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수매에 동참했지만
재입식은 1년 후에야 허락
수익 없고 각종 비용 가중
후보돈 입식자금요청 거절
물리적·정신적인 타격 막대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2022년 새해가 밝았지만, ASF 재입식 농장의 경영 정상화 과제는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소득 없는 지출로 휘청이는 농장의 경영 정상화를, 정부가 나 몰라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SF 희생농장은 가축전염병의 전국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 방역 정책에 협조했다. ASF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예방적 살처분 및 수매에 동참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농장의 재입식을 1년 후에야 허락했다. 또 재입식 농장이 요청한 후보돈 입식자금 지원을 거절했다. 
이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농장을 분노하게 했다. 가축전염병 확산 방지라는 대의를 위해 정부 정책에 따른 대가는 물리적, 정신적인 타격뿐만 아니라 농장 존폐 위기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A 농가는 “농장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 예방적 살처분과 수매에 동참했는데, 정부는 농가의 지원 요청을 단박에 거절했다”며 “정부가 농가의 믿음을 저버리고 이 같은 행태를 지속한다면 앞으로 정부는 정책에 대한 협조를 다신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가 오랜 기간 여러 규제로 돼지 사육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재입식 농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북부, 강원북부 지역은 기약 없는 권역화로 사료·종돈 등을 환적해야 한다. 지정 도축장 출하 시 지급률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농장이 오롯이 감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돼지 2000마리를 사육하는 농장을 기준으로 연간 6000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 농가는 “국가의 방역 조치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현재는 환적 비용 100%를 농장에서 감수하고 있고 언제까지 손해가 지속될지 기약도 없다”고 토로했다. 
또 “재입식 및 이를 준비 중인 농장의 빠른 경영 정상화를 위해 ASF 방역 효과가 불분명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던지, 추가 소요 비용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입식 농장을 포함해 경기북부와 강원북부 지역 농장은 해당 지역 돼지 출하 물량 증가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성도 제기했다. 돼지 사육 마릿수 증가로 지역 도축장 처리량이 한계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B 농가는 “인천 도축장 출하 조치로 그나마 숨통이 트였지만, 이마저도 오후 시간으로 제한했다. 계류도 할 수 없다”며 “운송기사들이 오후에 경기북부에서 인천을 다녀오려면 퇴근시간 도로정체에 발이 묶인다. 비용을 2배로 줘도 차량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이렇다 할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연장해줬던 이자·원금 상환 날짜가 몰리면서 재입식 농장들은 극도의 자금 압박을 받는 실정”이라고 재차 호소했다.
재입식 농장들은 이러한 악조건 상황을 극복하고 농장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에 후보돈 입식자금 지원 필요성을 알렸다. 파주·김포·강화·연천 4개 시장·군수들이 함께 뜻을 모았고 재입식 농장 모돈입식자금 지원을 위한 예산 36억 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모돈입식자금 등 축산 경영에 필요한 자금 지원은 ‘축산경영종합자금’ 사업과 중복된다”며 거절했다. 축산경영종합자금은 100% 융자(이차보전)로 담보·신용 등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하다. 재입식 농장 상당수는 이미 이 자금을 사용해 추가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간과했다. “정부가 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관심이 없다”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보통 양돈장 모돈 갱신율은 40%다. 농장은 후보돈 구매 비용의 30% 선에서 보조를 요청했다. 최근 후보돈 가격은 70만 원대로, 50만 원 후반에서 60만 원 초반에서 올랐다. 마리당 20만 원 정도의 지원 요청을 정부가 거절한 것이다. 
B 농가는 “재입식 농장은 대출금 상환 시기와 후보돈 교체 시기가 맞물리며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정부는 모돈이력제, 8대 방역 시설 전국 설치 등 새로운 규제 발굴에만 관심을 두고 있고, 농장 경영 정상화를 위한 모돈 입식비 지원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종 규제에 관한 명령만 내리고 농장이 어떤 어려움을 겪어내고 있는지 모른 척하고 있다”고 답답하고 분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C 농가는 “재입식 후 1년이 지났지만 각종 규제와 막대한 지출에 농장 재정 상태가 최악이다”라며 “경기북부와 강원북부 지역 재입식 농장의 어려운 상황을 전국에서 지켜보고 있다. 다른 농장의 다음 선택에 깊은 교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규제 강화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며 “지금이라도 농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방역에 희생하고 협조한 농장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야 한다. 농가의 경영 정상화를 방해하는 규제를 제거하고, 보다 현실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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