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는 늙고 일할 사람은 없고…존립 위기

65세 이상 전체 절반 가까이
후계세대 없어 10년 후 막막
코로나 발생하자 국경도 닫혀
외국인 노동자까지 크게 감소

일할 사람 없어 인건비 상승
그마저도 구할 길 없어 걱정
농가들은 불법체류자 고용도
공급 경로 제도권 편입 절실

생산액 감소·식량 안보 위협
농촌경제 악화·불안정화까지
사육기반 흔들려 물가 불안
신규 유입·후계농 육성 시급

축산업계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어 젊은피 수혈이 절실한 시점이다.(사진은 강원도 횡성 덕인농원의 2세 축산인 김근배 대표)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해 외국인노동자의 안정적인 도입이 시급하다.(사진은 경기도 이천 유원농장의 유원균 대표와 외국인노동자들)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축산업계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축산농가의 고령화가 심각한 반면 축산업이 3D업종으로 치부되며 젊은 인력들이 취업을 꺼리다 보니 그 빈자리는 부득이 외국인노동자들로 메워지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이같은 인력난에 기름을 끼얹었다. 코로나19로 외국인노동자 유입이 사실상 중단되며 국내 축산업계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축산업계의 신규인력 수혈 방안과 함께 이들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기에 도래했다.

 

# 축산업계, 초고령사회 진입

축산업계의 고령화율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 노령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지만 젊은 후계세대 유입은 단절돼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12월 현재 농가 인구 비중은 70대 이상 29.3%, 60대 27.7%, 50대 18.3% 순으로 60대 이상이 5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축산농가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도 무려 63%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60대 41.4%, 50대 25.3%, 70세 이상 21.6% 순이었다. 

반면 전체 농가는 2020년 12월 현재 103만5000가구로 2015년 108만9000가구보다 -4.9% 줄었고, 축산농가 역시 9만9000가구로 11만4000가구보다 -13.1% 감소했다.

한 업계전문가는 “후계세대라 할 수 있는 20~30대 경영주는 약 10년 전 2만1000호에서 7000호로 급격히 감소했고, 40대 경영주 4만5000호를 포함하더라도 젊은 농가의 비중은 5% 남짓에 불과하다”면서 “지금까지 노령의 농민이 농축산업을 지탱해왔지만 10~20년 후의 농업은 누가 담당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축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자조섞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령화 심화는 축산업 생산성 저하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축산업 생산기반 위축으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 코로나…외국인노동자 급감

게다가 축산업계의 마지막 보루였던 외국인노동자마저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그간 매년 5만여 명의 외국인노동자가 입국했으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연 6000~7000명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중소기업과 농·어촌 등의 인력난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

실제 지난 2019년 5만1365명이었던 외국인노동자 입국자수는 2020년 6686명까지 줄었고 2021년 1∼8월 입국한 외국인노동자 수도 5145명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 수의 10분의 1 수준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축산농가들은 외국인노동자 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요는 높은데 공급은 턱없이 달리다 보니 외국인노동자들의 몸값이 치솟아 농가들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이천의 한 양돈농가는 “코로나 이후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건비가 부르는게 값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마저도 구할 길이 없다는 것”이라며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다시 각국의 국경에 빗장이 걸리며,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져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 불법 노동자 고용 일상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축산농가들은 불법 외국인노동자 고용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노동제를 통한 고용절차가 복잡한데다, 신청하더라도 인력이 배정될 확률이 낮다는 것. 또한 월급 외에 4대 보험가입 등 부대비용도 만만치 않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외국인노동자를 택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020년 국내 축산농가 143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4%인 120개소가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었고, 이중 44.2%인 53개소가 불법 외국인노동자를 채용하고 있었다.

또 양돈농가는 합법적으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한육우·젖소, 산란계·육계로 갈수록 불법 고용 비중이 높았다. 아울러 불법 외국인노동자 공급경로는 동네 한국사람 소개와 현재 고용중인 외국인노동자를 통해 공급되는 비중이 각각 32.1%로 나타났다. 

한 업계전문가는 “축산현장의 불법 외국인노동자 고용이 일상화·고착화됐다. 이는 외국인노동자 공급이 노동시장에서 체계를 갖추고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조직화·체계화된 불법 외국인노동자 공급경로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축산업 위축…문제 유발

때문에 축산업계는 신규 후계인력 육성과 함께 안정적인 외국인노동자의 유입방안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축산업 생산기반 위축뿐 아니라 이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유발될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먼저 국가경제 측면의 경우 생산액 감소와 고용축소, 국민 식량안보에도 위협이 된다. 농업경제 측면에서도 농촌사회 기반 및 농촌경제 악화, 사회적 측면에선 농촌경제 불안정화 등 안전성 확보 차질, 축산물 수급측면에선 사육기반 약화에 따른 공급차질로 인한 물가불안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전문가는 “축산업 생산액은 2020년 현재 약 19조8000억 원 규모로 전체 농업 총 생산액 50조4000억 원의 39.3%를 차지하는 핵심산업”이라며 “사료, 동물약품, 유통 등 전후방산업과 고용창출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축산업 위축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후계농 육성 급선무

따라서 후계농 육성은 국내 축산업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근본적인 숙제다. 어느 산업을 막론하고 적정 인력 수급이 전제되지 않는 한 안정적인 산업 유지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2세 축산인은 “축산은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 진입 장벽이 높은 까닭에 후계인력을 제외한 신규인력 유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후계농 역시 정착에 실패해 다시 도시로 떠나는 경우도 많은 만큼 가업 승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2020년 전국의 한우농장 경영주와 승계자 3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원활한 승계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응답자의 75.6%가 ‘영농자금 지원’을 꼽았다. 또 ‘가축사육 제한구역 규제완화’가 72.0%, ‘농지, 주택 등 승계 시 세금 감면’이 48.5%로 그 뒤를 이었다.

가장 필요한 상담지원 프로그램으로는 응답자의 87.3%가 ‘축산기술 상담’을 꼽았다. ‘증여 및 상속 상담’은 승계자(69.7%)가 경영주(36.5%)보다 관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정부의 적극 개입 시급

고무적인 소식은 정부가 2022년 일반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E-9) 규모를 지난해 5만2000명보다 7000명 증가한 5만9000명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발생 등으로 올 초에도 외국인노동자의 입출국 애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22년 1월 1일부터 4월 12일 기간 내 체류 및 취업활동 기간이 만료되는 외국인노동자의 취업활동 기간을 1년 연장키로 했다. 이번에 기간이 연장되는 외국인노동자 규모는 E-9 2만6000명, H-2 1만3000명~1만7000명 등 약 4만 명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1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경우에 대비, 4월 12일 이후 취업활동 기간이 만료되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해서도 취업활동 기간 추가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후계농과 외국인노동자 등 신규인력의 안정적인 축산업계 정착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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