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양돈장 8대 방역시설 의무화
강화된 규제 위반 시 농장폐쇄까지
단체들 요구 묵살…정부 오만·독선
원유값도 쥐락펴락, 농가 사지 몰아”
축산단체들, 그동안 실책 강력 규탄

축산관련단체장들이 기자회견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축산관련단체장들이 기자회견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농식품부는 가전법 개정에 앞서 축산단체와 사전협의를 했다고 국회와 규제개혁위원회에 거짓을 보고했다. 축산농가를 사지로 내모는 김현수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 19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에 나선 농식품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반면, 농식품부는 같은 시간 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자들에게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마련을 위한 사전협의는 지속해서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12일 방역 규제를 강화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사육제한·폐쇄 명령이 가능하도록 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전국 양돈장 8대 방역 시설 설치 의무화 내용도 포함시켰다.
이승호 축단협 회장은 “사육시설을 비우는 것은 농장 폐쇄 명령과 같다”며 “가축사육 제한은 한우와 낙농은 최소 2년 6개월간, 돼지는 1년 9개월 동안 수익이 없어 폐업·도산을 초래할 수 있는 과중한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생산자단체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을 뭉갰을 뿐 아니라 수차례 의견수렴을 했다고 허위사실을 담은 개정문을 작성했다”며 “정부의 독선과 오만함에 전국 축산농가는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은만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논의도 없이 시행하는 강압적이고 현실성 없는 개정안을 살펴보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항들이 포함돼 있다”며 “사람 중심이란 기본을 무시하고 규제에만 초점을 맞춰 악법을 만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국내에서 고병원성AI가 발생한 지 2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렇다 할 예방대책을 내놓지 못한 정부가 그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려 한다”며 “닭을 키우지 못하게 하는 것도 부족해 농장을 폐쇄하는 악법을 강행하려 한다”고 한탄했다. 
또 “사육제한 및 폐쇄조치 등의 법 개정 내용을 축산단체와 사전에 협의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농식품부는 이번 개정안이 악법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에 사전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예고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은 “일방적인 가전법 개정에 농가들은 극심한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며 졸속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개정안 전면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또 “농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회 등 모든 수단을 불사할 것”이라며 “악법 중의 악법인 이번 가전법 개정을 철회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가전법 개정 철회 요구와 함께 김현수 장관이 임기 동안 실시한 축산정책 실책에 대한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축산단체들은 과도한 살처분 이후 계란 수입 지원, 군 급식 수입 축산물 공급 방관, ASF 야생멧돼지는 잡지 않고 농가만 잡는 현실, 원유가격에 정부가 관여해 농가들을 사지로 내모는 행위 등을 성토했다. 
한편 축산단체들이 농식품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같은 시간 농식품부는 고병원성AI 및 ASF 방역대책 추진 계획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며 확고한 개정 의지를 확인시켰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ASF가 남하하는 상황에서 8대 방역 시설은 농가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며 “웬만한 시군은 8대 시설을 100% 갖췄다. 일부 시군만이 지금 추진하는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또 “ASF 발생 시군과 인접 시군을 벗어난 지역의 농가들은 8대 방역 시설을 갖춘 비율이 훨씬 떨어진다”며 “결국 ASF에 대한 인식 차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 입장은 8대 방역 시설 의무 설치는 협상이나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8대 시설은 어떻게 보면 농장의 자산가치가 올라가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보는 “여러 명령을 위반했을 때 가축사육을 제한하고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조치는 법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기준을 정하는 것은 농식품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정안 마련을 위한 사전협의는 실무적으로 지속해오고 있다”며 “다만, 농가들이 불안해하는 사항에 대해 조금 더 협의해서 완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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