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소... 국경에 빗장 걸리자 산업현장은 인력난

코로나 장기화 87% 감소
올 상반기에 불과 4210명
농장 간 인력빼가기 빈발
인건비 급등 부르는 게 값
고용허가 얻은 노동자들은
고의로 불법 체류자 자청

멀쩡한 관리사 ‘인정 불가’
주거시설 개선 강화되면서
농장주들, ‘생돈’ 날려 불만
현장에선 서류 맞추랴 부산
용도변경 가능하게 해줘야
국토계획법 개정 한목소리

농가들은 외국인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주창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노동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외국인노동자는 축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축산업이 3D 업종으로 치부되며 외국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로 각국의 국경에 빗장이 걸리며 외국인노동자 유입이 사실상 끊겼기 때문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문제가 인력 확보 경쟁이 되고, 이는 인건비 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외국인노동자의 주거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며 농가의 원성이 자자하다. 농가들은 취지엔 공감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조치라며 ‘관리사’를 주거시설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 외국인노동자 큰 폭 감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지난해 4월 이후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노동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제 외국인노동자(E-9) 입국자는 2019년 5만1365명에서 2020년 6688명으로 87%나 줄었고, 방문취업 동포(H-2) 외국인 등록자수 역시 2019년 6만3339명에서 2020년 6044명으로 전년 대비 약 10%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외국인노동자 체류규모는 E-9의 경우 2019년 12월 27만7000명에서 2020년 12월 23만7000명, 2021년 2월 23만1000명으로, H-2는 2019년 12월 22만6000명에서 2020년 12월 15만5000명, 2021년 2월 14만3000명으로 각각 16.6%와 36.7% 감소했다.
또 올해 도입규모 역시 상반기 기준 4210명에 그쳐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 축산업계 극심한 인력난
이에 외국인노동자를 구하지 못한 농어촌 현장의 인력수급난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노동력에 의존도가 높은 축산업의 특성상 외국인노동자들이 없으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까닭에서다.
때문에 축산현장에서는 상시인력 충원을 위해 농장간 외국인노동자 빼가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경북 문경의 한 양계농가는 “최근 외국인노동자 4명을 고용했는데 이중 2명이 월급을 준 다음 날부터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다”면서 “행방을 수소문해보니 다른 농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은 농장끼리 인력을 빼가는 행위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외국인노동자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인건비 ‘부르는게 값’
이처럼 수급이 달리다 보니 외국인노동자들의 몸값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코로나 전 7~8만 원 수준이던 일당은 지난해 10만 원까지 오른데 이어 올해는 14만 원까지 급등하는 등 말 그대로 ‘부르는게 값’이다.
경기도 이천의 한 양돈농가는 “코로나 발생 전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건비는 평균 200만 원 남짓, 많아야 220만 원 선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평균 240~250만 원으로 20% 가량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인력을 지키기 위해 6개월에 한 번씩 월급을 올려주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인건비를 계속 올려주더라도 외국인력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포천의 양돈농가 역시 “과거에는 사설 인력소개소에서 외국인력 필요없냐고 연락이 왔었지만 지금은 여러 곳에 전화를 돌려도 없다는 말뿐”이라며 “주변에 정원을 채우지 못한 농장이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외국인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으름장을 놓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고용허가제를 통해 합법적으로 일하던 외국인노동자들도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에 가기 위해 불법체류자를 자청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농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주거시설 개선, 인력난에 기름
게다가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인력난에 기름을 부었다. 농축산업 외국인노동자의 주거시설 개선을 위해 고용허가 신청 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고용허가를 불허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강화된 규정에 따라 ‘관리사’가 주거시설로 인정받지 못한다는데 있다. 외국인노동자 절반 이상이 가설건축물인 ‘관리사’에 거주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관리사가 농지에 위치한 까닭에 대체 입지를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 양돈농가는 “대형농장의 경우 외국인노동자 기숙사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중소규모의 농장은 농장 내 관리사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결국 중소규모 농가들은 고용허가를 받지 못해 당장 외국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농가 ‘서류 만들기’ 진땀
때문에 외국인노동자를 합법으로 고용하고 있는 농가들은 주거시설 인허가 서류 만들기에 진땀을 빼고 있다. 시쳇말로 ‘가라’ 서류라도 만들어둬야 훗일에 대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기도 여주의 한 양돈농가는 “우리 농장의 경우 농장 안에 부모님이 사시던 집이 있어 서류를 갖출 수 있었다”면서 “농장 근처에 자기 집이나 옆집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논 한가운데있거나 인가와 멀리 떨어져있는 농가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룸 주인에게 서류만 꾸며주면 매달 얼마를 주겠다고 계약하는 농가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체 왜 멀쩡한 관리사를 두고 이 짓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횡성의 한 한우농가는 “지자체들이 이동식주택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고 있지만 집값 보조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라며 “이는 농지에는 절대 건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3000만원을 들여 외국인노동자가 생활할 관리사를 신축했는데 올해부턴 안된다고 해 결국 생돈만 날리게 생겼다”면서 “냉난방시설은 물론 주방, 화장실 등을 다 갖춘 시설을 버젓이 놔두고 새로 지으라는 것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 정부 차원 대책 마련 시급
이에 축산농가들은 외국인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인력난을 겪는 농어촌의 애로사항을 고려해 외국인노동자의 체류 및 취업활동 기간을 1년 연장했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것.
때문에 외국인력 수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외국인노동자의 코로나 격리시설 확보 및 국내 입국 사전협의와 함께 기존 외국인노동자들의 체류 및 취업활동 기간을 1년 더 연장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농가들은 외국인노동자의 주거시설 개선과 관련해서도 필수시설을 갖춘 관리사의 경우 임시주거시설로 인정하거나, 인정할 수 없다면 주거시설로 용도변경 할 수 있도록 국토계획법을 개정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의 주거환경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고용노동부의 규정 개정은 주거를 위한 필수시설 설치와 개선보다는 숙소 및 주거시설 인허가 여부에 중점을 두고 있어 현실에 맞지 않다고 주장해 향후 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 인력 어떻게 볼 것인가…서울경기양돈농협 조합원 「개미와 베짱이」 농장 사례
1인 1실의 기숙사. 침대와 책상, 냉장고 등이 설치돼있다.
‘개미와 베짱이’ 농장의 사무실 겸 기숙사.
카페를 방불케하는 깔끔한 식당 내부.

