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병원 달랑 2곳…제도·경제적 지원 급선무

양봉, 친환경 축산으로 부상
농가 유입 늘면서 질병 다발
질병 발생원 찾기 중요하지만
인력·장비 등이 턱없이 부족

코로나로 비대면 진료 한계
전문의 2명으로 대처 어려워
꿀벌수의사회 통해 회원모집
질병 통계화·대책 마련할 것

허주행 한국양봉농협 동물병원장

꿀벌은 날아다녀서 차단방역이 어렵고 질병전파도 빠르다.
꿀벌은 날아다녀서 차단방역이 어렵고 질병전파도 빠르다.

 

허주행 원장.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한국양봉농협 동물병원은 국내에 단 두 곳밖에 없는 꿀벌 질병 전문동물병원 중 하나다.
지난 2018년 개원해 양봉농협 3200여 명의 조합원들이 보유한 약 90만 봉군의 효율적인 꿀벌 질병 관리와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1명의 수의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또 다른 꿀벌 질병 전문동물병원인 대전꿀벌동물병원과 업무 제휴를 통해 전국에 분포한 양봉농가들의 꿀벌 질병도 관리한다. 
꿀벌 질병 검사를 할 수 있는 진단실험실에서는 RT-PCR을 이용한 꿀벌 병성감정으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추가적 질병 발생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한다.  
또 실험 봉군을 운영해 꿀벌 약품 및 사료 등에 대한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양봉농협 동물병원의 유일한 수의사, 허주행 동물병원장에게 현 양봉산업에서의 꿀벌 질병과 대응방안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 양봉산업에서 대표적인 꿀벌 질병은 무엇인가.
꿀벌 질병은 하나의 질병보다는 두 개 이상의 질병이 혼합 감염된 형태로 주로 발생한다.
크게 감염성 질병과 기생성 질병으로 구분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꿀벌에 발생하는 질병은 현재까지 36종으로 알려졌다. 이중 국내에서 다발하는 질병은 14종으로 세균성 질병, 바이러스성 질병, 진균성 질병, 원충성 질병, 꿀벌 진드기 등이 있다.
꿀벌의 질병 중 바이러스성 질병인 낭충봉아부패병(Sacbrood virus)은 2010년 국내에서 발생해 토종벌의 90% 이상을 죽음에 이르게 한 질병으로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됐고, 세균성 질병인 부저병(Foulbrood)도 제3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된바 있다. 
최근 양봉이 친환경 축산업으로 관심 받고 있어 양봉농가 유입이 크게 늘어 꿀벌 질병 역시 다발하고 있다. 특히 꿀벌 바이러스성 질병, 진드기, 부저병 등으로 매년 그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 이러한 꿀벌 질병이 발생하는 이유는.
꿀벌의 질병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의해 발생하며 외부기생충인 진드기에 의해 그 감염이 촉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연이은 흉작으로 인한 꿀벌 먹이부족이 면역력 감소로 이어져 질병 발생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꿀벌 질병은 날아다니는 꿀벌의 특성상 다른 가축과 달리 발생 시 차단 방역이 어려울뿐더러 우리나라 양봉은 다른 나라에 비해 꿀벌 밀도가 높아 질병 전파가 빠르다. 


- 꿀벌 질병 대책방안과 치료법은 무엇인가.
질병은 발생 시 정확하게 어떠한 질병이 발생했는지 진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령 A라는 질병이 발생했으면 거기에 맞는 치료 약제나 처치를 해주어야 하는데 잘못 진단해 다른 질병에 맞는 약품이나 처치를 한다면 질병이 잡히지 않고 오히려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 꿀벌의 질병 중 세균성 질병인 미국부저병, 유럽부저병은 항생제를 통해 제어가 가능하고, 원충성 질병인 노제마증 또한 약품 사용이 가능하다. 진균성 질병의 경우 벌통 내부 환경 조절 등으로 극복이 가능하며, 외부기생충인 진드기 방제는 여러 방제약품이 있으나 꿀벌 바이러스 질병은 그 치료약품이나 백신과 같은 예방책이 없어 사양관리와 위생관리로 극복해야 한다.

