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도대체 중앙회는 뭐하고 있는 곳인지 모르겠다. 일선조합들과 경쟁이나 하면서 손쉽게 수익을 올릴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농협 축산경제와 경쟁하던 일반 식품종합회사들의 눈부신 발전상을 보면서,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작금의 현실을 한탄하는 일부 조합장들의 넋두리다. 

 

기업과 협동조합 차이


2020년 기준, 전국의 농축협은 모두 1118개이며, 조합원수는 210만1000명이다. 이중 지역축협과 품목조합은 116곳과 23곳으로 14만2000여명의 방대한 조직이다. 2본부 6부로 구성된 조직에 전국의 축산관련 지사무소와 3개의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어느 대기업과도 충분히 견주고도 남는다.  
생산에서부터 도축‧가공‧유통뿐만 아니라 유전자원‧수의‧사료‧개량 등 전체 축종과 축산의 A에서 Z까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부진하고 일반 축산관련 업체들과 효율적 경쟁을 벌이지 못하는 것은 소속 직원들의 무능에서 일까? 아니면 무지한 경영체계에서 비롯된 것일까? 
농협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시스템 재구축에 참여하는 외부 직원들의 말을 빌리면 그 원인과 해답은 금방 나온다. 3급 팀장 이하 직원들과 일에 대한 논의는 쉽게 전개되지만 그 윗선으로 올라가면 달라진다는 것이다. 새로운 문물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해도가 떨어지니 결재도 늦어지고, 시스템의 원리를 모르니 소통도 잘 되질 않는데다, 공무원보다 더 심한 ‘상명하복’의 체계를 갖추고 있어 아래로부터의 소통에도 항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언제나 말은 ‘협동조합 이념’에 충실해야 한다지만 행동은 협동조합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머리로만 협동조합을 이해할 뿐, 협동조합의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모른다는 뜻이다. 
중앙회의 경영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윤’에 맞추고, 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하면서 전월의 숫자와 비교하며 “왜 적자를 내냐”며 부서별 특성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질책부터 한다. 그렇다면 일반 기업과 협동조합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전체적으로 기업이 침체하는 원인을 직원의 탓으로 돌리면, 직원의 입장에서는 자긍심조차 사라진다. 무능한 인간 취급을 당하면 하는 일도 놓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대표가 반드시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전체를 끌고 갈 수 없다. 
합병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축협중앙회가 거론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지나간 조직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다. 대한민국 축산업의 유지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한 목표가 있었고, 실제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흘렸던 땀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농협이라는 큰 그림자 안에 들어와 어줍잖게 농업경제의 관리방식을 채용하고, “설마 농협이 망할까”라는 안일함이 언제부턴가 현장에서 괴리된 경영을 보편화시켰다. 그러한 경영체계에서는 불만을 표하는 직원은 배척당하기 일쑤다. 

 

이제는 화학적 통합을


축산경제라는 거대한 조직이 지역조합들과 경쟁하는 사이에 각각 시장에서 일반업체들에게 각개격파 당하게 되면서, 일선축협이나 직원들이 갖게 되는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생존을 위해 시장으로 뛰어드는 일선축협들은, 뛰어든 순간부터 중앙회의 경영 방식이 얼마나 고리타분한지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장들은 자신들이 그러한 체제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축산경제대표는 직원들이 뽑는 것이 아니라 조합장들이 선택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말이다. 
중앙회는 일반적인 기업이 아니다. 중앙회의 주업무는 신용사업이 아니다. 중앙회는 일선조합의 출자로, 일선조합은 조합원의 출자로 이뤄진 다분히 공적인 기업이다. 때문에 농민이 주인이라는 슬로건은 단지 슬로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농협 축산경제는 축산농민과 일선축협 위에 군림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의 허드렛일을 처리하는 하급 부서는 더더욱 아니다. 대한민국 축산업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축산경제대표는 일선축협과의 유기적 연대가 우선이고, 축산업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강단이 필요하다. 
농업경제에 대한 대립각이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선제적으로 협력하고, 축산업에 대한 시급한 문제 해결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축산업이 농업 생산액 비중 40%를 넘어선 만큼 대접해 달라가 아니라 성장한 만큼 책임감을 먼저 가져야 한다. 
그 책임감으로 축산업의 문제는 축산경제가 당당하게 공격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농협 내에서 떠밀리듯 끌려 다녀서는 일개 부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농업경제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통합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화학적 통합을 이루지 못한 것은, 농협이 축산경제를 홀대해서라기보다 스스로를 격리시킴으로써 농협 내의 ‘파이’를 줄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축산업에 대한 과거의 열정을 이해하지 못한 경영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혁신이 필요한 때다. 혁신은 노인을 젊은이로 회춘시키는 과정이다. 혁신은 자기파괴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조합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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