 

외국인 노동자 복지는 농가 생산성과 직결

 

차별 없는 인격적 대우는

기본과 원칙 준수하는 것

나의 일과 같이 관리 전념

동물복지 강요 안해도 돼

 

숙소·식당 등 의식주 시설

왠만한 중소기업 저리가라

1인1실 기본…헬스장비도

2년 만근 땐 고국 방문케

 

이정하 대표.
이정하 대표.

 

최근 외국인노동자들의 열악한 숙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외국인노동자들이 처우 및 주거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는 농장이 있어 화제다.

경기도 동두천에서 ‘개미와 베짱이’ 농장을 이끄는 서울경기양돈농협의 조합원 이정하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정하 대표는 외국인노동자 복지 향상을 통해 농장 인력난 해소와 생산성 향상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이 대표는 “개미와 베짱이 농장의 성적 비결은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격적인 대우”라며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우리 농장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 외국인노동자=필수 불가결

이정하 대표는 지난 2005년 양돈업에 뛰어든 2세 양돈인이다. 

파일럿을 꿈꾸며 외국에서 생활하던 이 대표는 국내로 돌아와 학업을 이어가던 중 부친이 운영하던 양돈장 화재를 계기로 농장 재건을 위해 양돈에 발을 들이게 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농장 복구 대신 확장의 길을 택했다. 지속 가능한 양돈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규모 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한 것.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양돈장의 규모를 대폭 키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낮에는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하고 밤에는 관련 서적들을 읽으며 전문적인 이론을 쌓았다. 또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차곡차곡 내공을 다져갔다.

농장이 점차 안정되고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개미와 베짱이 농장의 외국인노동자 고용은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었다. 가족 경영만으론 운영이 어렵고 농장에서 일하겠다는 한국인은 없는 상황에서 다른 대안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엔 ‘가족끼리 여행도 가지 못하고 농장에만 매달려 사는 삶을 살지 않겠다’는 그의 신념도 크게 작용했다.

