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농협 축산경제대표이사 선출을 위한 투표일이 마침내 잡혔다. 지난 24일 개최된 정기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선출 날짜를 12월 9일로 결정했다. 
이번 축산경제대표 선출은 특별하다. 2000년 농축협이 통합된 이후, 대표이사 임기 말년에 잡음으로 시끄러웠던 관례가 깨진 첫 선거이기 때문이다. 대표이사가 임기를 마치고 순리대로 스스로 퇴임하는 첫 사례다.

 

축협중앙회는 현대


이제 9일이 되면 전국의 조합장들을 대상으로 축산경제대표가 되겠다고 뛰어다닌 4명의 후보 중 단 한 명이, 전국의 조합장을 대표한 20명의 조합장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축산경제대표로 선택을 받게 된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구축협중앙회’다. 현재 대한민국 축산업을 견인한 곳이 바로 구축협중앙회이기 때문이다. 부업 수준이었던 가축사육을 하나의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떠받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을 해온 곳이 구축협중앙회다. 
당시 그 발전상을 이끌어왔던 구축협중앙회 소속 직원들 대부분이 올해와 내년 농협중앙회를 떠난다. 그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축협중앙회의 역사라기보다 당시 그들이 지향해왔던 목표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들이 잊혀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1980년 11월 29일 국가보위입법회의 본회의에서 축산업협동조합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그 이듬해 1981년 1월 1일자로 축산진흥회와 농협 산하 축산업협동조합이 통합돼 축협중앙회가 발족됐다. 
축협중앙회는 축산업이라는 단어조차 생경했던 그 시절, 축산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과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농촌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목표 하나에 집중했다. 축산업의 전기업화가 시동을 건 것이 바로 이 시점이다. 
월급날 아버지가 정육점에 들러 신문지로 돌돌 말아 들고 오신 고기 한 근을 잘게 썰어 넣은 무국을 온가족이 둘러 앉아 먹던 귀한 고기를, 이제는 큰 부담 없이 부위별로 구워먹게 된 것도 축협의 공로다. 
지금 농촌경제를 주도하는 것도 축산업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가서 소나 키운다는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가 확장된 것도, 온갖 역경 속에서 축산업의 발전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던 축협 직원들 노력의 덕분이었다. 
목우촌 브랜드를 만들어 축산물에 관한 총체적 사업을 주도하면서 당시 외국산 잡고기를 주원료로 외국 햄‧소시지 흉내를 내던 육가공산업을, 100% 국내산 돼지고기를 원료로 한 육가공산업의 고품격화 시대를 열었던 것도 축협중앙회다. 
축산물 수입개방에 대응하고 국내 축산업의 체계를 잡아나가며 축산업의 선진화를 이끌어갔던 것도 축협중앙회였다. 이러한 저돌적인 사업방식을 두고 한국 기업의 양대 산맥과 빗대어 축협은 현대, 농협은 삼성이라고도 불렸다. 
이미 방대한 조직을 갖추고 이를 철저하게 관리해오던 삼성식 농협과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자유분방한 목표지향주의적 현대식 축협이라는 뜻이었다. 

 

선택은 조합장의 몫

 

사업을 중심으로 짜여진 조직은,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보다 끈끈한 연대의식과 ‘왜’ 그 목표를 설정했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이는 나아가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구축협중앙회를 퇴임한 선배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구축협중앙회의 역사가 아니라 추구했던 목표를 잃는 것이었다. 
농축협이 통합된지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아직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왤까? 그것은 바로 그 시점에서 그들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했던 자신의 업무에 대한 ‘열정’이 식었기 때문이다. ‘왜’라는 동기를 잃었기 때문이다. 
농축협 통합 당시, 협동조합과 경쟁하던 관련 업체들은 사업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두 방대한 조직이 합쳐졌으니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결과는 비웃음이다. 
20년이 지나는 동안 구축협중앙회는 도대체 어떻게 변했는가? 왜 매년 협동조합 개혁의 문제가 내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가? 왜 축산업은 오염산업이고 온갖 질병을 발생시켜 없어져야 할 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는가? 
왜 영세한 축산농가들은 자신들의 생업에서 어쩔 수 없이 쫓겨나야 하고, 불안한 축산물 가격에 힘들어 함에도 불구하고 중앙회 직원들의 대우는 그와 반대로 좋아지는가? 왜 중앙회는 지역축협들과 경쟁하는가?
김태환 대표의 지난 6년은 이전 대표시절과 달리 평온했고, 대부분의 조합장들과 생산자단체장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겸손’하다는 평이다. 그래서 저런 대표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사업 부문에 들어가면 다른 평가다. 어떤 TV 광고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대표를 원하는가? 웃음이나 팔고, 없는 시간을 쪼개가면서 조합 행사에나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조합원들에게 조합장의 위신을 살려주며 친목이나 도모하는 대표를 원하는가? 아니면 조합과 함께 사업을 벌이며 주인인 축산 농민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대표를 원하는가? 선택은 조합장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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