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기 군집붕괴현상(CCD, 꿀벌증발현상) 이례적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꿀벌이 벌통에서 사라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최근 전남 해남에 소재한 양봉장에서 원인모를 이유로 꿀벌이 종적을 감추면서 양봉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군집붕괴현상(CCD, 꿀벌증발현상)은 세계적으로 종종 있어왔으나 활동시기가 아닌 월동기에 꿀벌이 사라지는 경우는 국내에선 무척 이례적이다.

게다가 해당 양봉장에서만 꿀벌이 사라진 게 아닌 해남군 마산면 일대 4~5곳의 양봉장들도 동일한 피해를 입고 있어 양봉협회 전남도지회와 농진청, 양봉농협 등에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반성진 양봉협회 전남지회장은 “흔적도 없이 꿀벌이 사라져 해남지역 양봉농가들의 민심이 뒤숭숭하다”며 “대흉작으로 2년간 제대로 채밀도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꿀벌이 사라져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러스로 인한 폐사라면 벌통에 폐사체라도 남아야 하는데 흔적이 없으니 궁금하다”며 “역학조사를 통해 꿀벌이 행방불명된 원인이 밝혀지길 기다린다”고 전했다.

한편, 역학조사에 참가한 정년기 꿀벌동물병원장은 해남지역에서 꿀벌이 사라진 원인은 바이러스가 아닌 겨울벌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일어난 연쇄적인 현상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정년기 원장은 “일벌은 여름벌과 겨울벌로 나뉘는데 겉모습을 육안으로 판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이 생겼다”며 “꿀벌(일벌)은 복부 내부 지방체 함량에 따라 대별되며 여름벌은 6주, 겨울벌은 6~9개월을 살 수 있어 겉모습만 봐서는 혼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후변화, 진드기 살충제 오남용 등 외부적인 여러 요인으로 여왕벌이 산란을 하지 못해 개체가 급감하면서 갑자기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보일수도 있다는 견해다.

정 원장은 “정확한 역학조사는 좀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이번 꿀벌 실종은 바이러스나 질병에 의한 것보단 여왕벌이 겨울벌 산란을 못하면서 비롯된 현상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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