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허관행 한국오리협회 차장

농가와의 협조로 방역 시너지 극대화할 때

‘죽이는’ 대책서 ‘살리는’ 쪽으로
규제일변 정부 정책 개선 바람직
농가 사라지면 방역이 무슨 필요
국가 식량안보 차원에서 접근을

매년 AI 발생으로 수급은 불균형
사육 제한으로 농가 소득 반토막
방역 비용은 해마다 크게 늘어나
농가 보호·산업 육성 정책이 절실

2020년에 이어 올해도 AI 발생에 따른 오리농가들의 피해가 상당하다. 

올해의 경우 현재까지 가금농장에서의 H5N1형 고병원성 AI 발생건수 10건 중 6건이 안타깝게도 오리에서 발생하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2017년 겨울철 시범적으로 실시했던 오리농가 사육제한이 올해로 5년째 시행 중이다.

오리의 경우 닭과 달리 AI 발생 반경 10km 이내에 속한 농가의 경우 신규입식이 금지되고 멀쩡한 종란도 외부반출이 불가능해 폐기하고 있다. 

 

# 오리부화장, 새끼오리 폐기 피해 보상 전무

가금농가에서의 AI 발생뿐만 아니라 철새 분변 등에서 AI 항원이 검출될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AI 항원 검출 시점에 즉시 이동제한 조치가 취해지지만 정밀검사결과 도출 시까지 평균 8일가량 소요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까지 철새에서의 AI 항원검출 건수 94건 중 저병원성 판정이 45건(47.9%), 바이러스 미검출에 따른 음성판정이 33건(35.1%)임에도 불구하고 오리농가들은 이동제한 조치로 인해 입식이 지연되고 해당 농장에 초생추를 공급 예정이었던 오리부화장은 멀쩡한 새끼오리를 폐기해야 하나 이에 대한 보상도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오리농가들이 사육제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지역 내 입식은 금지돼 있고 오리의 경우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15조의2에 의거 입식 7일전까지 사전신고 및 AI 환경검사와 현장점검 이후 입식승인을 받아야만 신규입식이 가능하다.

오리부화장은 초생추를 다른 농장으로 대체 공급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같은 오리농가에 대한 각종 방역조치들에 따라 AI 발생 시마다 오리고기 가격은 폭등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1월 평균 오리고기 kg당 도매가격은 4,907원으로 전년 동월 3,065원 대비 160% 인상된 수준이다.

 

# 농가 규제 강화만으론 AI 막을 수 없어

국내에서 2003년도 첫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올해로 13번째 발생 중이다. 

최근 오리농가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20여 년간 눈에 보이지 않는 AI 바이러스의 발병원인도 밝혀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AI의 발생책임을 모두 농가들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오리의 입식을 금지하고 결국에는 오리농가들을 폐업으로 내몰음으로써 AI를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매년 실시 중인 오리농가 사육제한과 AI 발생반경 10km 내 무조건적인 오리 입식금지 조치가 그 예이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는 매번 AI 종식 이후 ‘고병원성 AI 방역 개선대책’을 발표하는데 과학적·합리적으로 AI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고 보상금 감액 기준 및 과태료 처분 기준, 각종 방역수칙과 시설 기준 강화 등 농가 규제에만 집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작년부터 가축전염병 예방법 상에서 정한 내용뿐만 아니라 가금농장에서 준수해야 할 추가 방역기준들을 수시로 공고하고 과태료 처분과 살처분 보상금 감액을 추가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농가에 대한 규제는 이미 최대한도로 강화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AI의 발생은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농가에 대한 규제 강화만이 결코 AI를 막을 수 있는 대처방안이 아니라는 객관적 증거인 셈이다. 

오히려 방역당국에 대한 농가들의 불신과 원망만 키우는 결과만을 초래하여 농가들의 자율적인 방역활동 의지와 현장에서의 방역 효과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농가들의 여론이다. 

심지어 AI 발생 농가를 대상으로 정부가 실시하는 역학조사는 벌써 수년전부터 ‘AI 발생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조사가 아닌 해당농가의 살처분보상금 삭감과 과태료 처분을 위한 조사’로 전락한지 오래다. 정작 중요한 AI 발생의 원인에 대해 매번 정부의 발표내용은 철새에 의해 국내로 유입된 AI 바이러스가 사람, 차량 등에 의해 농장 내로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정이라는 내용뿐이다.

