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률 수직 하락…외국산에 시장 내줄 판

수입국 확대·관세 제로 눈앞
완전 자급 닭·돼지고기까지
20년 동안 상황 역전 위기에
소고기·유제품은 이미 잠식

고령화 속 후계 인력 확보난
환경 규제 강화로 이탈 가속
정부 자급 목표 현실과 괴리
외국산 선호도 가파른 상승

‘송아지생산안정제’ 현실화
강소농 육성·거리제한 완화
외국인 노동자 활용 높이고
식량안보 차원 대책 마련을

 

[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축산 강대국과의 시장개방에 따른 수입축산물 시장 잠식 가속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2026년 유제품을 시작으로 돼지고기, 소고기 관세 제로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내산 축산물 시장의 위기가 턱밑까지 차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대체 소비 증가로 2020~2021년 한우 자급률은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수입국의 확대와 관세 제로 시대를 대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특히 우유는 전체 우유 및 유가공품 시장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산 자급률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상황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자급률 제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 100%에 가까웠던 닭고기와 돼지고기 자급률도 20년 새 28.7%, 10.1% 하락하면서 외국산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축산단체들은 강소농 육성, 가축 거리 제한 완화 및 축산용지 확대, 고령화 및 외국인 근로자 수급 등 노동력 문제 해결 및 축산농가 감소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뾰족한 대안이 마련되지는 않았다. 

 

정부는 축산물을 포함한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있으나, 현실과 괴리는 물론 축산부문 자급률 제고 방안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기후위기로 인해 식량안보 중요성이 증대되고 관세 제로 시기 도래, 축산물 수입확대에 따른 위기로 인해 더욱더 축소가 예상되는 축산물 자급률, 이대로 괜찮을까.

 

# 개방화에 설 자리 잃는 국내 축산물

자급률 하락의 가장큰 원인은 축산 강대국들과 연이은 FTA로 인한 수입축산물의 시장 잠식이다. 

1990년 53.6%였던 소고기 자급률은 2018년 36.3%, 2019년 32%까지 가파르게 하락했다. 2019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대체 수요 증가로 37.2%로 소폭 상승했지만, 일시적인 수요에 의한 일시적 효과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우 생산기반 위축도 자급률 하락을 부추겼다. 

한우협회에 따르면 2001년 수입자유화로 인해 한우 사육 농가의 42%가 폐업했으며, 2012년 한미FTA 체결에 따라 50%의 농가들이 산업을 포기해 현재는 9만여 명의 농가만 한우 산업에 종사하면서 산업이 위축됐다. 

이처럼 국내 한우 생산기반 위축과 수입축산물의 범람으로 자급률이 하락한 가운데 소고기 수입량은 2015년 29만7000t에서 2020년 41만9469t으로 41.1% 증가하면서, 국내 소고기 시장을 잠식했다. 

문제는 앞으로 2026년 미국, 2028년도 호주의 관세가 차례로 철폐됨에 따라 이들의 가격경쟁력이 더 높아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낙농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우유·유제품 소비량은 2019년 기준 1인당 연간 81.8kg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2.9%의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온 반면 우유 자급률은 2010년 65.3%에서 2019년 48.5%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우유 자급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은 미국, EU, 호주, 뉴질랜드 등 세계 주요 유제품 수출국과 잇따른 FTA 협정에 따라 늘어나는 유가공품 수요의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백색 시유의 대체재라 할 수 있는 유크림 등의 수입이 지난 4년간 연 74.2%의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외국산이 대체수요 시장까지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외국산 선호도 무시 못해

소비자들의 수입축산물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가 국내 축산물 자급률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소고기는 냉동 위주의 소비가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냉장육이 수입되면서 도매뿐 아니라 일반 소매시장에서도 외국산 소고기가 인기를 끌고있다, 

특히 한우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대체 소비 수단으로 미국산 소고기의 시장이 눈에 띄게 확장되면서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나섰다. 

실제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은 2008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2019년부터는 수입 소고기 중 점유율이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미국산 소고기 섭취 빈도가 높아지는 만큼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토마호크, 티본과 같은 고급 스테이크의 소비확대, 미국산 소고기를 활용한 간편 조리식(HMR)과 레스토랑 간편식(RMR)의 증가, 외식 산업에서의 냉장육 취급 확대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제품의 경우에는 관세율 인하 및 무관세 할당량 증가, 소비자 선호 다양화 등의 영향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원유 소비량은 중장기적으로 증가하지만, 자급률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자급률 향상…대책은 없나

정부는 소고기 42.6%, 돼지고기 78.6%, 닭고기 83.2%, 우유류 54.5%, 계란 99.6%로 2022년 축산물 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목표 현실화를 위한 대책 마련 없이는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자급률 견인을 위해 새롭게 내놓은 낙농 관련 대책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이다. 용도별차등 가격제 도입으로 원유 수취가격을 낮춰 유업체의 구매랑을 늘리겠다는 취지인데, 국제 분유가격과 괴리있는 기준가격이 제시되면서 유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고 생산자들은 기준원유량 삭감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때문에 이같은 대책 하나만으로는 자급률 회복은 역부족이다. 

한우는 유명무실해진 송아지생산안정제의 발동기준 현실화와 비육우 안정제 도입등 사육기반 유지를 위한 정부지원대책 마련을 수년째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송아지생산안정제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발동조건 및 안정화 기준가격을 현실화하는 한편 비육농가들의 소득 보장을 위한 비육우경영안정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육우경영안정제는 생산비 손실액을 보전함으로써 소 값 폭락을 방지하고 사육 마릿수의 증가로 소고기 공급량 확충에 의한 가격 안정화를 도모하는 수단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재난․위기상황에서 ‘식량의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식량 수급 계획 수립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급률 수호를 위한 정부 지원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자급률 현황(출처:축산관련단체협의회)
구  분 육  류 우유류 계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소계
자급률
(%)
'90년(A) 53.6 100.3 100.0 92.9 92.8 100.0
'18년(B) 36.3 71.6 89.9 75.2 49.8 99.4
증감(B-A) △17.3 △28.7 △10.1 △17.7 △43.0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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