 

- 토종벌 질병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지난 2010년 발생한 꿀벌 바이러스성 질병인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토종벌의 90% 이상이 폐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양봉이라고 부르는 서양종 꿀벌은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해 토종벌처럼 치명적이지는 않다. 토종벌과 서양종 꿀벌(양봉)은 서로 그 유전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질병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 꿀벌 질병 치료제가 궁금하다.
꿀벌은 후천성 면역체계를 구축할 수 없다. 간이 없어 해독작용이 불가능해 약품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진드기 구제제로는 스트립 제제와 앰플 제제가 있다. 스트립 제제는 벌통 내부 벽면 혹은 소문 입구에 투입한다. 투여 2~3일 후 뒤집어서 2~3일 사용 후 제거한다. 내성에 우려가 있어 2회 연속 사용은 자재해야 하고 스트립 제제는 벌통 내부에 남지 않도록 반드시 회수한다. 엠플 제제는 노란색을 띠는 아미트라즈(Amitraz) 성분의 약품으로 하나의 앰플(1㎖)에 물 1000㎖를 섞어 희석한다. 꿀벌의 날개가 적셔질 정도로 과다분무해선 안되고 꿀벌에 피해가 생길 경우 즉시 사용을 중지한다. 노제마증 구제약품은 후마길린 성분에 미색의 과립형 분말이다. 20ℓ에 약품 25g 비율로 녹여서 사용하고 다른 약품과 혼합사용을 금지한다. 소독제는 삼종염 성분이다. 1정(5g)을 물 5ℓ에 1000배 녹여 사용하는데 양봉장 주변 및 빈 벌통 등에 분무하며 살아있는 꿀벌과 꿀벌이 있는 벌통 내부에는 분무해선 안 된다. 

-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이 어렵다. 진료는 어떻게 하나.
꿀벌 질병의 특성상 비대면으로는 진료에 한계가 많다. 방역수칙을 준수해 현장에 찾아가 진료를 하고 있고 오래 머무르지 않으려 하고 있다. 꿀벌 관련 밴드나 카페는 가입이 되어 있지만 진료보다는 농가와 소통하는데 주로 사용한다. 주로 양봉농가에서 문제가 되거나 이슈거리 등을 살피는 것으로 활용하고 있다.

 

- 꿀벌 질병 전문수의사가 매우 부족하다. 어려운 점은 없는지.
전국을 관할로 삼는 양봉농협의 특성상 전국에 있는 조합원들의 양봉장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꿀벌 질병 전문수의사는 2명으로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농가수가 한정돼 있어 아쉬운 상황이다. 꿀벌 질병은 전파력도 매우 빠르기 때문에 치료가 시급한 경우 골든타임을 놓치면 폐사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다. 이동하는데 거리가 있다 보니 아무리 조치를 한다고 해도 피해를 막을 순 없다. 최대한 신속히 움직여 질병에 의한 피해를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
 
- 앞으로의 목표나 활동 계획은. 
앞서 언급한데로 농가 수요에 비해 꿀벌 질병 전문수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꿀벌 질병 전문수의사 모집이 시급하다. 꿀벌에 관심 있는 수의사들과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23일 ‘대한꿀벌수의사회’를 창립해 수의사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고,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꿀벌 관련 교육 등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한국양봉농협 동물병원에서 수행하는 꿀벌 진단 검사를 통해 시기별, 지역별 질병 발생 동향을 통계화해 질병으로 인한 피해와 추가 질병 발생을 예방하고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더불어 양봉산물에 잔류가 없고 꿀벌에 피해가 적은 친환경 방역약품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양봉산업이 어렵다. 천연꿀 작황 부진, 양봉사료 공급 불안정, 등검은말벌의 피해 확산으로 양봉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상기후는 꿀벌 먹이부족 현상을 일으켰고, 먹이부족은 폐사 혹은 면역력 감소로 이어져 질병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비록 외롭고 고되긴 하지만 꿀벌 질병 전문수의사로써 맡은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 양봉농가들이 건강한 꿀벌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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