 

# 시너지 효과 높이는 인센티브 정책으로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앞서 언급한 대로 오리의 일제 입식 및 출하, 출하 후 입식제한기간 14일, 겨울철 사육제한 등 방역조치들로 인하여 오리농가들의 소득은 반 토막이 난 상황인데 매년 정부는 각종 방역기준과 시설기준을 강화하고 있어 투입되는 비용은 오히려 늘어남에 따라 오리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거대 자금을 투입하여 오리 축사 및 방역시설을 현대화하고 사양관리 기술이 우수한 오리농가들이 이 같은 사유로 점차 닭 축종으로 전환하고 있고 도리어 비교적 시설이 열악한 농가들에 오리를 사육하게 되는 풍선효과를 초래하고 있는데 정부가 겨울철마다 시행중인 사육제한은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 

입식을 금지하여 AI를 예방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임시방편 조치일 뿐 매년 누적되어 가는 오리 산업 피해에 대한 대책은 없다. 결과적으로 AI 예방을 위해 실시하는 정부의 각종 방역조치들이 오리농가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고 오리 산업은 점점 후퇴하며 방역의 실효성 조차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는 규제일변도의 방역정책에서 벗어나 농가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유도해 방역의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 정책으로 전환할 때이다. 이처럼 오리농가들에 대한 각종 불합리한 방역조치들과 보상기준에 대하여 협회에서는 정부를 상대로 지난 9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결과 현재 헌법재판소 심판에 회부되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 종오리 수입시기 불투명

현재 발생중인 AI로 인하여 오리고기의 수급부족과 가격인상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종오리를 생산하기 위한 원종오리 초생추의 수입이 영국의 HPAI 발생으로 인하여 금지됐다.

당초 금년도 3월부터 총 4회에 걸쳐 수입 예정이던 원종오리가 지난 11월 단 한차례 수입됨에 따라 내년 초부터 오리고기 수급난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수급피해 최소화를 위해 종오리 초생추 또는 원종오리 종란을 수입하려해도 초생추 수입위생조건상 AI 발생국가로부터 수입하거나 해당 항공기가 AI 발생 국가를 경유하는 것은 금지다.

현재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고병원성 AI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 가능 시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는 삼계, 육계, 토종닭에 이어 지난 3월부터 오리에 불공정거래행위 조사를 실시하고 계열화사업자와 오리협회에 대한 수백억대 과징금 부과를 예고한 상황이다. 최근 오리 산업 불황 장기화로 경영사정이 좋지 못한 오리 계열화사업자들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일부 업체의 경우 폐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결국 해당업체 소속 오리농가들의 피해로 직결될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또한 농식품부는 최근 축산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초안에 대하여 관계기관 의견수렴을 진행 중에 있는데, 그 내용으로 돼지와 닭, 오리 농가를 대상으로 축산업 신규허가를 받으려는 자 뿐만 아니라 기존 축산업 허가 농가의 경우에도 5년의 유예기간 동안 축사를 건축법상 건축허가를 완료하라는 것이다. 

특히 오리의 경우 축사의 건축허가뿐만 아니라 분동통로 및 왕겨창고 설치 의무화까지 포함되어 있어 협회에서는 참으로 비현실적인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농식품부에 명확히 전달하고 대응 중에 있다. 

현재 전국 오리축사의 76.3%가 가설건축물인 상황에서 건축허가를 위한 제도적 정비와 축사시설 현대화를 위한 지원사업 조차도 확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개정안이다.

 

# 농가 보호하고 산업 육성하는 정책 펼쳐야

오리 산업의 생산액은 2019년 기준 1조3920억 원으로 전체 농림업 중 8위, 축산품목 중 6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주요 식량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해마다 발생 중에 있는 HPAI와 각종 방역조치들로 인한 수급불균형의 반복과 생산량 및 농가 소득감소는 오리 산업의 후퇴를 초래하고 있다. 

다른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식량안보 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식량자급률이 최하위인 상황에서 더 이상 식량안보를 미룰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금부터라도 가축질병을 명분으로 농가 규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농가들을 보호하고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농가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농가보호를 위해 앞장서는 농림축산식품부로 농가들에게 다가설 때 비로소 농가들의 협조와 방역의 효과도 거둘 수 있는 동시에 산업의 진흥도 가능한 것이다. 오리 산업은 이미 AI 발생여부가 당해 연도 흥망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어 버렸다. 

따라서 협회에서는 HPAI 예방을 위하여 올해도 어려운 오리농가들에게 소중히 거출한 오리자조금으로 지난 6월 실시한 전국 오리농가 순회 방역교육에 이어 12월 전 농가를 대상으로 방역물품을 배포하는 등 AI 방역예산으로 3억7000만 원을 투입하고 AI 상황전파 및 방역수칙을 수시로 홍보 중에 있다. 

내년도에는 오리자조금 총 사업예산(안)을 30억8500만 원으로 정하고 오리농가 방역 지원사업뿐만 아니라 오리고기 소비촉진을 위한 각종 사업에 더욱 매진할 예정이다. 

비록 지금은 오리 산업이 어렵지만 금년도 AI 발생을 계기로 2022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방역정책이 전향적으로 전환되어 각종 보상 제도를 비롯한 방역정책들이 농가들이 수긍하고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및 과징금 문제가 원활하게 종료되고 내년도 상반기 오리고기 수급대책이 적기에 이루어짐으로써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부터는 전국의 오리농가들이 마음 편히 오리 사육에만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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