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사냥 양봉장 초토화
연간 피해액 1500억 원
양봉산업 생산액의 30%
기후변화하자 확산 추세

확실한 퇴치방법이 없고
여왕벌 포획·농약 사용 등
잘못된 방제 정보 역효과
정부·산업·학계 협력 시급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등검은말벌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양봉농가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된 등검은말벌은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꾸준히 영역을 넓히고 있는 외래종이다.

꿀벌을 잡아먹는 육식 곤충으로 증식도 빠르고 방제도 어려운데다, 토종말벌을 압도하는 공격성은 양봉농가와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따뜻한 남부지방에 출몰하던 것에서 이제는 전국적으로 서식지를 넘나들고 있어 양봉 농가들은 지금 등검은말벌과 전쟁 중이다. 

 

# 연간 등검은말벌 피해액 1500억 원  

등검은말벌은 추석 전후 가장 왕성히 활동하며 양봉농가에 피해를 입힌다.  

특히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역대 급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등검은말벌 방제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연간 등검은말벌로 인한 피해액은 1500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는 양봉산업 전체 생산액 의 30%가 소멸되는 것과도 같다. 

한 등검은말벌 전문가는 30%도 보수적인 수치에 불과하며 등검은말벌로 인한 피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등검은말벌은 날아다니며 애벌레 먹이용으로 일벌들을 납치·사냥하기 때문에 처음엔 피해를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 꿀벌 개체수가 급감해 양봉장을 초토화시킨다.

충남 천안의 한 양봉농가는 “등검은말벌을 잡기 위해 유인트랩이나 채 등으로 방비하고 있지만 개체수가 너무 많아 꿀벌이 사냥감으로 전락했다”며 “등검은말벌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제법이 없는 한 농가들은 계속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의 한 양봉농가도 “예전엔 등검은말벌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으나 기후가 변하면서 북쪽지방에서도 등검은말벌로 인한 피해가 늘어났다”며 “걷잡을 수 없이 퍼진 등검은말벌을 퇴치하기 위해선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등검은말벌 방제 대책 시급

등검은말벌은 아열대성 기후로 전환되자 국내 토종말벌을 밀어내며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유인트랩이나 파리끈끈이 등 포획기로 100마리씩 잡는다고 해도 늘어나는 개체수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에서도 등검은말벌 벌집을 추적하는 기술을 연구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등검은말벌을 확실하게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매년 초봄에 여왕벌을 집중 포획하거나, 포획한 등검은말벌에 농약을 묻혀 방사하는 방법도 사용해봤지만 뚜렷한 효과는 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최문보 경북대학교 교수는 “여왕벌 1마리를 포획하면 등검은말벌 1000마리를 퇴치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며 “올해 이렇게 등검은말벌이 급증한 이유는 여왕벌 포획 등 잘못된 방제 방법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년 수명의 여왕벌 한 마리를 포획하면 대기하고 있는 예비 여왕벌(여왕벌의 딸) 500마리의 경쟁률을 낮춰줘 결국 새로운 등검은말벌 집단이 탄생한다”며 “여왕벌을 따라 이동하고 자리 잡는 벌들의 특성상 등검은말벌의 개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양봉 밀도도 높지만 말벌 밀도도 엄청나게 높아 앞으로 말벌, 특히 등검은말벌로 인한 양봉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산업, 학계가 힘을 모아 등검은말벌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제 대책 개발을 서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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