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격 연일 최고경신
애그플레이션 우려 속 마무리
올 한 해 곡물 시장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더불어 역사적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곡물 가격의 역사적인 흐름을 살펴봤을 때 2000년대 말과 2010년대 초반에 두 차례 곡물 가격이 폭등하는 시기가 있었으며 작년 8월부터 다시 급등하기 시작해 애그플레이션 공포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곡물 가격들은 올해 5월 말에는 절정에 달했으며 옥수수와 대두는 8년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소맥의 경우 11월 말까지 등락을 거듭하며 계속해서 올라 9년 만에 최고가를 형성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최근 곡가가 폭등하기 전까지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에서의 ASF 발생으로 인한 곡물 수요 둔화, 세계 곡물 수급 안정으로 곡물 가격은 저점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으나 이후 시장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공급망 훼손, 중국 양돈 산업의 빠른 회복에 따른 곡물 수요 폭증, 세계 곡물 수급 불안정과 주요 국가의 공급 제한 등이 결부되어 곡물 가격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반구 주요 국가들의 곡물 생산이 마무리되고 공급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는 시점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곡물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상승 압력을 받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훼손 이외에 미국에서의 강력한 허리케인 발생, 캐나다 홍수로 인한 물류 마비, 호주 폭우로 인한 품질 악화 등이 곡물 가격의 상승을 부추겼다. 생산 시즌에 들어선 남미 곡물 시장도 라니냐 현상으로 인해 생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곡물 가격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남미 시장과 더불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흑해 연안 주요 곡물 공급국들의 공급 제한 문제가 또 하나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는 내수시장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올해 초반부터 소맥을 비롯한 주요 곡물에 대한 수출세를 부과해오고 있다. 6월부터는 주간 단위로 곡물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수출세가 조정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수출세 부과 공식을 상향 조정해 더 높은 수출세를 부과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곡물 수출 쿼터를 부과할 예정이며 현재 계획상 소맥 수출 쿼터는 2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800만 톤이 될 것이다. 고단백 소맥 공급 제한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제분용 소맥 수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시장의 관심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국가들의 내년 봄 파종 계획에 집중되어 있다. 국제 시장에서의 비료 가격 급등으로 인해 비료 집약도가 높은 곡물 즉 옥수수와 소맥 생산 농가들의 고민이 짙어지고 있다. 생산비 상승으로 인해 일부 농가는 대두와 같이 비료 집약도가 낮은 작물의 파종을 늘리거나 비료 사용을 줄임으로써 옥수수나 소맥의 생산량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곡물 시장은 부정적인 요소들로 가득한 가운데 2022년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끝이 보이질 않고 있으며 신종 변이 바이러스 확산 공포에 계속해서 시달리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알약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다는 뉴스가 전해졌으며 새로운 분수령이 되어 2022년은 희망찬 한 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