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두려워 말라는데…농가는 한숨만

농식품부, 검사 98%가 적합
당초 우려 기우였음이 판정
현장선 건폐율 부족 하소연
퇴비장 한시적 제외 건의에
국토부는 “조정없다” 반복만

‘마을형 공동퇴비사’ 건립은
2억 원 한도 자금지원 해도
민원 잇따라 인허가 불가능
지자체별 인허가 분류 혼선
단순 보관·순환농업 제각각

축분뇨 하루 15만여㎥ 발생
검사시기 2·3월, 8·9월 권장
전담은 시군농업기술센터서
결과일부터 3년간 보관해야
교반장비 구입 지원도 가능

당진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가축분뇨 퇴비부숙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당진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가축분뇨 퇴비부숙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가축분뇨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가 본격 시행된지(3월 25일) 6개월이 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퇴비를 농경지에 뿌리는 봄철인 지난 4월 한 달 동안 퇴비부숙도 검사를 실시한 결과 98%가 적합 판정을 받는 등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운영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검사 의무화 시행 전후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각종 데이터가 이를 기우였다고 알리고 있다”며 “부숙도 검사 적합률이 98%에 달하는 만큼 농가들은 부적합 판정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농식품부의 이 같은 발표와 달리 다수의 축산농장에서 건폐율 부족과 마을형공동퇴비사 건축 추진 어려움 등을 토로하고 있다. 

한우농가의 경우 검사 의무화 이전까지는 가축분뇨 처리 비용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경종농가로부터 돈을 받고 퇴비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부숙도 검사 대상에서 제외되기 위해 위탁처리 하는 농가가 늘면서 가축분뇨 처리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위탁처리 비용이 30~40% 가량 인상되면서 고정지출 비용이 크게 늘었다. 이런 현상은 소규모 농가에서 더 두드러진다. 퇴비 부숙도 의무화에 따른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퇴비 유통 전문조직업체 운영 역시 농가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퇴비 부숙을 위한 충분한 퇴비사 확보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 농가가 건폐율에 여유가 없고 여유 부지가 있어도 각종 규제와 민원 등에 묶여 신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 건폐율 조정 불가

규모가 작은 농가 일수록 퇴비장 규모가 협소해 교반작업이 쉽지 않다. 퇴비장을 증축하려 해도 건폐율 문제에 가로막힌 상태다. 축산단체 관계자는 “효과적인 퇴비 발효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장소를 확보해야 하지만, 축사 건폐율이 60%로 제한되어 있어 증개축이나 확장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부숙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퇴비장 건폐율 제외를 정부에 건의했지만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건폐율 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퇴비사를 추가 확보 할 경우 일반 건축물 형태보다 가설건축물 등 현장 상황에 맞게 설치할 것을 권유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퇴비 부숙 관련 애로사항이 있는 농가는 전문 컨설턴트의 컨설팅을 신청할 수 있다”며 “컨설팅을 통해 가설건축물을 설치할 수 없는 경우 위탁처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농장 상황에 맞는 맞춤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한우농가는 “우리 지역에 퇴비유통전문조직 운영이 묘연한 상황이다”라며 “건폐율 문제 등으로 퇴비사 확보가 여의치 않은 농가는 범법자가 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 마을형공동퇴비사 난항

퇴비 부숙 방안의 하나인 마을형공동퇴비사 마련도 녹록지 않다. 

마을형공동퇴비사는 농장들에서 수거한 부숙 중기 이상의 퇴비를 저장하는 시설이다. 농식품부는 지원사업에 선정된 농업법인에 2억 원 한도(자부담 30%)로 자금을 지원한다. 매년 12개씩 지원한다는 계획이지만 민원에 따른 인허가 문제로 추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는 이러한 악조건을 극복하고 축협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8월 말 현재 관련 사업은 25개가 지원됐다. 공사 완료는 4개소, 공사 진행 17개소이다. 내년에도 12개 신규 신청을 받는다.

