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할 때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을 듣곤 한다.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괴테가 남긴 명언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다를 인용해 우리의 일상생활에 흔히 쓰이는 말이다. 
축산 관련 단체 가운데 두 단체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댓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우선 가축위생방역본부는 노-사간의 갈등이 극에 치달아 지난달 말, 설 명절을 앞두고 대규모 파업에 돌입하면서 세상에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열악한 처우 개선과 현장인력 충원, 비정상적 기관운영 정상화였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태생적 한계에 따른 고질병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계속해서 기관 관계자들이 주장해왔지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흐지부지됐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전신인 1999년 설립된 돼지콜레라박멸비상대책본부부터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거 2003년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로 특수법인으로 전환, 2007년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다양한 질병과 위생관련 사업을 수임, 업무영역을 넓혀왔다. 그 결과 정원 1200명이라는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해 나갔고 AI, ASF 등 해외를 통한 가축 질병이 지속해서 유입, 확산하며 방역본부 역할이 더 커졌다. 
문제는 여기서 나타났다. 조직이 확대된 만큼 직원들의 업무량 역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기타 공공기관에 묶여 사업대비 사업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 큰 문제는 공공기관임에도 기관장(본부장)이 비상임으로 책임 경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처우를 개선하고 기관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기타공공기관을 벗어나야 한다. 기관을 해체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순 없으니 준정부기관으로 승격해 새로운 단춧구멍을 하나 더 내는 방법밖에 없다.
또 다른 기관은 낙농진흥회다. 정부는 낙농진흥회의 출범 당시인 20여 년 전과 현재 낙농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해를 넘겨 낙농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당시에는 민간 수급조절 기구로 출범한 낙농진흥회는 전국의 낙농가 전체가 참여한 집유일원화를 통한 수급조절을 목표로 낙농진흥법을 만들고 사업을 진행했다. 그 때문에 당시 생산자들의 반발 등을 이유로 정관 및 낙농진흥법이 수정되면서 생산자와 수요자가 대등한 관계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때의 상황 때문에 첫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것. 때문에 정부는 이를 뒤집어엎어 새로운 판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어떻게해서든 잘못 끼운 단추를 모조리 뜯어내고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낙농가들은 지금까지 잘 운영되어왔던 것을 생산 농가에 유리하다고 해서 손바닥 뒤집듯 고치려 한다며 정부에 맞서고 있다. 
잘못 끼운 단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마지막 단추를 끼우기 위해서는 다시 거슬러 올라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새로운 단추 구멍을 뚫어, 균형이 맞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형태의 옷을 입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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