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법’ 겁나서 가축 키우겠나
‘가전법’ 겁나서 가축 키우겠나
  • 한정희 기자
  • 승인 2022.01.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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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2일 가축전염병예방법(이하 가전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보통은 개정안을 마련할 때 정부와 이해당사자 간에 여러 차례 협의가 이뤄지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협의 없이 입법예고를 했다며 대한한돈협회가 개정안 전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가전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살펴보면 가장 큰 특징은 법에 정해진 규정을 위반하면 별도의 경고 조치 없이 △1회 사육제한 3개월 △2회 사육제한 6개월 △3회 이상 농장폐쇄 명령을 내리도록 했다. 특히 1회 처분이 종료된 이후 다시 해당 위반 사항이 확인되거나, 1회 위반 사항을 개선하지 않으면 2회 위반으로 보도록 했다. 또 폐쇄·사육제한 명령을 받은 자는 1개월 이내에 가축을 반출 또는 처분해야 한다. 
이에 따라 ①격리·억류·이동제한 명령 위반 ②외국인 근로자 고용 미신고 및 가축전염병 예방교육 미시행으로 인한 가축전염병 발생·확산 ③입국 신고를 하지 않아 가축전염병이 발생·확산 ⑤국립가축방역기관장 질문에 거짓 답변, 검사·소독 등 조치 거부·방해·기피로 가축전염병이 발생·확산 ⑥죽거나 병든 가축의 신고 지연 ⑦주사 명령 3회 이상 위반 등이 확인되면 강력한 규제가 가해진다.
개정안이 이대로 시행되면 죽거나 병든 가축에 대한 신고 지연 농장은 폐쇄할 수 있게 된다. 정확한 가축 폐사 규모 통계는 없지만, 대략 닭은 7%, 돼지는 25%로 알려졌다. 연간 닭은 10억 마리중 7000만 마리, 돼지는 2400만 마리중 600만 마리가 폐사한다. 소는 연간 10만 마리가 폐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연간 7610만 마리의 가축이 죽지만, 모두 질병으로 죽은 것은 아니다. 또 죽은 가축에 관한 업무는 누구의 몫인가. 부디 관련 업무는 농식품부가 직접 담당하길 바란다.
농식품부는 잡아야 하는 야생멧돼지는 안 잡고 농가만 잡고 있다. 이번에 ASF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전국 양돈장의 8대 방역 시설 의무 설치를 법에 규정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는 8대 방역 시설 강제 설치에 비관적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8대 시설보다 강력한 차단방역을 실시 중인 양돈장에도 ASF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가축방역 정책에 ‘농가’는 없다. 농가의 희생만을 강요한다. 한 축산농가는 “농식품부는 ASF, 고병원성 AI 등이 발생하면 확산 방지를 위한 대량 살처분을 최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한층 강화한 방역 대책이란 명분 아래 ASF가 발생하면 돼지를, 고병원성AI가 발생하면 가금을 없애고 있다. 이러한 살처분 후유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이제는 가축사육 시설 자체를 없애려 한다. 규정 위반 농가에 경고, 벌금형은 생략하고 사육제한, 폐쇄 명령을 내린다는 것이 이번 입법예고의 골자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규정 강화 이유에 대해 “소독설비 및 방역시설 설치에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제도화하지 않고 자발적인 참여만으로는 방역 정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농가에 대한 평소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발언이다. 이번 방역 정책도 결코 완성형은 아니다. 농가만 쥐어짠다고 ASF, 고병원성AI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언제든 부지불식간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 시간에 야생멧돼지 많이 잡고 철새 관리 방안을 연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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