 

# 상위 1% 고품질 돈육 생산

현재 개미와 베짱이 농장에는 한국인 1명과 네팔 국적의 외국인노동자 4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재 농장 리모델링 중이라 한시적으로 인력을 감축한 상태지만, 외국인노동자들의 근속연수는 평균 4~5년 이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외국인노동자의 비율이 높으면 성적이 좋지 않을 것이란 세간의 우려와 달리 개미와 베짱이 농장은 상위 1% 수준의 고품질 돈육을 생산하고 있다. 

실제 개미와 베짱이 농장은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주최하는 전국축산물품질평가대상에서 매년 상을 휩쓸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간 총 7번의 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축평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등급 판정한 돼지 3200마리 중 1+등급은 1831마리로 무려 57.2%에 달했고, 1등급은 948마리(29.6%), 2등급은 421마리(13.2%)로 나타났다.

 

# 목표 달성시 성과급 지급

이같은 비결에 대해 이정하 대표는 ‘기본’과 ‘원칙’을 꼽았다. 지킬 것은 지켜주는 그의 경영철학이 외국인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개미와 베짱이 농장은 외국인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칼같이 지킨다. 근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8시까지, 점심시간은 12~13시다. 오전과 오후에 각각 30분의 휴식시간과 매달 4일의 휴일도 보장해 주며, 2년 만근시 2~3개월간 고국에 다녀올 수 있도록 한다. 

직원 대우도 일반회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임금은 법적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연차와 숙련도에 따라 급여를 올려주는 한편 숙식비를 공제하는 일반농장과 달리 숙소와 중식도 별도로 제공한다. 특히 목표 달성시 연말에 100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해 외국인노동자들의 사기진작과 함께 동기부여도 꾀하고 있다. 

 

# 숙소·식당 쾌적 환경 조성

외국인노동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숙소와 식당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이정하 대표는 “‘의식주’의 기본인 숙소와 식당만큼은 대기업까진 아니더라도 중소기업 수준은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 2015년 건물을 새로 지었다”면서 “쾌적한 주거환경이 근무의욕 고취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개미와 베짱이 농장의 기숙사는 1인 1실이 기준이다. 방마다 침대와 책상, 의자, 냉장고, 선풍기가 기본으로 설치돼있다. 또한 기숙사 내 공용공간에는 간단한 운동기구뿐 아니라 드럼세탁기와 건조기까지 구비했다.

특히 식당은 카페를 방불케 한다. 하얀 인테리어와 화이트 식탁과 의자, 블라인드와 각종 화분 등으로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정수기, 커피메이커 등으로 편의를 도모했다.

농장 한 켠에 간이 오두막 쉼터 등 휴게공간을 마련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쉼터는 개수대와 냉장고, 커피포트와 함께 냉난방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방역 문제로 양돈장 내부에 들어갈 경우 반드시 샤워 및 환복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농장 내부에서 잠깐씩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별도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 나이 고하 막론 존대말 사용

특히 이정하 대표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격적 대우를 강조한다.

이 대표 역시 외국인노동자의 나이가 많건 적건 관계없이 반드시 존댓말을 사용한다.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존대하는지, 하대하는지 다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미와베짱이 농장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단톡방에는 관리해야 할 부분, 수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사진으로 올리는데 말보다 이해도 쉽고 유용하다는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종합생산일보’만은 철저하게 기록하도록 한다. 분만, 교배, 이동, 폐사마릿수, 이유마릿수, 출하마릿수 등은 각자의 이름을 쓰고 표기하도록 해 본인의 업무에 대해 관심과 책임감을 갖도록 하고 있다. 

 

# 지역사회 발전 기여할 터

개미와 베짱이 농장이 한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개미와 베짱이 농장은 외국인노동자 고용을 통해 외적 성장과 함께 내적 성장에도 성공했다.  

