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상에 발을 딛고 살아온지가 400만 년 전이라고 하니 장구한 세월이 흘렀다. 비바람을 피하고 따뜻한 옷을 입고 생존을 위해 먹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먹고 배설하는 생리적 욕구가 해결되고 나서는 멋있는 옷을 입는데 야생동물 가죽을 현재까지도 사용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제조업체들이 이성을 유혹하고 돋보이도록 멋진 옷을 만들어 막대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동물을 잔인하게 다스린다. 소위 명품이라고 하는 가방이나 옷은 죄 없는 동물들의 가죽을 벗겨서 만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매년 1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들이 모피(毛皮·털이 붙은 채로 벗긴 짐승의 가죽) 때문에 죽어가고 있으며, 모피 한 벌을 만들기 위해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야생동물들이 희생을 당한다. 오로지 인간이 따뜻하게 지내고 멋과 편리함을 위해 밍크, 너구리, 수달, 족제비 등이 오늘도 고문을 당하는 것은 잔인함의 극치다.
야생동물들은 자연 상태에서 생활반경이 적게는 수 키로미터(km)에서 많게는 수십 km에 달하지만, 오늘날 모피농장의 야생동물들은 움직이기 조차 힘든 작은 철창에 감금된 채 살아간다. 이는 동물들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고문이자 동물학대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지난 2005년 스위스 동물보호단체인 ‘스위스동물보호기구’는 중국 허베이(河北·하북·중국의 북부)지방을 잠입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작업자들은 사후경직(死後硬直·생물이 죽은 지 5-6시간이 지난 후, 몸의 마디가 뻣뻣해지는 상태)이 오기 전 모피를 벗기기 위해 동물을 바닥에 내동댕이친 후 한쪽 다리를 거꾸로 걸어놓고 의식이 있는 동물의 털가죽을 벗겼다. 머리끝까지 가죽이 벗겨진 벌거숭이 몸뚱이들은 바닥에 쓰레기 더미처럼 쌓였고, 그 안엔 피부가 다 벗겨진 후에도 10분 동안 심장이 뛰는 동물도 있었다. 
이렇게 해마다 모피를 생산하기 위해 수천만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중 85%는 사육하는 모피 농장에서 길러지는 동물들이다. 사방이 뚫려 있는 ‘뜬장’ 안에 구겨 넣어진 동물들은 지붕도 없는 곳에서 겨울이면 매서운 눈비와 칼바람을, 여름이면 따가운 뙤약볕을 그대로 몸으로 맞아야 한다. 나머지 15%는 야생에서 포획된 코요테, 물범, 물개, 족제비 등이다. 이러한 비인도적인 도살 방식 때문에 영국과 북아일랜드(2000), 오스트리아(2004), 네덜란드(2013), 크로아티아(2014)등 유럽 여러 나라들은 10여 년 전부터 모피 생산을 금지하고 있다. 모피를 수입하거나 판매를 금지하는 나라가 늘고 있고 이제 전 세계적으로 ‘모피 퇴출(Fur Free)’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패션을 위한 동물의 희생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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