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축방역, 수의사에게 듣는다…양돈
대한민국 가축방역, 수의사에게 듣는다…양돈
  • 한정희 기자
  • 승인 2021.09.10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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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에 산업 존망…세밀한 전략 급선무

농가, 하라는대로 시설 갖추고
정부 최종 점검했는데도 발생
‘완벽한 차단 없다’는 게 현실
8대 방역시설 효과 연구 시급

2000km 울타리 관리는 엉망
막대한 비용과 인력 투입에도
멧돼지 잇따른 월담을 못막아
노인 동원한 수색 무슨 효과?

중앙정부에서 큰 그림 그리고
체계적 전략을 지자체에 시달
전문가 그룹 통해 긴밀 연계
백두대간 돌파 조기 대응해야

박선일 강원대 수의대 교수
야생멧돼지가 광역울타리 밖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야생멧돼지가 광역울타리 밖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선일 교수.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ASF가 8월 한 달 동안 강원도 고성(8일)·인제(16일)·홍천(26일) 양돈장에서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강원도가 양돈장 시설 보강, 야생멧돼지 관리 강화 등 방역 대책을 내놓았지만 새로운 내용은 없다. 환경부는 야생멧돼지 남하 차단을 위해 강원과 경북 사이에 ASF 클린존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생존이 걸린 한돈농가 마음에는 차지는 않는 상황이다. 과연 ASF 청정화는 가능한 것인지, 방역 정책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한다. 이에 강원대 수의대 박선일 교수와 일문일답을 통해 ASF 발생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방역 정책 개선 방향을 짚어봤다. 

 

- 8월 한 달 동안 강원도에서 ASF가 3건이 발생했다. 현재 상황을 진단한다면.

ASF가 생각보다 더 광범위하게 오염된 것으로 판단된다. 강원도 영월 위쪽 지역은 모두 오염됐다는 것을 전제로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양돈장 ASF 발생은 앞으로도 산발적으로 발생하리라 전망한다. 기존 발생 지역을 벗어날 가능성도 크다. 만약을 대비해 양돈장은 돼지 상태를 민감하게 확인해야 한다. 올겨울을 잘 넘기는 것이 큰 과제다.

 

- 이번 발생 농장은 모두 중점방역관리지구 내에 있었고, 8대 방역 시설을 이미 운영 중이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전국의 양돈장들은 8대 방역 시설을 갖추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야생멧돼지를 놔둔 상태에서 양돈장 방역을 아무리 잘해도 완벽한 차단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이번 양돈장 ASF 발생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한다. 이들 양돈장은 정부가 요구하는 방역 시설을 갖췄고, 정부가 이를 최종 점검했는데도 불구하고 ASF가 발생했다. 

8대 방역 시설을 갖추는 것이 ASF 유입 방지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 시행 중인 야생멧돼지 관련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현재 야생멧돼지 관련 방역 정책은 △개체수 감소 △폐사체 수색 △울타리 설치가 중심을 이룬다. 

2000km에 달하는 울타리는 관리가 엉망이다. 야생멧돼지가 광역울타리를 넘은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과 노동력을 들였지만, 야생멧돼지 활동을 관리하지 못한다. 

폐사체 수색의 경우 일부 지자체는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노인들을 동원해 수색하고 있다. 경사진 곳의 수색이 제대로 되겠는가. 수풀이 우거진 지금 폐사체를 찾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야생멧돼지 개체수는 2019년 국내 첫 ASF 발생 이전으로 이미 원상복구 됐다. 오히려 숫자가 늘어났을 수 있다. 시간과 예산만 허비했다.

결국, 울타리는 그 역할을 못 하고, 폐사체 수색도 엉망이며, 개체수는 ASF 발생 이전으로 원상복구 되는 등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다. 이로 인해 ASF 오염지역은 계속 넓어질 것이다.

 

- 오염지역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니 마음이 무겁다.

다시 강조하지만 영월 위쪽 지역은 모두 오염됐다고 봐야 한다. 오염되지 않은 지역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될 것이다.

