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전염병 반복 발생·확산 예방 차원

고급통계학 등 전문성 요구
공중 보건학의 일부로 편성
강의 내용도 제한적·단편적
졸업생 방역현장 투입 무리

역학·미생물·임상 협업 중요
전문인력 대거 양성 절대적
교육과정에 현실 반영 시급
전면적 개편 필요성도 확산

가축질병 발생 원인 파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수의역학 전문가 양성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가축질병 발생 원인 파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수의역학 전문가 양성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서울대를 비롯해 일부 수의대에서 교육과정 전면 개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수의역학’ 강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학적인 역학조사가 이뤄져야 가축전염병 발생 원인을 더 정확하게 규명하고, 반복적인 발생과 확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한 첫 단추로 수의과대학의 ‘수의역학’ 강의 확대가 절실하지만, 국내 수의과대학 교육과정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수의대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수의역학’ 강의는 ‘수의역학 및 인수공통질병’이라는 통합교과목(2~3학점)의 한 영역에 편성되어 있다. 이마저도 수의역학 전공자가 아닌 수의공중보건학이나 식품위생학 전공 교수가 강의를 담당하는 실정이다.
서울대의 경우 ‘수의역학연구특론’(3학점) 과목이 있다. 강의 교수는 수의공중보건학 전공으로 수의역학 전공이 아니다. 
강원대의 경우 2학년 1학기에 ‘역학 및 인수공통질병학 및 실습’ 과목(2학점)이 있다. 교과목 개요를 살펴보면 인수공통전염병의 기초지식과 수의질병에서 역학의 적용법, 적용사례 및 접근법을 배우고, 다양한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함은 물론 감염병 제어 및 관리 방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고 명시한다. 수의공중보건 전공 교수가 강의하기 때문에 교육내용 중심은 역학보다는 인수공통전염병에 있다.
가축 방역에서 수의역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관련 전문가 양성을 위해 동물감염병 특수대학원인 수의방역대학원 교육과정 운영기관을 공모했다. 그 결과 충북대·건국대·전북대 컨소시엄에서 사업을 수주해 2020년 하반기에 제1기 신입생을 모집했다. 
이후 연간 20명의 동물감염병 분야 석사 학위자를 배출한다. 그러나 대학원에서 조차 수의역학 강의는 한 강좌 밖에 없다. 현장에서 가축전염병 발생률과 분포율, 질병위험률 등 복잡한 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데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수의학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해 2013년 5월 수의학 교육 핵심교과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발표했다. 총 21개의 필수 교과목에는 수의역학과 생물통계학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교과목은 가축전염병 발생 정보분석과 확산 예측 모델링 작업에 필수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의대 A교수는 “고급통계학에 대한 전문지식과 분석역학 방법론, 모델링 기술을 필수로 요구하는 수의역학 교과목을 공중보건학 교과목의 일부로 편성함으로써 나타나는 문제점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의 내용도 제한적이고 단편적이며, 전문성이 없어 졸업생을 방역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재교육 과정이 필요하다”며 “대부분 수의대에서 수의역학 과목은 없다고 해도 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의역학과 수의공중보건학은 엄연하게 다른 학문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일부 대학은 수의역학 교육시간을 외부 강사로 대치하거나 파행적으로 일회성 특강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B 교수는 “수의역학 강의에서 역학조사 현장 실무, 빅데이터 분석, 확산 시뮬레이션 등 반드시 필요한 기술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며 “전문지식 없이 현장 업무에 투입되면서 정확한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못한다”고 전했다. 또 “가축전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역학, 미생물학, 임상 등 전문가의 협업이 중요하다”며 “미생물학과 임상 분야뿐만 아니라 수의역학 전문가를 대거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 졸업생(석사)는 “현장에 나오니 효율적인 가축질병 관리 및 예방을 위해 수의역학 정보 중요성이 절실해졌다”며 “대학에서 수의역학 강의를 더욱 확대해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수의역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더크 파이퍼(Dirk U. Pfeiffer) 홍콩시립대 수의과대학 석좌교수는 지난 2018년 8월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과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파이퍼 교수는 “역학 역량은 수의사의 핵심 업무 역량 중 하나다”라며 “진단, 병리 등 전통 수의학 분야도 중요하지만, 가축전염병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수의역학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반려동물 임상수의사가 되려는 학생도 수의역학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이라며 “업체 광고만 믿고 약품을 사용할 것인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약품을 사용할 것인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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