자. 독재는 ‘다수의 지지를 받느냐 아니냐’, ‘정당하게 선출된 권력이냐 아니냐’는 요건을 만족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설령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권력이라고 할지라도 권력에 대한 견제가 불가능하다면 독재적 상태가 성립된다고 정의되어 있다. 
우리는 흔히 공산당과 같이 하나의 정당만이 인정받는 ‘일당 독재’나 우리의 현대사에 점철된 군부 독재만을 무의식적으로 독재로 알고 있지만, 민주주의로 정당성을 확보했으나 권력 독점으로 변질되는 문민 독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그렇다면 왜 낙농인들은 아니 축산인들은 지금 ‘농정독재 철폐’를 내세우고 있을까? 그 원인은 딱 한 가지다. 농축산인들을 마치 하인 다루 듯 한다는 것이다. 어떤 하소연을 해도 들으려고 하지 않고, ‘떼쓰기’로 폄훼하는 동시에 ‘꼰대 행정’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규제와 지원 중단 등을 빌미로 쉽게 길들이려는 이전의 독재 정권이 해오던 습성을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이다. 현장과 괴리된 사고방식으로 축산업을 자신들의 잣대에 맞춰 급격하게 바꾸려는 자신들의 행위를 ‘최선’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농식품부는 기재부를 통한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이 무산되자, 위법한 행정명령을 통해 낙농진흥회 정관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사상 초유의 직권남용을 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바로 낙농가 입에 재갈을 물려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연동제 폐지와 쿼터 삭감을 위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강행을 위해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개편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제 정부의 어떤 설명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의 농식품부의 행태가 축산농가들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지금 축산업은 농식품부가 축산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반발 일색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축산단체와 사전협의도 하지 않고 했다며 국회와 규제개혁위원회에 거짓보고를 하기까지 함으로써 축산농가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소규모‧고령화 농가가 많은 현실을 고려해 8대 방역시설을 의무화하는 대신 자율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는 농가의 반대가 크자, 이를 뛰어넘기 위해 편법을 쓴 것이다. 

 

업무의 책임의식을


오리농가 역시 탁상행정의 농식품부 정책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건축물만 사육시설로 인정하는 축산업 허가요건을 강화하면서 오리농장 내 초생추 분동통로 규격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신규 허가자뿐만 아니라 기존에 허가받은 농가도 해당되므로 실질적으로 모든 오리농가들은 5년 안에 초생추 분동통로를 규격화해야 한다. 게다가 향후 분동통로는 외부에서 초생추가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없도록 위, 아래, 양옆 사면을 둘러쳐 각 동을 연결하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 
오리농가들은 “전체 농가의 76.3%가 비닐하우스 등 가설건축물로 이뤄진 상황에서 정작 축사는 개보수하지 못하고 있는데, 본동통로 규격화가 웬말이냐?”고 강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현장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와 보고 정책을 수립해도 수립해야 할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도 계란이력제 전산신고제 폐지를 주장하며 무기한 1인 시위 중이다. 현재 관련 종사자들의 고령화와 인력구조 등으로는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말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도입한 계란공판장 거래 역시 마찬가지다. 농식품부는 새로운 유통 채널을 구축했다고 홍보했지만, 전문가들로부터 졸속행정이라는 낙제점을 받았다. 
축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에선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어떤 변화든 소통이 우선이다. 변화에는 반드시 뜻하지 않는 시행착오로 희생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이해하고 그 현장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생생한 경험이 중요하다. 정책은 한 번 수립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피해가 발생되면 그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공무원들에게 축산농가를 부모나 가족 같이 생각해달라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최소한 자신의 업(業)에 최선은 다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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