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훌륭한 사회나 그 사회를 이끄는 리더는 가치를 강화하고 신념을 획득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상징’을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간파해낸다. 
물론 독재자들 역시 상징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이해한다. 그러나 독재자가 활용하는 상징이란 일반적으로 자기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 더 큰 신념에 관한 것은 아니다. 

 

잠재된 열정 촉발케


상징은 보고 듣고 만질 수 없는 무형이 것을 유형의 것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상징이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우리가 거기에 의미를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신화를 창조해냈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것도 상징이 주는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기는 한 국가의 가치관과 믿음의 상징이다. 어찌보면 그저 깃발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꺼이 국기를 몸에 지니고 목숨을 바쳐 전투에 나간다. 막강한 영향력이다. 
협동조합의 이념이 그렇게 강조되는 것도 협동조합이 지향하는 ‘약자들 개개인들이 뭉쳐 스스로의 권리와 복지를 이뤄나간다’는 독자성 그리고 자율성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기업은 저마다 로고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누가 보아도 가슴 뛰는 상징으로 변화시킨 기업은 거의 드물다. 그래서 대개 로고는 아무 의미도 담고 있지 않다. 기껏해야 제품을 식별하게 해주는 아이콘 또는 브랜드의 역할을 할 뿐이다. 
상징은 모두 자기 회사를 설명하는 것이자, 자기들이 지향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기업들은 자신이 고객의 니즈를 알고 있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영감을 주지도 충성을 만들어내지도 못한다. 
독재자가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공포와 보상을 포함한 모든 조종 수단을 통해서다. 사람들은 독재자를 따른다. 자기가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가 아니라 훌륭한 리더로 인식되는 기업에게 로고를 포함한 모든 상징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의 표상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유명한 경영 컨설턴트인 사이먼 사이넥은 <Start with Why(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서 상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사를 처음 경영하는 리더는 개혁과 혁신이라는 미명 하에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생각하는 바를 실천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때 사이넥은 그것들을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왜’라는 사고방식을 습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왜가 설정되면 고민하거나 겁내지 말고 밀고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그 예로 디즈니와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예로 들었다. 디즈니는 그들이 무엇을 믿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모든 말과 행동은 시간의 경과에도 늘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보편적 가치 설정을


따라서 부모들은 사전검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아이들에게 보여줄 만큼 충분히 디즈니를 신뢰한다. 이는 제품의 품질과는 관계가 없다. 이성적으로 따져서 나온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평화·사랑 등을 지향하는 히피적 이상의 상징의 하나였던 폭스바겐이 2004년 7만 달러짜리 고급 모델을 출시했을 때, 사람들의 놀라움은 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탄탄한 독일산 기술에도 불구하고 이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유는 단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폭스바겐의 행동이 이 회사의 신념과 배치된다고 사람들은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사이넥은 설명했다. 
국민차라고 번역할 수 있는 폭스바겐은 몇 세대에 걸쳐 ‘너와 나를 위한 자동차’를 만들어왔다. ‘보통사람에게 힘을!’ 폭스바겐이 이를 상징하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상징이 가져다 주는 의미를 잘 알았던 도요타와 혼다는 고급 차종을 추가하려고 결정했을 때, 렉서스와 아큐어라는 새 상표를 각각 만들었다. 도요타가 보통 사람들을 위한 효율성과 적정 가격의 상징이었기 때문이었다.  
리더는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가장 먼저해야 할 것이 마음 속에 잠재되어 있는 열정을 깨워야 한다. 열정은 자발적으로 내재된 힘을 폭발시킨다. 리더는 구성원들 누구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업무 능력 발휘를 원하지만 그것은 그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왜 조직이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를 일깨우는 것은 채찍과 당근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승진과 성공 보수를 제시하고, 페널티를 물린다고 해본들 그것은 일시적인 일일 뿐이다. 
게다가 그러한 리더의 평가들이 객관성을 잃었다고 조직원들이 판단하게 되면 결과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리더는 항상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영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자신만의 잣대다. 그리고 공정과 투명은 이제 기본 중에 기본이다. 
열정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보편적인 가치 지향에서 나온다. 그 가치 지향은 바로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느냐’는 자기 성찰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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