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대한민국 축산업의 주춧돌이 되는 농협 축산경제의 대표가 새롭게 탄생했다. 2본부 6부로 구성된 조직에 전국의 축산관련 지사무소와 3개의 계열사, 지역축협과 품목조합 116곳과 23곳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축산업을 명실상부한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틀 뒤집기가 혁신?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협동조합에 첫발을 내디딜 때의 초심을 다시 되살려 이러한 의무를 반드시 현실화하겠다고 후보의 변을 토해냈듯이, 현재 축산업이 처한 현실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기를 바란다. 
인간이 20세를 넘기면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 듯 기업도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도달한 후부터는 전반적인 내부 프로세스가 점차 둔해지고 버거워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경영 컨설턴트의 조언은 특히 현재의 협동조합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설마 농협이 망하기야 하겠어?” 또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신용사업을 통한 수익으로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게으름은, 협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과 가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많은 직원들이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업무가 정말 농민을 위하고 농촌을 위하고 산업을 위한 것이냐라는 원론에 들어가면 설명하지 못한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면 자신만의 소중한 시간을 까먹는 낭비다. 지금 협동조합이 직원의 나태를 부추기고 있다. 
누구나 선출직에 도전하는 후보들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조직 개편과 창의적인 업무 창출을 최우선시하고 그를 위해 많은 공약을 내세운다. 기존의 틀을 뒤집는 것만이 과연 혁신을 이루는 일일까?
1984년 첫 휴대폰을 내놓은 뒤 40년 가까이 휴대폰 시장을 호령해온 노키아는 1996년 노키아 커뮤니케이터라는 스마트폰을 업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시장의 대세를 놓치는 바람에 2012년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주며 역사에서 사라졌다. 
필름 카메라 생산에만 집중하던 코닥 역시 뒤늦게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했지만 거의 모든 휴대폰에 카메라가 기본적으로 장착되는 상황과 맞물려 시장에 진입하자마자 퇴출당했다. 
이들 모두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정신을 차리고 혁신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뒤늦게 새로운 사업을 전개했지만 버스 떠난 후 손을 흔든 꼴이 됐다. 
변화의 속도에 놀란 기업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변화를 따라잡을 것이냐’ 아니면 ‘포기하고 그냥 하던 대로 할 것이냐’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물리적 시간은 등속으로 움직이는 반면, 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는 가속 운동을 한다는 점이다. 경영진들이 노쇠해지면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열차에 올라탈 도리가 없음을 절감하고 과거부터 해오던 것이 미래에도 적합하리라는 헛된 희망을 가진다. 
그래서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관성에 젖은 채 옛것을 고수하고 과거의 전략을 새로운 전략인 양 둔갑시키는 등 기업의 경영 방식이 뚜렷하게 보수화되고 만다. 바로 지금 농협의 모습이다. 

 

경영은 자전거 타기


“농협이 협동조합이 아니고 기업이었다면 벌써 망하고도 남았다”는 조직 내외부의 중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질 않는다. 농협이 일반 기업처럼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해서가 아니다. 정부의 지원을 독점하고, 농축산인들의 희생이 그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농협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온다’는 초창기 농업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협동조합맨들의 열성이, 배워야 할 교훈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바보 같은 행위로 여겨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직원들은 대기업과 비교해 처우 개선에 몰입하고, 경영진의 잘못된 경영조차 지적하지 않는다. 태반이 자신들의 업무에 대한 성찰에 관심이 없다. 
경영 효율과 그 효율성의 결과물이 농민들의 생산성 향상이나 복지증진과 연결이 있다는 점에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힘들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해도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망상으로 협동조합의 가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리더 한 명이 바뀐다고 갑자기 조직이 탈바꿈되는 것은 아니다. 리더 한 명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리더가 바뀐다는 것은 그 조직의 나아갈 방향이 새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일선조합의 조합장이 바뀌어도 그 조합이 천지개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리더가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면 잘나가던 조합도 한순간에 몰락한다. 또 반대의 경우도 바로 리더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경영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 페달을 쉴새 없이 밟아야 앞으로 나아간다. 힘들다고 쉬면 자전거는 서는 것이 아니다. 바로 쓰러진다. 조직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을 독려하고 조직원들이 기꺼이 페달을 밟을 수 있도록 부추기고 독려해야 한다. 
사심에 따른 경영이나 감정이 개입된 인사는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틀을 꺾어버리는 위험한 일이다. 조직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뜻에 기꺼이 동참하는 공정함이 바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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