ASF를 앞으로 5년 이내에 청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CSF(돼지열병)와 같이 ASF도 토착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설악산과 오대산으로 야생멧돼지가 들어가면 안 된다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결국 설악산을 관통했다. 다음은 경북 봉화다. 개인적인 견해로 빠른 야생멧돼지는 이미 봉화로 넘어갔다고 본다.

 

- 가축 방역 시스템 어떻게 바꿔야 하나.

우선, 세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ASF 방역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세밀한 전략을 만들어 지자체에 시달해야 한다. 지자체는 이를 기초로 지역 실정에 맞도록 더 세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구제역이나 CSF는 예찰 계획 등을 세밀하게 수립했지만, ASF는 발생 700일이 넘도록 세밀한 예찰 계획을 본 적이 없다. 

농장 단위로 실시한 위험평가와 그 결과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 2019년 9월 17일 국내 첫 ASF 발생 이후 우리 실험실에서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했고 이를 통해 얻은 자료를 가장 많이 업계에 제공했다. 이러한 분석 과정을 통해 위험 농장 리스트를 도출했다. 그 리스트 안에 있는 농장에서 ASF가 발생했다.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에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을 야생멧돼지, 한돈농장, 기타 환경 등 3개 그룹 나눠 운영한다. 기타 환경 부문에서는 멧돼지와 농장을 제외한 관련 내용에 관여한다. 이들에게 유용한 아이디어도 내고 정부 방역 정책도 검증하도록 한다. 그룹별로 역학전문가를 한 명씩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역학분석 전문가가 없다는 것은 문제다.

 

- 어떤 근거로 위험 농장 리스트를 만들었나.

우리 실험실은 한돈농장과 ASF 야생멧돼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 해당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ASF 위험요인분석, 질병전파모형, 시공간군집분석 등을 통해 위험지역을 추정했고 위험지역 내 위치한 농장을 선별했다. 

ASF 야생멧돼지가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작년 4월부터 수차례 경고했다. 설악산 입구를 막고 철조망도 1.5m가 아닌 3~5m로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야생멧돼지가 길을 따라 통과했다. 이후 ASF가 양양, 영월, 강릉 등 사방으로 퍼졌다. 

지난 20년간 축적한 CSF 항체 양성 자료와 ASF 발생 자료를 비교해 지난해에 세미나 때마다 발표했다. CSF 항체 양성 확산 경로를 표시한 그림을 만들어 발표한 자료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그림을 보면 야생멧돼지가 백두대간으로 가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ASF 야생멧돼지가 백두대간을 타는 것은 시간문제다.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 강원대 수의대는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나.

구제역, CSF, ASF 등 중요 질병 외에도 다양한 재난형 가축전염병에 대한 위험요인분석, 방역정책 경제성분석, 질병전파모형, 시공간질병발생패턴분석, 수입위험평가, 차단방역조치 효율성평가,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자체 서버를 이용한 분석을 실시하고 있으며, 질병 예방과 발생 시 즉각적 대응방안 수립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질병 발생부터 종료까지 실시간 분석이 가능하다. 스위스·미국 등의 경우 정부가 가축전염병 관리 관련 기술을 보유한 대학과 연계해 질병 피해를 줄이고 있다. 우리나라 방역당국도 이러한 협업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ASF 양상 변화에 대해 예측한다면.

예측은 매우 조심스럽다. 항상 틀린 것을 전제로 이야기한다. 잘해야 본전이지만 못하면 몰매다. 그런데도 예측을 해야 대응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ASF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문제는 야생멧돼지 관리다. 예상 속도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야생멧돼지 이동과 양돈장 발생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전문적인 예찰 계획과 전략 없이 임시방편적인 방역은 ASF 발생을 예방할 수 없다. 

역학 전문가들을 동원해 장기적인 세밀한 예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ASF 상황이 더 악화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와 국민 몫이 된다. 

 

- 권역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권역화는 예방이 아닌 확산 방지를 위한 사후 관리다. 사전 관리에 드는 비용은 사후 관리에 드는 비용의 10분의 1이면 된다. 16개 권역화 마다 위험 수준이 어떻게 다른가 묻고 싶다. 평가를 안 해서 아무도 모른다. ASF가 발생하면 잠복 기간에 있는 바이러스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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