지자체별로 마을형공동퇴비사에 대해 인허가 분류를 재활용시설로 해야 할지, 단순한 보관시설로 할지에 대해 지금까지도 의견이 나뉜다. 한 한우농가는 “같은 시설에 대해 지자체 형편과 담당자에 따라 다르게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마을형공동퇴비사는 명확하게 부숙 이후 퇴비를 모아 놓는 장소로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지난 3월 발표한 ‘경기도형 경축순환농업 추진 방안’에 따라 ‘마을형공동퇴비사’ 설치를 지원한다. 사업명은 ‘마을형 퇴비자원화시설 설치’다. 이 시설은 우분 퇴비를 연간 1만 5000톤 저장할 수 있는 공동퇴비사로, 농가에서 생산한 퇴비를 장기 저장하고 부숙을 완료한 퇴비를 인근 논에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 대규모 농경지 주변을 중심으로 마을형공동퇴비사 28곳을 확충하고, 퇴비 운반·살포·경운 등 경종농가에 퇴비 이용 편의를 제공하는 퇴비 유통 전문조직 확대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라남도는 마을형공동퇴비화시설 8개소에 16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 9월 중 부숙도 판정받아야

통계청에 따르면 가축분뇨 발생량은 전국에서 하루에 15만 3200m3이다. 축종별로는 △돼지 6만 284m3 △한육우 4만 5284m3 △젖소 1만 7324m3 △기타 축종은 2만 9730m3이다. 

자가와 위탁 가축분뇨 처리량을 살펴보면 ▲자가처리량은 총 12만 2319m3이고 이중 △퇴비화 10만 7768m3 △액비화 5287m3 △정화방류 9129m3 △미처리 135m3 등이다. ▲위탁처리량은 총 3만 901m3이며 이중 △퇴비화 9107m3 △액비화 1만 882m3 △정화방류 1만 473m3 △기타 440m3 등이다.

퇴비 부숙도 검사는 집중 살포 시기 직전인 2·3월과 8·9월을 권장한다. 가을철 농지 살포를 위해서는 9월 중 부숙도 적합판정을 받는 것이 좋다.  

퇴비 부숙도 검사는 시군농업기술센터 또는 시료검사기관에 500g의 시료를 비닐팩에 밀봉 후 24시간 내에 의뢰하면 된다. 퇴비 부숙도 검사 결과서는 검사일로부터 3년간 보관해야 한다. 

검사 주기는 가축분뇨 배출시설 허가농가(한우는 900㎡ 이상, 272평)는 1년에 2회, 신고농가는 1년에 1회 검사를 받는다. 검사 대상 농가가 부숙도 검사를 받지 않으면 1차 50만 원, 2차 70만 원, 3차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퇴비를 잘 부숙 시키려면 호기성 미생물이 잘 살 수 있는 조건(산소공급 등)을 만들어 줘야 한다. 미생물이 살 수 있는 조건은 수분 함량이 60~65%, 산소 농도는 10~15%, 온도는 45~65℃이다.

퇴비를 손으로 움켜쥐었을 때 손가락 사이로 물이 흘러나온다면 톱밥·왕겨 등을 더 섞어 준다. 굴삭기·스키드로더 같은 장비로 뒤집어 주는 게 좋다. 미생물을 살포하면 효과가 향상된다.

지자체 별로 차이가 있지만 축산농가에 퇴비사 증축, 퇴비 교반 장비인 스키드로더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가축분뇨처리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전남도청은 퇴비사가 가축사육제한구역 내 설치될 수 있도록 일부 시·군에 가축사육제한조례 개정을 요청했다. 가축분뇨법에서 정하는 ‘가축사육제한’은 가축분뇨의 발생과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배출시설(가축사육시설)을 제한하는 것으로, 가축분뇨 처리시설(퇴비사 등)은 가축사육제한구역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잘 부숙한 퇴비는 냄새가 덜 나기 때문에, 환경과 민원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가축분뇨가 축사에서 잘 부숙되면 가축 폐사율 감소, 증체율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종농가가 유기질 비료를 가축분뇨로 만든 퇴비로 대체할 경우 1000㎡당 최고 15만 원의 생산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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