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공판장 시작부터 삐거덕
유통단계 더 생겨 가격 상승
파란율 높아지며 부담 가중
온라인 거래 시 분쟁 소지도
“도대체 현장 알기나 하나?”
유통업계, 졸속행정 맹비난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계란가격 투명화 및 후장기 거래방식 개선을 위해 정부가 추진한 계란공판장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사업주체인 공판장과 농장 모두 정부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하고 보잔 식으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밀어붙이기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지난 20일 계란공판장 첫 거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계란공판장은 산란계 농장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계란을 출하하면 다양한 구매자들이 참여해 입찰방식과 정가·수의매매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초기엔 코로나19 상황 및 고병원성 AI 확산 우려 등을 고려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거래 강화에 중점을 둔다. 상장수수료는 2%, 온라인은 0.6%다. 또한 월·수요일 개장일 역시 거래물량 추이에 따라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계란공판장은 경기도 소재 2개소에서 운영된다. ㈜해밀은 지난 20일부터 운영에 들어갔지만 포천축협은 경매사 채용 지연에 따라 2022년 1월 이후 운영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계란이 공판장에 모이게 되면 수집주체는 한곳에서 여러 계란을 비교·선택할 수 있어 거래비용이 감소하고 유통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계란공판장 운영을 통해 개선사항이 발견되면 적극 보완해 조기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기대와 달리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계란의 유통단계가 하나 더 생기면 가격상승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계란은 움직이면 깨지기 때문에 유통과정이 늘어날 경우 파란율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 계란유통업체 관계자는 “공판장으로 계란을 출하할 경우 운송비, 하차비, 상장수수료, 선별포장비까지 소요돼 가격상승은 필수불가결하다”면서 “결국 모든 비용은 출하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온라인 계란 거래시 분쟁소지가 높을 것으로 보여진다는게 업계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계란을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는 온라인 거래시 품질문제로 인한 분쟁소지가 많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 경우 출하자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판장 계란가격이 시장의 지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축평원을 통해 가격을 공표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문제 삼았다. 계란공판장은 해밀과 포천축협 단 두 곳에 불과한데 이를 계란 대표가격으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경기도 광주의 산란계농가는 “공판장 거래물량이 적으면 조그만 물량 변화에도 경매가격이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면서 “출하량 조절을 통한 가격 왜곡 및 개입 소지도 높다”고 우려했다.
경북 영주의 산란계농가도 “계란공판장은 정부 졸속행정의 표본”이라면서 “단기간에 밀어붙이는 정책보단 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말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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