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류는 400만 년 전에 등장하였으며 현생인류의 기원은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 사바나지역에서 발생한 후손이 세계 각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모든 인류의 기원이 되었다는 설(說)이 우세하다. 흑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살지 않고 왜 영국이나 미국에서 살면서 심한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백인에 의해 수많은 생명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일까. 오늘날 미국에서 살고 있는 흑인들이 본래 그들의 고향인 아프리카를 등지고 아메리카 대륙까지 오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영국의 노예무역에 기인하고 있다. 노예무역을 촉발하게 만든 것은 설탕 때문이다. 설탕은 열대성 작물인 사탕수수 줄기를 잘라 즙을 짜고 그 즙을 오랫동안 끓여 만든 결정체다.
설탕 추출 방식은 4세기경 인도에서 처음개발 되었고 유럽에 설탕이 전파된 것은 11세기 쯤으로 추정된다. 그 당시 설탕 한 줌은 귀한 향신료인 후추처럼 비싸고 귀한 음식이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설탕 1.5kg 이면 송아지 한 마리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1655년에 영국은 스페인 식민지인 자메이카(Jamaica)를 공격해서 설탕 산업에 뛰어들었고,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는 카리브 해에서 설탕 생산을 시작했다. 그들도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실어 날랐다. 당시 대서양 횡단 항해는 30일 이상이 소요되었다. 그러한 노예 운반선의 상태는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선내의 모든 공간을 활용하여 사람을 화물처럼 차곡차곡 쌓았다. 아마도 소나 말도 이런 상태로는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 흑인들은 가축으로 취급당했다.
두 발의 발목에 자물쇠를 채운 상태에서 벌린 입에 물과 음식을 넣어주고 대소변도 그 자리에서 보게 했다. 영양실조와 전염병으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죽었다. 노예제도가 폐지되기 전까지 아메리카로 1250만 명이 넘는 흑인 노예들이 잡혀 왔으며, 이 가운데 40퍼센트가 브라질과 서인도 제도의 설탕 산업에 투입되었다. 이렇게 도착한 흑인들을 바로 시장에 내놓아 가축처럼 가격을 매겨 사고파는 비인간적 행태를 딛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지금의 흑인들이다. 사실 영국과 미국은 노예를 부려서 설탕을 생산해 막대한 이득을 보았지만 산업혁명으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발달하자 영국과 미국은 각각 1833년과 1865년에 흑인노예제도를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것이 150년이 넘었지만 미국과 유럽사회에서는 흑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달콤한 설탕의 역사는 흑인의 비극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미국 흑인 알렉스헤일리의 자서전인 “뿌리(Roots·1976)”는 그의 외할머니가 구술해준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으로서, 7대까지의 흑인의 역사를 기술한 것이다. 흑인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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