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지난달 30·31일 양일간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회담을 가졌지만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설정하는 데 실패했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의 반대로 ‘2050’ 시점을 못 박지 못한 결과다. 
G20의 정상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고자 함께 ‘노력’한다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의 목표를 확인했을 뿐이다. 

 

‘성장’이냐 ‘지속’이냐


중국과 러시아는 2060년으로 10년 후로 설정했지만 인도의 경우에는 아예 목표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이들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선진국들이 저질러놓은 산업쓰레기를 치우는 데 참여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기후 위기를 대처하는 방식과 사고가 서로 다른 것은 각 국가의 발전단계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고혈을 빨아 이미 선진국의 기초를 다진 국가들이 자신들의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가로막는 ‘사다리 걷어차기’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자연재해가 대형화되고 잇따르면서 ‘경제 성장’이냐 ‘지속 가능’이냐의 전 세계적 위기에 대한 경고등이 계속 깜박거리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지켜보면 기후에 대한 불안감은 한층 고조된 상태다. 
이전만 해도 ‘경제 성장’이라는 절대 과제 앞에서 별반 힘을 쓰지 못하던 이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등은 사상 최대 폭우와 폭염과 가뭄, 쓰나미 등 자연재해가 빈발하면서 급부상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기후 변화와 관련 대중 강연자인 마크 라이너스는, 저서 「6℃의 멸종」을 통해 이번 세기 안에 최악의 환경 대재앙이 닥칠 것을 경고했다. 그는 지금 당장 인류가 힘을 합쳐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인류 대멸종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1도가 상승하면 현재 기름진 농토 밑의 잠자던 모래층이 드러나고, 그 모래 폭풍으로 농장이며 길, 심지어 소도시 전체가 모래바람에 휩싸인다. 지하수를 활용해 위기를 극복해 보려고 하지만 이미 상당수의 지하수층이 농업용수 공급으로 고갈된 상태다.”
그에 따르면 현재 기후는 재앙의 시작단계인데 벌써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1930년대 미국과 캐나다에서 일어난 재난을 일컫는 ‘더스트 볼(the dust bowl)의 예를 들었다. 
1934~1940년 사이에 수백만 에이커에 달하는 대평원의 포토가 어마어마한 모래폭풍에 침식됐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황폐화된 농촌의 배경이기도 했다. 1934년 5월의 경우 시카고를 거쳐 멀리 뉴잉글랜드까지 날아간 황사가 붉은 눈처럼 쌓일 정도였다. 
당시 오클라호마 전체 인구의 85%에 해당하는 수천수만 명의 사람들이 집을 떠나 서부로 갔고, 평균 강수량이 25% 줄어들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경작하던 땅이 유실되고 거대한 모래언덕만 남았다. 
6000년 전부터 긴 잠을 자고 있던 모래언덕을 깨운 것은 긴 가뭄이 아니었다. 1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40%가량의 강수량이 감소한 게 원인이었다. 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이 단 1℃만 상승해도 미국 서부는 다시 한 번 장기적인 가뭄에 재앙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축산업 또 희생될 듯

 
지난달 31일,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2021 세계 기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년은 역대 가장 더운 기간이었고, 기록적으로 높은 온실가스 농도가 현재와 미래 세대에 영향을 미치면서 지구를 ‘미지의 영역’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2020년 온실가스 농도는 413ppm, 메탄 1889ppb로 최고치를 경신해 산업화 이전보다 각각 149%와 262%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수면 높이도 빙하와 빙상의 손실로 계속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마크 라이너스는 이 시작점에서부터 1℃ 상승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를 마치 SF의 소설처럼 펼쳐놓았다. 
2도 상승하면, 지구의 한쪽은 목이 말라 죽고, 다른 쪽은 물에 빠져 죽는다. 3도가 되면 지구온난화가 자가 발전해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4도에는 지구 전역에서 피난민이 넘치고, 5도에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시작된다. ‘거주 가능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러시아나 캐나다가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핵무기까지 동원된 전쟁이 시작된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모두 사라지고 정글 또한 불타 없어진 상태다.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에 면한 도시들은 모두 가라앉았고, 이제는 대륙 깊숙한 곳마저 침수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6도 상승하면 살아남은 해양생물들까지 영양실조와 산소부족으로 모든 살아있는 생물체는 멸종된다. 
6℃의 멸종은 일반인들에게 기후 위기의 결과를 가장 잘 나타낸 저서 중의 하나다. 그는 여러 원인과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 위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대다수는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 준 혜택만을 사랑할 뿐이다. 
몸에 익은 습관처럼 원인을 단순화시켜 손쉬운 해결 방법만 찾게 된다. 그것이 바로 농·축산업이며,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독 축산업을 희생시키고 싶어한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