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복잡·비용은 오히려 상승

“농가-주체 간 투명한 거래
객관적 계란가격 지표 제공
불합리한 후장기 거래 근절”
정부, 도입 배경 내세우지만
현실 무시 정책 부작용 심각

농가 출하 시 운송비용 발생
유통단계 늘어 비용 또 첨가
상장수수료 역시 만만치 않아
분쟁 발생 땐 반품 농가 피해
작전세력 개입 가격조작 우려

 

- 목  차 -
<상> 어떻게 운영되나
<중> 무엇이 문제인가
<하> 풀어야할 숙제는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농식품부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지난달 20일 계란공판장 첫 거래를 개시했다.

계란공판장 도입으로 농가와 계란 수집주체간 거래 시, 투명하고 객관적인 계란 가격지표 제공 및 불합리한 후장기 거래방식을 개선하기 위함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가 출하자, 중도매인, 경매인, 매매인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일단 하고 보잔 식’으로 무리하게 추진함에 따라 오히려 절차만 복잡해지고 비용만 대폭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계란공판장, 왜 말도 많고 탈도 많을까. 

 

# 단계 늘면 가격 상승

업계는 계란공판장 운영으로 늘어난 유통단계로 인해 계란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계란 유통은 유통인이 모든 계란을 수집·운반하는 구조라 대부분의 산란계농장은 계란 운반차량이 없다는 것. 때문에 공판장 출하시 용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운송비와 하차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어떤 물건을 막론하고 유통단계가 늘어나면 비용은 증가한다”면서 “특히 계란은 움직이면 깨지기 때문에 파란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장수수료 역시 만만치 않다. 계란공판장의 상장수수료는 거래금액의 2%로, 경매가격을 150원으로 가정시 5톤차(5040판/15만1200개) 한 대당 상장수수료만 45만3600원(15만1200개×3원)에 달한다. 여기에 운송비 45만3600원(15만1200개×3원)과 하차비 30만2400원(15만1200개×2원)을 더 할 경우 5톤 한 차당 총 120만9600원이 더 소요된다는 것이다.

한 산란계농가는 “이를 단순 계산해도 계란 한개당 8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라면서 “결국 모든 비용은 출하자 부담으로 전혀 달갑지 않다”고 토로했다.

 

# 분쟁 발생시 농가 손해

온라인 거래 역시 분쟁의 소지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물 계란을 보지 못하고 거래하는 만큼 고화질 사진과 함께 계란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토록 했으나 이것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 때문에 계란 품질 문제로 인한 분쟁 소지가 많을 것으로 점쳐지는데 이 경우 출하자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 업계전문가는 “매매가 성립된 계란에 대한 인수 전·후 분쟁 발생시, 조정이 불가할 땐 부득이 계란을 반품해야 한다”면서 “반품된 계란은 산란일자가 멀어져 가공업체 등에 헐값에 넘겨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특히 여름철 등 비수기에 클레임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공판장의 중재로 가격을 조정할 경우 이는 후장기제도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주령으로 품질 구분도 무리

게다가 정부가 마련한 상장계란의 품질규격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계란의 품질은 사육관리와 사육주령, 첨가제, 보관온도 등으로도 좌우된다는 것. 때문에 산란계 주령만으로 ‘특’, ‘상’, ‘보통’으로 품질을 구분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실제 계란공판장 가동 전 실시한 시연회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시연에 참가했던 한 산란계농가는 “경매 시연회 당시 80주령의 계란이 32주령 계란보다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됐다”면서 “이는 산란계 주령과 계란의 품질이 비례하지 않다는 단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계란공판장 가격을 대표 계란가격으로 삼는다는 정부의 방침도 부적절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거래물량이 적으면 조그만 물량 변화에도 가격이 크게 요동치고 작전세력이 임의로 가격을 조정할 우려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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