이런 그가 양돈장 경영에서 특히 신경쓰는 부분은 가축분뇨 처리다. 이를 위해 분은 고속퇴비발효기에서 발효해 밭에 살포하고 나머지는 인근 경종농가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또한 뇨는 고도정화방류처리시설에서 처리해 방류하는데, 여름철에는 스프링쿨러로 돈사 지붕에 정화수를 살포해 열을 식히는데 사용키도 한다. 개미와 베짱이 농장의 최종 목표는 ‘바이오가스플랜트’ 설치다. 가축분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만들어진 전기를 동네 주민들에게 환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정하 대표는 “주위에서 베풀어주신 관심과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정하 대표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외국인 인력 어떻게 볼 것인가…인터뷰 캄보디아 국적 릿킴 씨

 

한국원종 보은농장 전경.
한국원종 보은농장 전경.

 

“한국 방문 10년차…고향처럼 따뜻한 정(情)”

 

두 아이 둔 가정의 가장

막내 이름은 한국식으로

퇴근 후엔 동료들과 배구

한국 음식 잘맞고 맛있어

 

사료 주고 알 수집 순찰도

최근에는 기계 수리·용접

어려울 땐 주변 도움 쇄도

회사 숙련노동비자 지원

 

릿킴 씨.

 

외국인노동자는 우리나라 국적이 아닌 사람으로 국내 사업장에서 임금을 받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지난해 5월 기준 외국인 취업자는 84만8000명으로 국내 제조업과 농축산업 등의 인력난 해소에 이바지하고 있다.

캄보디아 국적의 릿킴 씨(31)도 이들 중 하나다. 릿킴 씨는 스무 살의 나이에 한국에 들어와 취업했다. 10년이 흐른 지금 그는 두 아이를 둔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 자신의 청춘이자, 인생의 삼 분의 일을 한국에서 보낸 셈이다.

한국에서 외국인노동자로 살아온 릿킴 씨는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그를 만나 이런저런 궁금증을 풀었다. 

 

- 자신을 소개한다면.

이름은 릿킴(BIT KIN)이다. 원래 88년생인데 등록이 잘못돼 91년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고향은 캄보디아 캄퐁참주 소재 가라오째로 어머니와 형 두 명, 누나 한 명이 있다. 아버지는 내가 뱃속에 있을 때 돌아가셔서 어머니께서 고생을 많이 했다. 현재 가족들은 고향에서 옥수수와 사탕수수, 벼농사 등을 지으며 생활하고 있다.

2014년에 결혼해 두 아이가 있다. 아내 이름은 속걸(30), 첫째 딸은 말리카(6), 아들은 김재연(1)이다. 첫째인 딸은 캄보디아에서 장모님이 봐주고 계시고, 둘째인 아들은 올해 한국에서 태어났다. 아들 이름은 한국식으로 지었는데 캄보디아식 의미도 있다. 캄보디아에선 아이가 태어나면 남자 쪽 할아버지의 이름을 딴다. 할아버지의 이름에 ‘김’이 들어가 아들의 성에 ‘김’을 사용했다. 

취미는 운동이다. 예전에는 주로 헬스를 했는데 지금은 퇴근 후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배구를 하고 있다. 

 

- 한국엔 왜 오게 됐나.

돈을 벌기 위해서다. 한국은 월급을 많이 준다고 들었다. 나를 포함해 총 5명의 고향 친구들이 한국행을 택했다.

우리 마을엔 한국어학원이 없어 수도인 프놈펜에서 3개월간 학원에 다닌 후 시험을 치러 가까스로 합격했다. 나를 포함해 3명은 붙고 2명은 떨어졌다.

지난 2011년 한국에 와서 2박 3일간 교육을 받은 뒤 강원도 철원군 마산리 소재의 파프리카 농장에서 일했다. 당시 월급은 100만 원 남짓이었는데 이중 90만 원을 고향에 보냈다. 대부분 농장에만 있고 시장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밖에 가지 않아 돈 쓸 일이 별로 없었다.

같이 온 친구들과는 지금도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한다. 친구 중 한 명은 전북 정읍 양돈장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카톡을 많이 쓰는데 우리는 페이스북을 많이 쓴다.

 

- 직접 느낀 한국은 어땠나.

김치가 너무 매웠다. 처음엔 냄새도 나고 못 먹겠더니 한 달 정도 지나니 괜찮아졌다. 

