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한국 농업의 선진화’라는 주제로 발표되는 연구논문의 주류는 규모화다. 전근대적인 후진국형을 미국과 유럽과 같이 영세한 농가수를 줄이고 전기업화로 빠르게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농가 가구당 경지면적을 선진국 수준으로 넓혀 규모와 과학의 영농을 추진함으로써 한국 경제가 세계 최일류 경제선진국이 되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쉽게 말하자면 농민을 위한 정책을 펴지 말고 산업을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생존대책이 최우선


얼핏 이러한 주장들의 논조를 따라가 보면 그럴 듯 하다. 영세한 농가들을 농업에서 이탈시키고 이미 전기업화되었거나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농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결과적으로 농업이라는 산업이 산다고 이해할 수 있다. 
자유 경쟁, 시장자본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산업이 산다고 농촌이 사는 것도 아니고, 농민의 삶이나 전체 국민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농촌이 균형 있게 발전하면서 농민들 삶의 질이 향상되려면, 또 그러한 주장대로 산업이 발전해 가려면 이탈 농민에 대한, 어쩔 수 없이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농민들에 대한 대책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최종 목표롤 삼아야 할 곳이 바로 농림축산식품부다. 
하지만 지금 농식품부의 행동을 보면 농민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그렇다고 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도 없다. 
예산을 어떻게 수립하고 어떤 사업에 얼만큼 지출해야 하는 지에 관해 논의해본 사람들은 “새로운 사업이나 현장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건의하는 사항에 대해서 고민 없이 빼거나 스스로 거둬들일 수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만든다”고 한다. 
이미 자신들이 결정하고 절차상의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지금이 어느 땐데…”라며 면박을 주고 기재부에 건의조차 할 생각도 없다. 그러니 농식품부가 ‘기재부의 홍보부서’라고 조롱을 받는 것이다.
정부의 부처는 해당 산업과 그 관계자들의 보호‧육성‧발전을 통해 지속가능을 지향해야 한다. 때문에 그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농식품부가 국가 전체를 걱정하고 그것을 위해 농민의 희생을 종용하거나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대통령쯤 되는 인물이 해야 할 일이다. 농식품부는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 정치적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정부 각 부처는 자신들이 맡은 자리에서 그에 합당한 역할만 하면 된다. 어느 것이 주어진 예산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쓰이는 것이 맞는지 그 조율은 그 수장들이 함께 모여 격렬한 토론을 벌이면 된다. 사전에 자신의 잣대로 선을 긋는 것은 직무유기다.   
코로나를 핑계 대면서 신사업안을 거부했던 농식품부는, 정작 코로나 인한 농축산농가 피해 현황을 집계하고도 기재부에 4차 재난지원금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농축산인들의 공분을 샀다. 
홍문표 국회의원은 “코로나로 농축산인들 역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지만 관계부처들마저 피해 현황을 외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농민피해 나몰라라


농식품부는 농정의 핵심을 ‘산업 중심’에서 ‘사람과 함께 배려하는’ 재정 운용을 통해 농업‧농촌의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고 농식품산업의 혁신성장을 견인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행동은 완전히 반대다.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편향된 시각과 사고방식으로 농축산인을 가르치려 든다. 아직도 농축산인들을 촌무지랭이쯤으로 여기고, 무식하고 그래서 떼쓰기만 하는 불가촉천민 취급한다. 그래서 농업에 무지한 자신들이라도 그들을 리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농축산업을 혼란에 빠뜨리는 부류가 자신들인줄을 자신들만 모른다. 잠깐 있다가 떠나는 자리에 연연하고, 직을 벗어나면 어디 지자체의 장이나 국회의원 자리라도 얻기 위해 기웃거린다. 그 사이에 죽어나자빠지는 농축산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까?
올해 마사회의 축산발전기금 출연금액이 ‘0’원이다. 한국마사회가 생긴 이래 초유의 일이다. 코로나로 인해 경마관중이 없어서 생긴 일이다. 하지만 마사회는 기수, 조교사 등의 생계를 보장하고 경주마 수요 촉진을 위해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마사회는 이익금에서 70%를 축산발전기금으로 납부한다. 1974년부터 2020년까지 총 10조 1578억원이 조성됐다. 이 기금은 축산물 수급관리, 축산기술 보급, 축산업 경쟁력 제고, 친환경 축산, 축산식품 품질 관리, 위생‧안전성, 가축 질병 방역 등에 쓰인다. 전체 사업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됐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말산업 관련단체들이 ‘축산경마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그 대책으로 온라인 발매제도를 도입하자고 건의했지만 묵살됐다. ‘사행성’ 때문이다. 하지만 경륜‧경정은 6일부터 서비스가 시작됐다. 왤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부장관이 결정했다. 그렇다면 경마는 왜 안됐을까? 지난 11일 가금농가들은 ‘계란값 폭등 주범 정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막대한 계란을 수입하고 있는데 왜 폭등 책임을 정부에 돌리는 것일까? 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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