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들, 반려동물 편중…후계인력 확보 절실

산업동물 전문가 급격 감소
질병 발생 원인규명 어려워
브루셀라 오염환경 접촉 탓
농장 간 방문·소 이동 자제

소 진료하는 원장들 고령화
오지 응급환축 진료 못받아
각종 약제 용법·요령 알리고
현장 의견 수렴 정책 반영을

류일선 한국소임상수의사회장
(아시아동물의학연구소장/아시아동물병원장)

류일선 회장은 "개원 수의사 중 반려동물 선호도의 높은 증가와 농장 동물의 기피 현상의 심화, 현장 수의사들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일부 오지에서는 소 사육농가들이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류일선 회장.

[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류일선 한국소임상수의사회장(아시아동물의학연구소장)은 지난 30여 년간을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수의연구사/수의연구관으로 봉직하면서 대가축 및 축산농가들과 호흡을 같이 했다. 

지난 2014년 부터는 공직을 떠나 아시아동물의학연구소를 설립하고 현장에서 전천후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류일선 회장. 

류 회장은 “대가축에 주로 발생하는 질병들은 유방염, 발굽질병 등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상에서는 구제역, 브루셀라, 결핵 등만 통계적으로 집계되고 확인되고 있다”면서 “산업 수의사나 전문가들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질병 발생에 대한 원인 규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의 후계 인력 확충이 중요하다는 류 회장은 “전염성 질병은 가축의 건강을 위협하고 생산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현장에서 조기 진단해 개체 격리와 같은 통제 관리가 필수적”이라면서 “진료가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산업 동물에 대한 수의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가축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주요 질병은 무엇이 있나.

한우에서는 송아지 설사병과 폐렴으로 송아지 폐사의 75~80%를 차지하고 있으나, 갓 태어나는 한우 신생송아지의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초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며, 생후 처음 수 시간 이내에 면역 글로불린이 함유된 초유 섭취는 약물에 의한 치료보다 훨씬 효과적인데, 초유를 얼마만큼 조기에 먹이냐는 것이 관건임을 한우 농가들에 권유하고 싶다. 그 외에 거세 후 비육우에서 잦은 뇨결석증, 버짐(링 웜), 소 바이러스 설사병(BVD), 결핵병, 요네병 및 브루셀라병 등이 있다.

젖소에서는 소위 생산성을 저해하는 주요 질병으로는 에너지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케토시스, 유열(저칼슘혈증), 제4위전위증과 면역억제로 인한 유방염, 후산 정체, 자궁염 등을 들 수가 있다. 이외에 소 류코시스병, 최근 개 등의 반려동물 증가로 인한 유산이나 기형 송아지 출산 등을 나타내는 네오스포라 병 등을 들 수가 있다. 

 

- 한우의 경우 브루셀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남도는 도내 피해 근절을 위해 백신 도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소 브루셀라병의 경우, 과거 경북과 경남에서 많이 발생했는데, 작년(2020)에는 126건 발생 중 전남 87건, 경북 18건, 전북 10건으로 다발하고 있다. 금년에는 3월 기준 전국적으로 18건 발생했고, 전남에서 15건이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소 브루셀라병의 방역정책으로 국가에 따라서는 백신 접종과 동시에 검진 및 양성우 살처분정책을 병행해 방역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예방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이유는 브루셀라백신의 방어 효과가 약 80% 수준으로는 완전히 예방하지 못하며, 백신접종에 따라 농가에서 방역을 소홀히 할 우려가 있으므로 백신 접종 소에 대한 표시 등 이동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생균백신을 접종하면 소비자들이 국내 고기의 안전성에 불신을 가져올 우려가 있고, 임신소에 접종하면 유산 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백신 접종사고로 사람에 감염이 유발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국내 브루셀라병 발생율이 1% 이하로서 백신을 도입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브루셀라병의 발병이 없던 농가에서 처음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외부로부터 소의 구입, 브루셀라병에 걸리면 유산하거나 분만 시 배출되는 태아, 태반과 분비물 및 우유 등에는 브루셀라균이 심하게 오염되어 있고, 농장 내에서의 전염 확산은 분비물에 접촉하거나 오염된 주위 환경에 접촉함으로써 이뤄진다고 볼 수가 있으므로 농장 간 방문, 소의 이동과 아울러 농장주의 방문 등을 적극적으로 삼가는 것이 좋다.

 

- 현재 축산농가에서 질병 관리 및 대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부의 질병 방역 대책 등 가운데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최근 우리 국민의 반려동물 선호도 증가와 아울러 인구가 1500만 시대로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농장 동물에 관심도가 지나치게 낮은 경향은 정책 수립과 시행하는 과정에서부터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는 점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축산농가나 정부 행정당국에서 볼 때 과거보다는 다소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제작년 1월 경기 안성, 충북 충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적극적인 백신 접종과 차단 방역 등으로 발생이 없으나, 언제든지 방심하면 발생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차단 방역 활동의 전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개원 수의사 중 반려동물 선호도의 높은 증가와 농장 동물 기피 현상의 심화 및 소를 진료하는 원장들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일부 오지에서는 소 사육농가들이 응급환축이 발생했을 때, 지역 내 소 진료 수의사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의 부재 등으로 인한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2014년부터 서울대 평창캠퍼스에서 운영하는 산업동물임상연수원을 현장과 시대 상황에 맞게 재편의 시급성, 축종별 가축위생관리기준 설정 및 실시 등 축산농가 현장의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경청해 적극적으로 시책에 반영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겨울철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화공약품의 하나인 생석회를 마치 소독약인양 홍보하는 것보다, 정확한 용법과 요령 등을 축산농가들에 올바르게 알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사실이지 저 역시 수많은 축산 현장을 누벼오면서 그간 여러 의견을 제시했지만, 개선되거나 채택이 된 것은 거의 없을 정도라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펼친다 해도 이를 실행하는 관련 기관, 단체 및 축산농가간 사이에 다소간의 틈새가 있다면 질병의 청정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해두고 싶다. 따라서, 이제라도 우리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주 고객인 축산농가들과 관련 단체 등에서 종사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반영해나가면서 시대적인 변화에 맞는 맞춤 행정을 전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해두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 소를 사육하는 농가들이 “우리 소 농장은 스스로 지킨다“라는 일념으로 출입자, 차량과 방역수칙을 잘 준수해 청정 축산에 앞장서 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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