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칠 때 떠나자’…목표 완수”

통합 이후 대표들 끝은 불화
3선 하고 자진 퇴임 마무리
협동조합 역할 가치에 무게
사업 물량 1조6000억 증대
축산물 팔아주기 본격 개시

‘축산특례’ 존치·적법화 안착
소 근출혈 보험 소득 안정케
‘친환경 청정대상’ 신설 보람
지속 가능한 축산 자리 매김
한우, 먹거리서 문화화 추진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축산경제대표이사를 처음 맡았을 때, 두 가지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 번째는 통합 이후 아무 잡음 없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두 번째 박수칠 때 떠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서 너무 홀가분합니다.”
지난달 27일 김태환 농협 축산경제대표이사는 전문지 기자들과 송년 간담회를 열었지만, 사실상 퇴임을 며칠 남기지 않은 ‘퇴임’ 간담회였다. 
2000년 농축협 통합 이후 거쳐간 축산경제대표들의 마지막은 모두 좋지 않았다. 자리에 연연하다가 또는 부정으로, 구설수에 오르거나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임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당연한 수순임에도 그것을 좋은 선례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6년의 임기를 마치고 자리한 김태환 축산경제대표에게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6년 내내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했다. 그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하나?
“협동조합의 역할과 가치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판매농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선축협들과의 유기적 연대를 꾀해 왔다. 협동조합의 주인은 결국 양축가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치상으로 따져보면 축산경제 사업량은 대표가 되기 이전인 2015년과 비교해 볼 때 당시 6조3000억원에서 올해 말 전망 7조9000억원으로 1조6000억원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사업장 역시 확대됐다. 
최근에는 농협라이블리 신규 런칭 뿐만 아니라 농협 축산물 통합구매사업을 통해 축산물 판매 기반을 확대했다. 축산물 전문 온라인플랫폼인 농협 라이블리를 지난해 7월 런칭했고, 농업 경제와의 연대를 통해 하나로유통 직영점 축산물 구매‧공급도 활성화했다.
협동조합 내에서 4차 산업혁명을 정착시키기 위해 디지털 혁신 기반도 마련했다. 스마트팜 토탈솔루션인 NH하나로목장 오픈과 한우‧낙농 빅데이터 구축, 축산경제 유튜브 채널 운영, 스마트 가축시장 플랫폼도 개발했다. 공판장 화상경매 시스템 역시 조만간 도입될 것이다.”

 

-가장 보람된 사업을 꼽는다면?
“2016년 농협법 개정 당시 ‘축산특례’조항을 존치시킴으로써 축산경제 독립성 및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국의 일선축협 조합장들과 유관단체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국회를 움직일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당시 함께 해준 조합장들과 유관단체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범농협 차원에서 적극 협력함으로써 적법화 TF팀 152개소를 운영하고, 농협 자금 850억원을 투입할 수 있었다. 
가축분뇨 퇴비 부숙도의 현장 연착륙도 마찬가지다. 대정부 농정활동을 적극 전개함으로써 부숙도 적용 대상 농가 범위를 축소할 수 있었다. 퇴비사 공간 협소, 장비 부족 등 준비를 위한 계도기간도 벌 수 있었다. 
축산물 공판장에서 농가의 소득을 갉아먹는 소 근출혈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NH손해보험과 연계해 2019년 소 근출혈 피해보험을 도입해 2021년 11월 말까지 8677마리 대상 52억8100만원의 보상액을 지급했다.
지속 가능한 축산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청정축산 환경대상을 신설하고, 축산 냄새 저감 그리고 가축분뇨 재자원화 등도 추진했다.”

 

-아쉬움 남는 사업과 후임 대표이사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 고유의 한우산업을 문화화하고 명품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축산업 중에서 한우만큼 예부터 민족과 함께 해온 축종도 없다. 지난해 신축년 소의 해를 맞아 한우를 단순한 먹거리에서 문화가 있는 산업으로 전환해 오고 있지만 완수하지는 못했다. 
한우심포지엄, 한우웹툰, 한우다큐멘터리, 한우의 날 행사, 신한우별곡, 백반기행, 최고 멋쟁이 보증씨수소 선발대회 등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미완의 사업들이 완성되기를 바란다. 
또한 지역축협과의 활발한 연대를 통해 상호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협력하면서 농가의 생산성 향상과 소득 증대를 위한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원한다.”

 

-퇴임 이후 어떤 계획이 있는지?
“30여년을 줄곧 직장 생활을 해왔다. 이제는 여행을 다니고 읽고 싶었지만 시간 여유가 없어 그렇게 하지 못했던 서적들을 꺼내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당분간은 아무 생각 없이 유유자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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