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달 27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에게 ‘11개 축산분야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최근 축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정책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해 달라는 내용이다. 
물가안정을 핑계로 축산농가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에서부터 군급식 개선을 이유로 외국산 축산물 섭취를 장려하는 해괴망측한 군급식 제도개편, 온라인 마권발매 금지조치로 인한 축산발전기금조차 조성할 수 없도록 만든 불합리에 대한 것까지 11개 항 대부분이 축산업의 존립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들이다. 

 

국민의 혈세 줄줄이


그래서였는지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는 여러 가지 지적이 나왔다. 과도한 살처분 정책으로 계란값이 폭등하자 혈세 731억원을 들여 계란을 수입‧유통 시켰지만 여전히 계란은 ‘金값’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계란 수입에 쓸 돈을 살처분 농가들에게 지원하고, 재입식 기간을 단축하는 등 국내 생산기반을 회복하는 것을 우선으로 정책을 수행했으면 혈세를 낭비하는 일 대신 국내 수급을 보다 빨리 안정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가축방역관이 모자라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도 갖추지 못함으로써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가축전염병의 확산으로 수천억 원의 혈세 또한 낭비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농식품부가 지난 2018년부처 처우개선을 위해 ‘자치단체 가축방역관(수의직) 인사 지원 방안’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인원이 매년 부족한 실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실효성도 없는 것이어서 전면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 2019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ASF는 매년 경기도와 강원도 인근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확산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양돈농가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상황이다. 
ASF의 경우 발생과 전파의 주범이 야생멧돼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관리소홀로 빚어진 작금의 사태 책임을 축산농가에게 전가하는 농식품부와 환경부의 행태를, 농가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 상태다. 
“ASF 발생이 어째서 집돼지 농장의 방역소홀 때문이냐?”며 양돈농가들은 지금 대단히 격앙된 상황이다. 
그들은 근거 없는 권역화로 산업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으며, 이동제한과 과도한 8대 방역시설 설치 요구 등 불합리한 농가규제로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또 국방부의 군급식 개편은 지금 정부가 얼마나 국내 농축산업에 대해서 무지한가를 보여주는 아주 단편적인 예다.  
부실한 군급식이 국민들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되자 서둘러 급식을 개선한답시고 협동조합과의 수의계약형태를 최저가 경쟁입찰제도로 바꾼 것도 모자라 대부분의 축산물 급식을 외국산으로 지정해 버렸다. 
군급식 부실의 본질적인 문제는 조리와 관리시스템의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저가 경쟁입찰로 바꾼 것은 자칫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을 잡음거리는 아예 외부에 맡기겠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안보를 책임져야 할 국방부가 식량 안보는 포기하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민생문제는 겉치레


상황이 이런데도 농식품부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농축산업에 대한 정부 부처의 몰이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금육시장의 담합행위를 조사한다면서 2017년 7월부터 압수수색 등 4년 동안 업체와 협회를 조사할 때에도 농식품부는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업계와 협회 등에서는 농산물의 특수성과 계열화사업자에 대한 이해부족, 수요‧공급의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은 농축산물을 공산품 기준에 맞춰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그렇게 호소할 때도 농식품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농식품부장관 지시에 의해 장관훈령에 따라 수급조절협의회와 자조금 일환으로 수급조절사업을 시행했지만, 농식품부는 책임지라는 질책을 받을 것이 두려웠는지 발을 뺀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경마가 중단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경주마생산농가들이, 생존의 한 방편으로 온라인 마권발매를 허락해 달라며 사방에 호소하고 있지만 감독기관인 농식품부는 역시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행산업이라는 꼬리표를 앞장서서 달고 묵묵부답이었다. 문광부가 경륜과 경정의 온라인 발매를 허락한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오죽했으면 축산관련단체들이 ‘20 21 국정감사 축산분야 요구사항’의 부제목으로 ‘김현수 장관의 「갑질농정」고발’을 달았을까. 얼마나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졌으면 한 개인의 일탈을 “어떻게 좀 해 달라”고 국회의원에게 매달릴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국정감사도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의 요구사항의 그것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가지도 않았다. 대선과 맞물리고 정쟁을 앞세워 그밖의 다른 문제들은 문제도 아닌 것이 돼 버렸다. 
민생의 문제는 그냥 겉치레식으로 치장만 되었을 뿐이고, 더욱이 농축산업의 문제는 이제 문제도 아니게 됐다. 국회에서조차 버림받으면 도대체 농축산업은 어쩌란 말인가? 애끓는 농심은 대체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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