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주변의 마트에만 가도 먹을거리가 선반 가득 쌓여 있는 상황을 보면서, 지금 우리는 무엇으로 배를 채울까보다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안다. 
언제 어디서든 먹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현대의 식량 공급 시스템 속에서 ‘식(食)’의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그렇게 소중했던 식량 생산 활동이 아주 하찮은 것쯤으로 여기지고 있다. 

 

먹거리 언제나 풍족?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입법 과정을 수행하는 국회나 이를 실행에 옮기는 행정은 물론 농민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까지도 먹을거리는 언제나 풍족하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런 사고방식의 결론이 바로 농축산에 대한 왜곡으로 나타난다. 
외국산 농축산물의 완전 개방이 이뤄지고, 각종 보조금의 삭감 등 국내 농축산업의 주변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일찍이 고령화 시대를 맞아 농축산인들의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효율성’을 내세우며 행정의 초점을 농촌보다 농업이라는 산업의 전기업화에 맞추면서 지금 영세 농축산인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있다. 농협의 역할이 더 부각되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농축산인들이 비빌 언덕이 농협뿐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농협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2012년 자의반 타의반 신경분리를 시도했지만 매년 평가점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농협 또한 농축산인들의 믿음에 답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2021년 농협 국감에서는 농협이 슬로건으로 내세운 ‘판매농협’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지적됐다.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총 4조1918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위성곤 의원과 홍문표 의원은 2012년과 2020년을 비교하면서 농업부문은 88점에서 72점으로, 축산경제는 85점에서 57점으로 급전직하한 상황을 제시하면서 갈수록 저조한 이유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외에도 농협이 목표로 제시한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은 헛구호에 불과했을 뿐만 아니라 농가부채가 42%, 농사비용은 18%가 각각 증가하면서 농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졌다고 지적했다. 
위성곤 의원은 그 원인을 “빈번한 투자계획 변경과 투자 계획 대비 집행 실적이 부진했다”면서 “농업경제는 2019년까지 총 7차례, 축산경제는 6차례 계획이 변경되었을 뿐만 아니라 평균 집행률도 61.3%에 불과했고, 특히 축산경제는 동기간 평균 집행률이 겨우 46.2%로 매우 낮았다”고 설명했다. 
위 의원은 또 “조합에서 출하되는 농축산물을 얼마나 중앙회에서 책임판매했는지를 나타내는 중앙회 책임판매비중이 2020년 최종목표는 51.1%였으나 실적은 32.9%로 달성율은 겨우 64.4%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결과로 농민조합원의 경우 2020년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6.5점이며, 조합의 경우 47.25점으로 낙제점을 보였다. 

 

농민들에게 희망을


홍문표 의원 역시 “농민은 제값 받고 팔고, 소비자는 싸게 구매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이 이뤄져야 하지만 유통구조 개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농협은 마치 유통구조개혁을 포기할 것처럼 보인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정점식 의원은 유통구조개혁을 위한 한 방편으로 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농협몰의 경우 2015년부터 2021년 6월까지 누적 적자가 639억원으로, 도대체 농협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농협은 농축산물 유통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4대 혁신방향을 제시했다. 
도매사업 중심으로 산지와 소비지 농산물의 유통을 연계하고,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도소매사업을 전환하며, 스마트한 농축산물 생산‧유통 환경을 조성하고, 협동조합 정체성에 부합하는 농축산물 판매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누적되는 적자가 커져서일까? 외국산 원재료 사용 식품이 우수 브랜드 제품으로 둔갑‧게재되고 있다는 빈축을 샀다. 
농협하나로는 1인가정‧혼술‧혼밥족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소비 패턴을 겨냥해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브랜드를 기치로 자체 브랜드인 ‘오케이쿡’을 만들었다. 
발빠른 소비 변화의 대응이기는 했지만 안병길 의원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198개 제품 중 56%인 110개 제품이 외국산 원료를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 
안병길 의원에 따르면 국내 농산물 자급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산 모짜렐라치즈스틱 체품을 오케이쿡 브랜드 대표상품으로 게시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제품의 쌀가루인 미분까지도 외국산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협동조합 역할과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이같은 행위들을 놓고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배신했다”는 항의를 들으면서 농협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국내 농축산업의 발전을 견인해온 농협이 가져야할 자부심보다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면 농협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농축산인들이 믿고 의지해야 할 농협까지, 오히려 배신감을 갖게 한다면 도대체 대한민국 농축산업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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