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2022년 3월 이후 농민들의 삶은 아주 나아질 것이 틀림없다. 4명의 대선 후보들 누가 당선이 되어도 농민들의 소득은 안정되고 피폐된 농촌은 풍요롭게 회복될 듯 싶다. 그들이 내세우는 공약에 따르면 그렇다는 말이다. 
지난 4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주최로 열린 ‘2022년 대선 후보 농정비전 발표회’에서 대선 후보들의 농촌 비전은 각각 차이는 있었지만, 231만명에 달하는 농업인의 보다 나은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복지에 초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농수산 예산의 대폭 확대와 농어민 기본 소득 지급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청년 농업인 3만명 육성과 여성 농업인 지원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식량 장기수급계획 수립,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월 30만원의 농어민 기본소득과 직불금 확대가 핵심 공약이다. 
이들의 공약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아낌없이 ‘퍼주기’다. 세금 혜택을 주고, 특별법을 제정해 각종 규제에서의 예외를 허용하고, 직불금을 늘리는 등 도농 간의 소득 격차를 세금으로 메워준다는 것이다. 
이날 이들 후보의 공약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 누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어도 농어민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 공약 속에는 농어민은 자체적으로는 또는 자생적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무능력하고 불쌍한 부류이니 도와줘야 한다는 동정론, 몰이해가 의식 속에 깔려 있다. 현 정부의 농정 기조의 재탕 삼탕에 다를 바 없고, 어떤 후보는 자신이 내세우는 공약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다. 
이들 후보들이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그나마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해야 하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이재명 후보는 “농업인력지원특별법 제정, 생산비보장 근본대책 마련, 재해비상대책 수립으로 농민이 일손 걱정, 재해 걱정 없이 영농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식량 자급 목표를 60%에 맞추고 이를 위해 공공급식 체계를 확대함으로써 이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15년 50%대를 회복한 후, 2018년부터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곡물자급률도 29.6%p서 21%로 급락했다. 올해 정부가 세운 식량 자급률 목표치는 55.4%와 곡물자급률 27.3%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60%는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이 없다.  
한국 농업은 2000년대 이후 미국‧중국‧EU 등 농업 강국들과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추가 타격을 입었다. 개방형 통상 경제가 최적의 경제전략이며, 비교우위가 낮은 식량은 외국에 의존하면 된다는 안이한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농업 관련 예산을 직접, 확실하게 챙기겠다”면서 청년농업인 3만명 육성, 여성 농업인을 위한 정책 지원 제도 정비를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여성 농업인 맞춤형 농기계 개발, 자녀돌봄 서비스, 영농 도우미 제도 확대를 언급했다. 
그토록 잘못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농정을 답습하고 있는 데다, 대통령이 모든 정사를 다 돌보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의 농정을 내세운다. 그는 대통령은 똑똑하지 않아도 전문 인력을 제대로 쓰면 된다고 주장하는 후보다. 

 

농촌은 나아졌는가?


안철수 후보 역시 곡물 대량생산국의 식량 무기화에 대비해 ‘식량장기수급계획’을 내세운다. 특히 농가소득에서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10%로 상향하기 위해 현재 약 2조4000억원의 예산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심상정 후보 역시 여기에 대해서는 같은 의견이다. 그는 곡물 자급률을 30% 이상 향상시키겠다고 했다.
이들 후보의 공약은 농어민들에게는 마치 선물과도 같다. 하지만 농어민에 필요한 것은 선물이 아니다. 활기를 잃은 농촌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동기부여다. 농어민은 거지도 아니고 불우이웃도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당하게 일하고 그로 인해 산출되는 안정적인 소득이다. 
더 이상 국가경제라는 명분을 제시하고 양보를 강요하는 희생양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성장주의적 시각으로 농업에 대한 몰이해로 농어민들을 몰아붙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이들 후보들의 공약을 축산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축산업은 아예 언급도 되어 있지 않거나 단지 농업의 한 지류(支流)로 취급될 뿐이어서 더 서글프다. 게다가 지금 축산업이 파업 중임에도 아픔을 달래려 하지 않는다. 
2017년 대선 때도 농촌분야 공약은 크게 농촌 개발과 농촌 복지가 중심이었다. 지방 소멸과 맞물려 급속히 해체되고 있는 마을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농촌 개발과 심각한 고령화에 맞춘 의료 서비스 등 농촌 복지 강화가 화두였다. 
지난 5년 동안을 한 번 돌이켜 보자. 그러면 지금 이야기하는 공약들의 허실이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 과연 지금 농촌은 나아졌을까? 왜 5년 전의, 10년 전의 공약이 되풀이 되고 있는가?
프랑스 철학자 조제프 드 메스트르는 “국민은 그 수준에 걸맞은 정부를 갖는다”고 했다. 2022년 우리의 수준은 어느 후보를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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