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눈덩이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경남에서 또 다시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져 양봉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지난달 전남 해남에서 발생한 꿀벌집단실종과도 동일해 군집붕괴현상(CCD, 꿀벌증발현상)의 전국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남의 경우 꿀벌집단실종이 최초 신고·접수된 해남 이외에도 순천, 장성, 고흥 등에서 피해가 속출, 전남도 전 지역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전남 꿀벌집단실종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양봉농가가 가장 많은 경남에서도 같은 현상이 연이어 일어나 올해 벌꿀 생산량에 차질을 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전남과 마찬가지로 꿀벌집단실종이 경남 전 지역에서 발생해 도내 양봉농가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특히 창녕에서는 전체 130여 농가, 벌통 2만9000여 군의 90% 상당인 2만6000여 군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1군에 100마리 정도만 남고 꿀벌이 사라져 양봉농가 생계가 위태로운 지경이다.

꿀벌집단실종 원인을 놓고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농촌진흥청은 예단할 순 없지만 군집붕괴현상(CCD) 가능성은 크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허나 양봉농가들은 “지난 2006년 발생한 미국 군집붕괴현상이 국내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냐”며 “조속한 원인규명과 함께 고사 직전의 양봉농가들에게 정부가 피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꿀벌집단실종 원인에 대해 정현조 한국양봉협회 경남도지회장은 “이상기후로 꿀벌이 꿀 섭취를 못해 면역력이 떨어져 폐사하거나 ‘이스라엘 급성 마비 바이러스’ 등 질병에 의한 폐사도 의심할 수 있다”며 “최근 전자파 교란으로 벌통에 귀환 못하는 꿀벌도 늘고 있어 다각도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남에는 양봉농가가 제일 많을 뿐만 아니라 꿀벌이 수정하는 시설채소와 과일이 전국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꿀벌이 사라지면 농작물 수정도 못하니 2차 피해로까지 번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농업과학원, 검역본부, 양봉협회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은 이달 21일부터 23일까지 강원, 경기, 제주, 충남북에서 선정된 양봉농가의 시료를 채취해 꿀벌집단실종 역학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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