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무개념의 사주와 무책임한 임원들을 지켜보면서도 “저 회사는 조만간 망하겠다”는 확신이 자주 틀린다. “도대체 왜 망하지 않는 거지?” 그런 회사들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사주와 임원들의 어리석은 경영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버팀목이 되는 것은 중간급의 직원들이라는 점이다. 그들 중 일부는 또 승진해서 전자의 전철을 밟게 되지만 그들의 자리엔 또 다른 직원들의 눈물과 땀으로 채워진다. 

 

국민 일류, 정치 삼류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시각은 항상 물음표다.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든 민족이라는 것이다. 정치를 보면 개판(?)인데 그들의 예상을 깨고 뜻밖의 일들을 저지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십여 년 동안 한국에 체류하면서 나름대로 한국인들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한다고 하는 외국인들도 IMF의 금모으기 운동이나 코로나 사태에서 흔히 보였던 사재기조차 볼 수 없는, 전체를 위한 자발적 희생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지금 전 세계는 K-팝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다. BTS는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를 수차례 점유하고, 아시아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한국 드라마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K-팝으로 인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겪은 한국 문화를 알고 싶어 한국인과 접촉하는 사례도 크게 확산되고 있으며, 대학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는 곳도 늘고 있다. 
최근엔 넷플릿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드라마에서 나온 달고나 세트, 트레이닝복의 주문이 줄을 이었고, 영화 ‘기생충’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짜파구리가 다시 떴다.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즈음 정치판을 보면 부끄러움이 그 자부심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한다는 저들은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모양이다. 국회에만 입성하면 바보도 저런 바보들이 없고, 제 자신의 탐욕에 찌든 자신의 얼굴도 보지 못하는 모양이다.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진짜 같이 해대고도 정작 사과 한 마디 없다. 오히려 거짓말을 거짓말로 덮고 싶어한다. 그러니 ‘후안무치’하다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다. 
유력한 대선 주자들은 토건비리와 연류를 의심받고, 점쟁이를 끌어들여 손바닥에 부적질을 해대고, 그러고도 일류 국민들의 머리 위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한다. 유력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그늘막에 들어가 지금껏 누려온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상대방을 헐뜯기 바쁘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최대한 누릴 국정감사의 시간이 돌아왔다. 국정을 감시해 잘못된 정책 등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야 할 국정감사는 늘 그렇듯 합리적인 지적보다 트집 잡기에 골몰하다보니 해당 국민들은 복창이 터질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당장의 ‘농업‧농촌의 홀대’ 문제만 해도 그렇다. 농업‧농촌의 홀대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게다가 농업 자체가 산업화 되고, 고령화 되면서 갈수록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애정어린 질타 필요


특별히 문재인 정부여서가 아니다. 그동안 농업‧농촌을 우대해온 정책을 뒤집고 홀대했다면 문재인 정부의 농업‧농촌 홀대는 마땅히 지적당하고 질타당해야 맞다. 게다가 일부 의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국가 전체 예산 비중의 차이로 근거를 제시하는 것도 맞지 않다. 
2017년 3.62%에서 2022년 2.76% 로 낮아졌다고 하지만 늘어난 예산을 염두에 두면 액수는 14조4887억원에서 16조6767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따라서 이전보다 홀대했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는 농업‧농촌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기보다는 현 정부를 흠짓 내기 위한 말뿐인 지적이다. 이러한 진정성 없는 주장들은 농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한 고민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국회는 입법 기관이다. 농업과 농촌을 위한다면 농업과 농촌을 위해 어떤 제도와 법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국회의원이 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맹성규 의원이 제기한 ‘3년 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행정기관위원회 운영현황’에 따르면, 위원회당 연평균 현장출석 본회의가 단 1회도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바꿔 말하면 현 정부를 비판하는 것에는 열을 올리지만 정작 농업‧농촌을 위해서는 거의 일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운영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위원들이 직접 출석해서 진행된 본회의는 총 65회로 위원회당 연 0.9회에 불과했다. 24개 위원회 중 38%에 해당하는 9개 위원회는 지난 3년 간 단 한 차례도 현장출석 본회의를 개최하지도 않았다. 
지난 3년 간 이들 위원회에 편성된 예산은 145억원이렀고, 실제 집행된 금액은 111억원이었다. 
맹성규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업무 특성상 농업인의 현장 목소리를 적극 경청해 정책에 반영해야 마땅한데, 111억원이나 집행된 위원회가 서면 위주로 운영되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질책과 비판은 애정이 담겨 있을 때 진정성이 있는 것이다. 정부 비판은 일반 국민들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으로서의 할 일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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