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몇 년 전, 환경부의 새로운 가축사육제한  거리 권고안이 발표됐을 때 ‘차라리 농식품부를 없애자’고 주장한 적이 있다. 
농식품부와 공동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에 따른 규제를 적용할 경우, 축산업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에 대한 분석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농식품부 무용론을 제기했던 것이다. 
축산업의 생존이 달린 이런 중요한 법적 제도적 규제 장치들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에서 환경부와 함께 고민해야 할, 더구나 농축산업을 이해시키고 중요성을 강조해야 할 농식품부가 오히려 환경부의 논리에 밀려 아무 주장도 펴지 못했다면 도대체 농식품부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실정 조목조목 비판


그리고 6~7년이 지난 지금, 축산업을 둘러싼 외부의 옭죄임은 한층 심화됐다. 산업의 가치와 특성과는 상관없이 ‘환경’이라는 잣대에 맞춰 농식품부 마음대로 재단하고 축산농가를 함부로 취급한다. 지금 축산농가는 축종에 관계없이 모두 파업 중이다. 
지난달 19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에 나선 농식품부를 강하게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단체장들은 가전법 개정 철회 요구와 함께 김현수 장관이 임기 동안 실시해온 축산정책 실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과도한 살처분 이후 계란 수입 지원, 군 급식에서 국산 축산물이 배제되고 수입 축산물의 공급을 방관한 것, ASF 야생멧돼지는 잡지 않고 농가만 잡고 있는 방역 현실, 원유가격에 정부가 관여해 농가들을 사지로 내모는 행위를 지적했다. 
농식품부가 추진해온 일련의 축산정책의 과정을 돌아보면, 미국의 홍보 분야의 개척자로 추앙받고 있는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생각난다.  
그는 <프로파간다>라는 홍보에 관한 책을 썼다. 당시 부상하는 홍보 산업에 이론적 지침을 주는 일종의 매뉴얼이었다. 그는 여기서 “이 나라는 ‘지적인 소수’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말한 지적인 소수는 일부 엘리트다. 따라서 지적인 소수는 일반 국민을 위해 나라를 운영해야 하며, 일반 국민이 결정을 내리게 내버려 두어선 안된다. 그들은 끔찍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동의(同意)를 조작하는 것이다. 일반 국민은 너무 멍청해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결정을 하고 일반 국민의 동의를 조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홍보라고 했다. 
버네이스는 여자들에게 담배를 피우게 한 것이 가장 큰 업적이다. 그 시절에는 여자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버네이스는 흡연이 요즘 말로 ‘쿨하다’고 여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홍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조직했다. 1930년 무렵 체스터필드 담배 정도는 피워야 한다는 식이었다. 이 캠페인의 성공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지는 아무도 계산할 수 없다. 

 

혈세 낭비 책임져야


축산관련단체장들은 가전법 개정과 관련 농식품부가 축산단체들과 사전협의를 했다고 국회와 규제개혁위원회에 거짓보고했다고 분노한다. 가축전염병 방역과 관련해서도 소규모‧고령농가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들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반발했다. 
농식품부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부터 추진할 때까지 온전히 그 영향을 받게 될 농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섣부른 엘리트 의식의 발로일 뿐만 아니라 책임 회피까지 각종 부도덕과 부조리가 혼재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농식품부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일부 국회의원들도 가전법 개정 중단 촉구에 나섰다. 홍문표‧정운천 의원은 축산농가와 사전협의 없는 도 넘은 농정독재라고 강조하면서 첨단 기술을 이용한 방역시스템 구축을 주장했다. 
또 농식품부는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이 생산자들의 반발로 무산되자 낙농진흥회 정관인가 철회 카드를 꺼내들며 낙농가들과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이로써 이사회에 생산자가 불참하더라도 개의할 수 있으며, 생산자 전원이 반대하더라도 안건 상정과 의결이 가능해졌다. 
계란가격이 폭등하자 무차별적으로 수입한 계란은 또 어떤가. 그렇게 수입된 계란 중 팔지 못한 재고가 2125만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달 ‘비축계란 재고 폐기물 위탁처리 용역’을 공고했다. 모두 폐기처분한다는 뜻이다. 
이런 일련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농식품부는 가축전염병의 원인을 농가에, 우유가격 인상을 생산자에게, 생필품 가격 상승을 농산물 수급에 책임을 떠넘겼다. 대국민 홍보를 통해, 소비자를 통해 홍보하면서 생산자‧농민의 부도덕성을 홍보했다. 
소비자보호원이 그랬다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정부의 모든 부처가 산재해 있는 산업계를 보호‧육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때 그렇다. 그렇다면 도대체 농식품부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뭔가?
“AI가 심각하게 확산되지 않고, 오히려 과잉이 우려됨에 따라 그토록 계란을 수입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는데…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낭비하고도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담당자를 징계해야 한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 농식품부의 정책 시행과 연관돼 의미있게 들리는 것은 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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