지금은 한국 음식 모두 잘 먹는다. 음식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나는 입에도 잘 맞고 맛있다. 가장 좋은 하는 음식은 여름에 먹는 냉면이다. 

또 열대기후인 캄보디아와 달리 날씨가 추워서 초기엔 많이 힘들었다. 철원은 겨울에 영하 20도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너무 추웠다.

고향에서 하던 일이 농사였기 때문에 일은 적응하기 쉬웠다. 

 

-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나.

철원에서 2년간 일하다 2013년 보은으로 내려왔다. 아는 친구가 한국원종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소개를 받아 오게 됐다. 그때부터 계속 여기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원종은 종계장이다. 사료를 주고 닭들이 낳은 알을 수집해 부화장으로 보낸다. 또한 순찰을 돌면서 죽은 닭들과 방란을 빼는 일을 한다.

원종계를 1년 정도 사육하면 키우던 닭들을 빼고 신계들을 받는다. 바닥의 깔짚을 모두 뺀 뒤 청소하고 소독한 후 깔짚 다시 까는데 이때가 일 년 중 가장 바쁘다. 죽는 닭들도 있어서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에는 고장난 기계를 수리하고 용접하는 설비 일을 주로 하고 있다.

 

- 한국 사람들에 대한 느낌은.

한국 사람들은 착하고 친절하다. 좋은 사람들이다.

한국원종 직원들도 나에게 관심을 갖고 항상 도와주려고 한다. 특히 농장장님은 나와 내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면 팔을 걷고 나서서 도와주신다. 올해 둘째가 태어났는데 아내가 입원할 때와 퇴원할 때 모두 차로 태워다 주며 챙겨주셨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직원들과 회식으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식당에 모여서 같이 술을 마시기도 한다. 주말에는 근처에 맛있는 것도 먹으로 가곤 했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가지 않는다. 

보은은 철원보다 날씨가 따뜻해 일하기 좋은데다 캄보디아 친구들이 많아서 마음이 훨씬 좋다. 

 

-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첫 직장이었던 철원에서 아내를 만났다. 나는 파프리카 농장에서, 아내는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내가 한국원종에 취직해 보은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한동안 떨어져 지냈다. 

매일 전화하고 두세 달에 한 번씩 만났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약 1년 후 내가 근무 중인 한국원종에 자리가 났다. 아내를 데리고 와 현재 한국원종 보은농장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서울 남산타워와 용인 에버랜드에 놀러갔던 일들도 재밌었던 추억으로 기억된다.

 

- 한글도 읽고 쓴다고 들었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청주 중부대학교에 가서 한국어를 배웠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비자를 연장하는데 이수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면접심사와 함께 필기시험도 봐야 하기 때문에 한국어 공부는 꼭 필요하다.

지금도 집에서 독학으로 한글을 공부하고 있다. 

한글을 아니까 일하는 것도 훨씬 더 수월해졌다.

 

- 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청주사무소’로부터 숙련기능인력(E-7-4) 비자를 받은 것으로 안다. 소감은.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오면 최대 4년 10개월간 근무한 뒤 반드시 귀국해야 한다. 재입국을 하면 기존 4년 10개월을 포함해 최대 9년 8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지만, 장기체류비자(E-7-4)로 전환하면 2년마다 체류를 연장하고 귀국 없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다. 

E-7-4 비자 신청자격이 안 돼 어려움을 겪던 중 한국원종이 농식품부로부터 가산점 10점을 받아 그 혜택으로 지난 4월 숙련노동자 비자를 취득하게 됐다.

한국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 비자를 연장해 한국에서 계속 일할 예정이다. 이 제도를 통해 많은 동료들이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한국이 좋고 일도 적성에 잘 맞는다. 한국에 귀화하는게 최종 목표다. 

올해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지은 것도 한국으로의 귀화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딸을 데리고 와서 한국에서 다 같이 사는 것이 나의 꿈이다.

캄보디아에 있는 첫째가 많이 보고 싶다. 매일 저녁마다 영상통화를 하는데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든다. 코로나 때문에 걱정도 많이 된다. 

올해 태어난 둘째 아이와 고국에 있는 첫째까지 가족 모두가 한국 귀화를 목표로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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